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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듯 Mar 17. 2023

개발자의 시간은 끝났다.

개발은 대체되기 가장 쉬운 분야이다.

21년에 Github Copliot 이 처음 나왔을 때, 동료들과 "개발자가 대체될 것인가?"라는 대화가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개발자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Copliot 이 요란한 등장과는 다르게 그렇게 많은 부분을 바꾸지 못했다. 개발은 평소와 같았고, Copliot을 써서 혁신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동료도 없었다. 그저 특이한 걸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사용하면서 약간의 편의성과 손가락 휴식을 얻었을 뿐이었다. 


동료들과 대화할 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문제랑 정답을 다 줬는데, 어떻게 대체가 안 되냐. 가장 빨리 될 것이다."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AI 가 대체할 분야의 가장 우선 조건은 "명확한 인풋과 아웃풋"이다. 우선도 아니고 필수 조건이다. 이게 없다면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종사자의 수가 획기적으로 줄 수는 있겠지만, 대체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나의 좁은 정보망 속에서는 개발만큼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한 기술 분야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글에서 Ai 가 대체할 분야로 오르내리는 분야는 판사, 사무직원들이 있다. 판사를 예로 드는 사람들의 이유는 간단하다. "판례가 다 있고, 법전도 다 있는데, AI 가 하는 게 더 정의롭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판사는 사건을 보자마자 무죄를 할지, 유죄를 할지 정하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노이즈들을 통해서 판결을 내린다. 판결을 내리고 나면 그것이 판례가 된다. 만약 판사 AI 가 나온다면 판결을 요청하지, 판결을 정하고 중간과정을 요청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권위적인 판사가 확인해 주길 원할 거고, 이것은 대체가 아니고 협업이다.


사무직원들의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전 MS의 발표를 보면, office 시리즈에 수많은 AI 가 도입되었다. ppt를 만들어주거나, 계획서를 작성해 주는 등 엄청난 기술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런 류의 포스팅에는 하나같이 "이제 사무직원 필요 없네"라는 말이 따라붙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누군가는 AI 가 만든 ppt를 검토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AI 가 만들어준 대로 넘겨받은 ppt를 맘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주제로 돌아와서 개발의 인풋과 아웃풋 얘기를 해보자면, 모든 개발의 시작은 기획서와 디자인이다.

기획서에는 어떤 동선으로 화면이 표시될지, 어떤 기능을 포함할지,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띄워줄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개발의 인풋이다. 디자인 시안도 있다. 거기에는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 어떤 형태로 화면을 보여야 하는지, 어떤 곳에 어떤 애니메이션이 동작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개발의 아웃풋이다.


바꿔 말하자면 개발은 인풋과 아웃풋이 없으면 시작이라는 단계조차 넘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하여 개발이라는 중간 과정을 최소화하면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에 살고 있다.

ChatGpt는 기능에 대한 상세 설명을 적으면, 실제로 동작이 가능한 코드를 뱉어준다. 이전에 답변한 코드를 참조하도록 만들 수 도 있고, 기존에 있는 코드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 도 있다.

Figma 나 zeplin 같은 디자인 툴은 디자인을 코드로 변경해 준다. UI를 그리기만 하면, 코드로 받을 수 있다. 웹, 앱 가리지 않고 코드로 만들어준다. 테마를 통해 중복되는 요소들은 공유할 수 도 있다.


아직 개발자의 손을 많이 탄다. 하지만 이미 AI와 협업단계를 지나쳐가고 있다. 더 적은 학습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ChatGpt 가 만들어주는 난생처음 보는 코드를 이용해서 원하는 무언가를 동작시킬 수 있다. 그런 결과물의 유지보수나 리팩토링조차 AI에게 시킬 수 있다.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개발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적기이다. 아웃풋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말도 안 되게 좋은 기회이다. 문과 출신의 디자이너라서 인풋, 아웃풋을 다 만들 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지금 개발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이전의 평범한 개발자들이 받아왔던 스포트라이트는 더 이상 없다. 그 스포트라이트는 AI와 그들의 주인에게 전부 돌아갔고, 코로나로 반짝였던 개발자 붐의 시대 또한 저물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개발자가 전부 대체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AI를 발전시켜야 하고, 누군가는 AI 가 대체할 수 없는 물리적인 서버를 구성해줘야 한다. 가장 위험한 건 개발자 중에서도 클라이언트 분야. 그중에서도 일명 코더라 불리는 개발자와 그저 개발만 잘하는 개발자들이다. 그들의 자리는 앞으로 몇 년 내에 AI에게 위협받을 것이다. 


설계자라고 불리는 개발자 역시 오랜 기간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수준까지 도달한 AI에게 설계라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을 것이다. AI는 동일한 동작을 할 더 짧고 더 빠른 코드를 스스로 찾을 것이고, 코드를 더 관리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AI에게는 단순히 코드의 인덱스가 바뀌는 행위 일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단 한 명의 개발자의 손도 거치지 않은 채, AI 가 주는 코드 그대로 서비스가 출시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올 것이다. 가정이 아닌 몇 년 이내로 무조건 온다고 확실한다.


이미 몇몇 기업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뽑기 시작하면서, 개발자로 최후까지 살아남으려면 집에서 알고리즘을 공부할게 아니라, AI를 어떻게 이용해먹을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앞에 말한 모든 내용이 개발이 AI에게 대체될 것이라고 적었지만, 사실 난 원하지 않는다. 최근에 ChatGpt에게 코드 리팩토링을 부탁해 봤다. "시간이 있었으면, 나도 이렇게 했겠구나." 싶은 코드를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업으로 개발을 하곤 있지만, 삶에서 몇 없는 취미 중 하나도 개발이다. 나중에 AI 가 개발을 대체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컴퓨터 앞에서 프롬프트나 만지고 있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고민한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1초의 고민거리조차 안 되는 순간이 온다면, 삶의 재미를 하나 잃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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