지지하는 정당에서 사전투표 참관인 참석을 모집하는 문자를 받고 신청을 했다。
사전투표소장에서 투표용지의 교부사항과 투표과정을 지켜보면서 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으면 선거관리 안내원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사전투표 2일차인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6시간을 참관하는 것을 신청했고, 사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목요일 저녁에 지정된 사전투표소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전투표를 참관하는 방법은 참관인 석에 앉아서 투표개시 전, 투표진행, 투표마감 후 크게 3가지 절차를 거치지만, 나는 중간에 사전참관인을 교대하여 참여했기에 내가 볼 수 있는 과정은 투표진행과 투표마감 후 봉인하는 절차까지 였다.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니, 나보다 더 열정적인 분들은 오전 6시부터 참관을 시작하셔서 무려 12시간을 지켜보시는 분도 계셨다. 간단한 안내를 받고 참관인석에 앉아보니 이미 12분의 참관인이 계셨고 각각의 정당이 모이다보니 잘 모르는 소수정당의 참관인분도 계셨다.
각자 가볍게 인사하고 어느 정당에서 오셨는지와 중간에 돌아가면서 쉬는 시간을 정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참관인으로 참석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지지정당을 떠나 선거의 공정성에 일조를 가한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어느 특정정당에서 참석하신 참관인분은 공명선거와 부정선거를 방지하는 것이 큰 목표였기에 매 시간별로 선거안내원이 집계해준 투표자수와 본인이 직접 체크하신 인원수와 비교하시기도 했었다. 옆의 다른 정당의 참관인분은 행여나 잘못 집계하면 부정선거라고 오해하실까봐 같이 투표자수를 세면서 도와주는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이면서 흥미로웠다.
사전투표라 거주지가 아닌 타 지역구에서 오신 투표자분들이 꽤 많았는데, 열정은 가득차있지만 해당 지역구에 누가 출마했는지 모르셔서 투표소 안에서 고민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투표용지를 받기 전에 미리 검색하시고 마음을 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투표지를 받으면서 고민하시더니 투표소 안에서도 10여분간 홀로 고민을 하셨던 분도 인상깊었다.
시각장애인분도 3분을 뵈었는데, 2분은 가족이 동반인으로 왔지만, 1분은 도우미분이 같이 오셔서 선거안내원이 같이 투표소에 들어가서 본인의 의지로 투표를 행사하시는 지 확인하는 절차도 있었다. 이 모든 절차에서 참관인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선거안내원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아빠와 같이 온 두 딸은 5살과 7살이었는데, 선거법상 7살 딸은 투표소 안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동생이 언니를 놀리는데, 언니는 약이 올라 울먹이고, 그것이 미안했는지 동생은 아빠가 몇 번을 찍었는지 쪼르르 달려나와 누나에게 귓속말로 알려줬다. 다른 사람이 못 듣게 알려주는 것으로 봐서 아빠가 몰래 언니를 위해 배려해주게끔 알려준 것 같았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 지팡이를 짚고 오셨으나 거동이 너무 불편하신 분도 오랜 줄을 기다려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시는 모습에서 서로 양보하고 질서있는 모습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은 이렇게 바른 모습인데, 이 표를 받은 국회의원들은 그 모습과 표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