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동등성에서 비롯된 젊은 세대의 성별 갈등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지금의 남녀 갈등은 내가 경험했던 남녀 갈등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가 싸워야 했던 것은 ‘차이’를 당연시하던 사회였다.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역할 구분 속에서 여성은 늘 희생과 헌신을 강요당했다. 그래서 갈등의 언어는 단순했다.


“왜 여성은 차별받아야 하는가.”


불평등은 제도와 관습 속에 선명하게 드러났고, 싸움의 방향은 비교적 명확했다.



반면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겪는 갈등은 훨씬 복잡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남녀가 ‘동등하다’는 전제 위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바로 그 전제에서 오히려 새로운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동등하다면서, 현실에서는 왜 서로 다른 의무와 불이익을 강요하는가.


예를 들어, 남자들은 “동등하다면서 왜 군대는 남자만 가야 하느냐”라고 묻는다. 의무복무로 인한 18개월의 공백은 여성은 겪지 않는 불평등으로 체감된다. 반대로 여자들은 “동등하다면서 왜 결혼이나 출산이 여전히 커리어의 단절로 이어지느냐”라고 반문한다. 취업 과정에서 “어차피 결혼하면 그만둘 거야”라는 낙인은 여전히 작동하고, 경력단절이라는 위협은 현실로 나타난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경력 단절 기간은 6년 정도로 남녀가 직장에서 마주하는 시간적 손실은 매우 다르다.


이에 대한 대응은 또 다른 선택지로 이어진다. 일부 여성은 경단녀가 될 위험을 피하려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는 곧 ‘비혼’, ‘비출산’이라는 사회적 시선으로 돌아온다. 남녀 모두가 “나는 손해 보고 있다”는 감각을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회심리학의 시선에서 본 갈등


이 갈등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감정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핵심 기제가 작동한다.


상대적 박탈감
사람은 절대적 차별보다 비교 속에서 느끼는 박탈감에 더 민감하다. 남성들은 여성과 비교해 “같다면서 왜 우리만 군대를 가야 하나?”라는 감정을 느끼고, 여성들은 남성과 비교해 “같다면서 왜 출산은 여전히 우리 몫인가?”라고 느낀다. 동등성이 당연한 시대일수록 작은 차이도 더 크게 각인된다.


제로섬 사고방식
한쪽의 권리가 늘어나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본다고 믿는 사고다. 과거 여성 권리 신장은 불평등 해소라는 측면이 뚜렷했지만, 지금은 “여성이 이득을 보면 남성이 손해를 본다”는 프레임으로 소비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사고방식은 더욱 극단적으로 증폭된다.


사회적 정체성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이제는 “우리가 더 억울하다”는 집단 정체성을 강화한다. 과거에는 주로 여성이 ‘억압받는 집단’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남성도 “차별받는 집단”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한다. 서로는 ‘억울함 경쟁’을 벌이는 상대 집단으로 인식된다.


구조적 문제의 개인화
군 복무, 경력 단절, 돌봄 부담 등은 사실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가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전가되면서, 갈등은 ‘구조’가 아닌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여성은 군대를 안 가서 편하다”라거나 “남성은 결혼과 육아에 무책임하다”라는 식의 비난이 그 결과다.


세대의 낯섦과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우리 세대에게 이런 갈등은 낯설다. 우리는 ‘차이를 없애자’라는 싸움에 익숙했지, ‘동등성 속에서 드러나는 불평등’을 문제 삼는 방식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젊은 남성들의 목소리가 종종 단순한 우경화나 극단적 주장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같다면서 왜 우리만 다른 의무를 지는가”라는 정서가 있다. 동시에 젊은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에는 “같다면서 왜 우리는 여전히 같은 대가를 누리지 못하는가”라는 불만이 깔려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남녀는 같다/다르다”는 명제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동등성이 실제로 어떤 조건에서 공평하게 보장될 수 있는가이다. 제도 개혁과 사회적 안전망 마련 없이는, 이 갈등은 끝내 개인의 억울함 경쟁으로만 소모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성별 갈등은 미완의 동등성이 빚어낸 사회적 현상이다. 그 갈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남과 여를 화해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공평함’을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정말 남녀가 동등한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일부의 부담과 손해를 눈감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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