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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Apr 11. 2023

미육으로 나라를 구하자.

중화민국(1) 채원배의 계몽미학사상

계몽

나는 이 단어를 만날 때마다 항상 검색창을 사용한다. 이 단어는 왜 항상 애매하게 다가오는지.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계몽의 뜻을 상기해 보자면, 전통적인 권위나 편견 혹은 사상에서의 해방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자유를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긴 단어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갈 최원배는 왜 ‘계몽’ 미학사상을 펼쳤을까? 늘 그랬듯이 새로운 나라가 탄생할 때는 늘 혼란이 있기 때문이다. 중화민국은 ‘신해혁명(1911)’이라는 혁명을 통해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성립되었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의 탄생과 혼란을 다뤄오며 혼란에서 출발한 새로운 사상들을 살펴보았지만, 이번 혁명에서 살짝 색다른 점은 서양의 사상과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해혁명은 중국사에서 처음으로 공화국을 수립한 혁명이라 ‘공화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군주가 다스리는 게 당연했던 나라에서 국민이 주인인 공화국 체제가 유입된 것이다. 말이 쉽지, 그동안의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당시 많은 사상가들은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관인 ‘미육’을 제시했고, 채원배는 이런 흐름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미육이란 미적 활동을 통해 원만하게 조화된 인격성을 지닌 인간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오윤형, "蔡元培 美育思想의 특징과 한계", 성균관대학교, p.7, 2015)



채원배

채원배(차이위안페이蔡元培, 1868~1940) 중화민국 근대 베이징 대학 교장

미육은 채원배가 독일어에서 번역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미육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미육으로 나라를 구하자
미육으로 종교를 대신하자

사이비 종교로 핫한 2023년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이 문장을 보고 '사이비..?'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혹여나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중국 역사의 대 전환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그의 간절함이라고 이해하도록 하자. 그의 구호가 극단적으로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원배는 그 당시의 혼란이 빨리 잠재워지길 바랐던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래서 그는 계몽과 근대화의 촉진에 가장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도구로 미육이라는 교육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미육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미학을 제시했다. 사실 그가 주장하는 미육의 범위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넓다. 그리고 넓게 인간사회를 포괄하는 대상을 두고 미학의 원리를 교육에 응용해서 감정을 갈고닦게 하는 것이 그의 교육 방법이었다. 즉, 미육으로 사람의 감정을 발달시켜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는 가운데 국력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원배는 자기주장의 정당화를 위해 중국 고전인 예기(禮記)의「악기(樂記)」근거로 삼았다.

「악기(樂記)」
음악의 영향력으로 국민들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주고 국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변화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이론

최원배는 심리상태의 변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진짜 변혁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이 이론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진짜 변혁을 위한 추진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위대하고 고상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 '고상한 행위'라는 것이 당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말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 말이다. "음악으로 살신성인을 하게 만든다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론에 대해 잠시 다뤄보는 나 조차도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게 되는데, 학자들은 오죽했을까. 위에서 인용한 논문의 제목도 "특징과 한계"였듯이 최원배의 계몽미학사상은 현재 여러 시선에서의 한계들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채원배 자신도 본인 이론의 오류 가능성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에 더 집중했던 듯하다.

말하자면 채원배의 미육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희망에 근거한 이론인 셈이다.
(이상우, [미학의 역사] 중화민국시대-계몽의 시대 계몽의 미학, 서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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