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유행이 되고, 많은 사람이 성격에 대한 가벼운 척도로 생각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쉽게 말해서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을 구분한 것이다. 일리는 있지만 전부 맞는 말은 아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님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MBTI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MBTI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나, MBTI를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MBTI 자체가 너무 '유형화'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저런 평가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도 꽤 많은 심리 분석이기 때문이다. 상담심리에서는 '자기 응답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MBTI의 정확도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가벼운 척도로, 재미로 MBTI를 활용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나의 MBTI는 intj-t로 나온다)
서두에 MBTI를 가져온 것은 다름이 아닌 '공감'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이성적이라고 분류된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 다만, 표현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나의 성격을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MBTI를 참고해서 정리를 하면 '다른 사람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뒤집에서 표현하면 '나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이건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가고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성격이 약간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A는 공감을 잘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이다.
내 눈에는 호들갑 떠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
A는 대답이 단답으로 끝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나는 '알겠다'라는 답을 '알겠다'라고 말하지 무슨 말로 표현하냐고 말한다.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할 때는 하지만, 단답이 부정적인 반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A는 나를 보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는 쉽게 인정한다.
A는 이렇게 인정하는 나를 보며 이해하지 못한다.
이 시대는 디지털 사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감정'에 대한 논의, '마음'에 대한 정보, '심리'에 대한 분석은 많아지고 있다. 내가 A를 보면서 공감에 대한 정의가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쟤 왜 저럴까, 저건 공감이라고 할 수 없고 감정 강요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내가 '쟤 왜 저럴까'한 부분은 무엇일까. 공감이라는 감정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인간은 감정이 있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살아간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애초에 같은 상황에서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에. 내 눈에, A는 자기와 똑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 못하면 공감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같은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충분한 것 아닐까 싶었다. 비유하면, 몸이 아픈 것을 걱정하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A는 누군가 아픈 것을 보면 괜찮냐고, 아프지 않냐고 '계속' 물어본다. 자기는 공감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A는 지금 아픈 사람의 느낌을 '똑같이' 느낄 수 없다. 나의 경우는 한두 번 물어보고, 충분히 쉴 수 있게 한다. 나의 과한 행동이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그 사람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공감이란 무엇일까.
A라는 사람과 함께하며 '나는 당신이 하는 공감처럼 공감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같은 감정을 같이 나눌 수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똑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가 되면 인간은 굉장히 획일적인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느끼기에 감정을 강요당하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간다. 어쩌면 쟤 왜 저럴까라고 생각한 나보다 A가 훨씬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