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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크테크 Think Tech Apr 27. 2022

카카오택시가 우버를 앞지르게 된 이유, '타협 전략'

혁신적인 기술의 필수요소, '동맹의 네트워크'

이 글은 「우버(Uber) 논쟁에 대한 행위자-네트워크 분석(김연철, 김환석, 2015.)」 논문을 읽고 그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출처 unsplash.com, Alina Grubnyak


우리는 아마존보다는 쿠팡을, 페이팔보다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를, 에어비앤비보다는 야놀자를, 도어대쉬보다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를, 그리고 우버보다는 타다나 카카오택시를 훨씬 더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혁신을 가장 먼저 이뤄냈으며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세계적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의문을 품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질문의 답을 도출하기 위해 정책학이나 경영학 같은 다학제적인 해석과 이론이 개입될 수 있어요.   혹은 국외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의 핀셋 규제가 작동한 이유일까요. 아니면, 현지에 맞게 서비스 또는 기술을 적용하지 못한 현지화의 실패일까요. 만약 여기에 과학기술학적인 시각이 추가된다면, 기존의 분석들과는 또 다른 의외의 답에 다가갈 수 있어요.



서울을 두고 벌어진 유니콘 기업들의 패권 다툼


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우버와 카카오택시가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어요. 우버(Uber)는 승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오며 현재 기업가치 약 100조 원이 넘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서비스가 시장을 정복할 수 있게 수많은 투쟁을 진행해온 만큼, 서비스 제공 후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해 자신들의 무대로 변모시켜왔습니다.


우버가 다음 정복지인 서울 진출을 노리고 한국에 처음 상륙한 시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우버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 법적인 절차(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를 통과한 후 택시기사 면허를 취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버는 자체적인 절차를 통해 기사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이었죠. 서울시에서는 이 점을 불법으로 지적했고,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또한 우버의 영업활동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우버는 결국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국내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지난 시기인 2014년 12월 검찰에 기소되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출처 우버는 ‘규제’하고 택시업계는 ‘완화’,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연구팀, 2019년 01호


우버가 검찰에 기소되었던 바로 그 같은 달, 우버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카카오에서 새롭게 런칭한 카카오택시가 새로운 경쟁자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죠. 세계를 점령해왔던 우버도 퇴출당할 위기를 맞이하며 고군분투하는 마침 그 시기에,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택시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었을까요?


카카오택시는 우버와 완전 다른 전략으로 운행을 시작합니다. 우버가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정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택시는 처음부터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MOU를 체결한 것입니다. 카카오택시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인증 절차를 통해 기사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에 위기감을 우버에 반발했던 택시기사들이 반대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택시와는 동맹의 관계가 된 것입니다.


택시 네트워크는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유지전략(maintenance strategy)를 선택했습니다. 이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웠던 우버 네트워크는 택시 네트워크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전복전략(subversive strategy)’을, 카카오택시 네트워크는 택시 네트워크와 동맹을 맺는 ‘타협전략(compromise strategy)’을 선택한 것이죠. 우버의 생각과 달리, 우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요소(디지털 기술, 렌터카, 글로벌 네트워크, 대중으로부터 호의적인 기술혁신 및 공유경제 트렌드)가 택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요소(택시사업자, 택시단체, 규제기구, 법률)를 넘지 못한 것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택시 이용객 10명 중 4명이 호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데, 이 중 카카오택시 서비스 이용 비율이 83.7%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인 서울을 포기할 수 없는 우버의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지만 쉽게 철수하지 않고 더 길어질 진지전을 준비하며 ‘우버 기사등록제’, ‘우버블랙’ 등 다른 전략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세를 뒤집을만한 묘책은 아직까지 보이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출처 연합뉴스(2020)



동맹의 네트워크


과학기술학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바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동시에 인류학자, 철학자이기도 한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1946~)가 주창하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입니다. 이 이론이 다른 사회학적 이론과 비교해 다르게 가지고 있는 특징은 사람이 아닌 ‘사물’(또는 비인간, Nonhuman)에도 ‘행위성(Agency)’을 부여한다는 점이죠.


* 행위성 : 의지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해 나가는 성질.(출처 : 다음사전)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이 행위소가 다른 행위소와 어떻게 연결되며, 또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장이 되어가는지를 분석하는 이론입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행위자(Actor)는 인간이 아닐 뿐이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분명한 실체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행위자는 사람과 같이 자신 이외의 다른 행위소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행위소는 자신의 편을 계속 만들어 내며 동맹의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규모가 더 비대해지고 연결의 정도가 끈끈해지게 되죠. 이렇게 견고해진 동맹은 집합의 형태를 띠며 ‘네트워크(Network)’라 불리게 됩니다.  


다시 우버와 카카오택시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설명서처럼 사례에 투영시켜 정리해보면, 우버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타 행위소와 동맹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전략보단, 독자적으로 행위소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택시 행위소는 우버와 달리 택시 네트워크와 동맹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카카오와 택시 네트워크는 우버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보다 더 빨리, 더 견고한, 더 비대한 네트워크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카카오택시 네트워크가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합니다.



▲ ‘우버(좌)’와 '카카오택시(우)' 연관된 키워드 분석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는 행위소 또는 네트워크들(출처 : 빅카인드)



우려와 기대


우려. 필연적인 독과점 현상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는 다른 행위자-네트워크가 전복할 수 없는 확고한 지배자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됐듯이 호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 중 80%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고 밝혀졌죠. 이런 경우 견제할 수 없는 네트워크는 시장의 독과점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하죠. 아니나 다를까, 2020년 카카오는 일반택시보다 자회사와 더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맹점 택시에게 ‘콜 몰아주기’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되면서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 충분한 행보를 하고 있어요.


기대. 신기술의 자연스러운 사회 이행

이재웅 쏘카 대표의 인터뷰에 의하면, 신기술이 사회에 부드럽게 안착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이행 비용’이라고 해요. 세상을 뒤바꿀만한 혁신적인 또는 파괴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사회에 적용하는데 성공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보는 입장이죠. 즉,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 비용 등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숙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카카오택시가 이행 비용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우버보다 덜 소란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이죠.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후퇴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지는 그 과학기술이 사회에 안착하는 이행의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어요. 기술의 발달 또는 신기술로 인한 산업이 기존의 일자리를 뺏거나 대체하게 된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해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세 가지의 전략들이 지닌 특징을 관심있게 살피고 야기할 수 있는 결과를 분석하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기술 이행 과정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중요해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보다도
기술을 사회에 적용시키는 데 성공한 기업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다.
기술이 사회를 더 효율적이고 더 좋게 만드는 일에
훨씬 더 큰 사업 기회가 있다.
(이재웅 대표)


참고

[논문] 우버(Uber) 논쟁에 대한 행위자-네트워크 분석, 김연철, 김환석, 2015.

[논문] STS(과학기술학)와 사회학의 혁신_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을 중심으로  

[기사/사례] 타다, 혁신과 약탈 사이 어디로 모실까요, 전혜원 기자, 시사인, 2019.06.24

[기사] 서울택시 호출앱 이용 택시 승차 비율 42.2%, 이병문 기자, 교통경제, 2021.03.18.

[기사] 손발 묶인 우버, 쌩쌩 달리는 카카오택시, 백봉삼 기자, ZDNet Korea, 2015.03.12.

[기사] 공유경제 최전선에 카풀과 택시가 있다, 천관율 기자, 시사인,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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