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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크테크 Think Tech Jun 26. 2022

'사회적' 그리고 '사회의 적' 과학기술

국가 난제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

영화 아키라의 메시지


▲ 영화 아키라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아키라 (출처 : giphy)
영화 아키라 (출처 : giphy)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 1988년으로부터 31년이 지난 세상을 그리고 있는 영화 아키라. 영화는 종전 후 재건된 네오 도쿄를 배경으로, 도시를 들쑤시고 다니는 폭주족 시마 데츠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쟁이 준 교훈을 잊은 채 과학기술에 대한 추종을 멈추지 못하며, 더 강한 힘을 갖기 위해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생체실험을 계속 진행하게 되고. 결국 실험 중에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실험체가 탈출하는 통제 불가한 상황이 초래돼요.


이때, 탈출한 실험체와 데츠오가 부딪히게 되며, 실험체가 가진 초능력이 데츠오에게 옮겨 붙게 되고 엄청난 힘을 얻게 된 데츠오가 폭주하며 네오 도쿄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영화의 주요 서사입니다. 아키라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런 것 같아요. 과학기술로 인한 역설, 즉 인간 스스로의 욕심을 실현시키고자 과학기술을 도구처럼 사용했고, 그 결과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아키라의 예시가 아니더라도 과학기술로 인해 초래되는 예상치 못한 비극들이 너무나도 허다하죠. 이렇다 보니 과학기술을 사회의 적처럼 적대시하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입장들도 있고요.


과학기술과 사회적 가치


하지만 과학기술에 그 책임을 묻기에는 어폐가 있어요. 과학기술을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한 것을 따져보면 원인은 바로 우리(사람)에게 있으니까요.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누군가는 터널이나 운하를 만들어 삶의 편의를 높여주었으나, 누군가는 전쟁에 활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하는 데 사용한 것처럼요. 과학기술도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회적’(social)의 성격을 지닐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 사회를 해롭게 하는 ‘사회의 적’(enemies)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이 대두되고 ‘사회적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상하고 있어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사회적 가치 법안 제2조, 2019) 우선 이 사회적 가치 의제가 부상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태동부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과도한 효율성·경제성·성과 중심의 접근방식이 지속된 나머지 사회의 양극화 발생, 빈부 격차 심화, 소외계층의 발생이라는 사회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렇다 보니, 특정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 국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편익이 생겨나고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찾기 시작한 것이죠.


    *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으로 ‘사회적 책임’, ‘사회적 공헌’, ‘사회적 경제’, ‘사회혁신’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박명규·이재열, 2018)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시대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났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과학기술이 기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분야도 일자리 창출, 건강, 환경 등 우리 생활 전반에서 필요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정부는 이러한 시대변화적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발맞춰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2018-2022)을 만들어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하도록 움직이고 있습니다.


▲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국민이 과학기술을 통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영역 (출처 :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2018-2022), p.21, 29)



국가 난제와 삶의 문제를 하는 과학기술


과학기술이 경제와 기업의 성장을 넘어 사회를 위해 변모할 수 있는 노력으로 과학기술로 국가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사회문제 해결형 R&D가 있어요.


국가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

난제(Wicked Problem)는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지는 않으나 계속 사회문제로 존재하며 이해관계자도 복잡하게 얽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의미해요. 국민 대다수가 겪는 난제가 국가 난제로 지정되며, 오랜 시간 차곡히 쌓인 갈등을 정부차원의 해결을 기대하고 있어요.  해결하고자 하는 분야는 경제, 일자리, 외교, 환경, 인구, 복지, 에너지, 재난안전, 도시개발, 양극화 등이 해당돼요.


▲ 국가 난제의 특성 (출처 : 국가 난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관점의 경제·사회 시스템 혁신전략 연구. 최종화 외 13명, 정책연구, 1-317. p.21)


과학기술로 난제를 해결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어요. 이노센티브(InnoCentive)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기업이 이노센티브에 의뢰를 하면 다른 과학기술자들을 연결시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 플랫폼이에요. 이노센티브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1989년 알래스카 부근에서 발생했던 엑슨 발데즈호(exxon-valdez) 기름유출 사건이 있어요. 당시 엄청난 양의 기름이 유출되어 심각한 환경재난이 발생했던 것이었죠. 가장 큰 문제는 추운 날씨로 인해 기름이 뒤엉킨 얼음처럼 변해버렸고 기름을 흡착포로 흡수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어요.


이노센티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전 세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집했어요.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데 엄청난 도움을 제공했어요. 그 기술적 아이디어는 기름이 얼지 않도록 계속해서 진동을 가하는 기술이었는데, 이 아이디어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시멘트 작업자였죠. 자신이 알고 있는 시멘트 작업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여 가능한 결과였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HCj5-QkhSVk

▲ 이노센티브의 기름유출 해결 관련 영상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에요. 건강, 편의, 안전 등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 목적이죠. 해결하고자 하는 분야는 건강, 환경, 문화여가, 생활안전, 재난재해, 에너지, 주거 교통, 가족, 교육, 사회통합 등이 해당돼요. 국가 난제와 사회문제 해결형 R&D의 차이는, 국가 난제는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목적으로 한다면,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 국민생활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회문제 분류 (출처 : 관계부처 및 지자체 합동(2018), 제2차 과학기술 기반 국민생활(사회) 문제 해결 종합계획(안), p.15.)


리빙랩(Living Lab) 대표적인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입니다. ‘생활 실험실’로 직역되는 리빙랩은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실과 같아요. 리빙랩은 ‘정부 또는 지자체’, ‘기업 또는 개발자’, ‘시민 또는 사용자’ 이 주체들이 모여 공동으로 협력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요.

▲ 지역 리빙랩의 개념 범위 (출처 : 국내 리빙랩의 현황과 과제, 성지은, 한규영, 박인용.(2016).STEPI Insight,(184),1-44, p.10.)


한국은 자동차 1 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9명으로 OECD 평균 1.3명을 훨씬 상회해요. 교통사고는 특히 야간에 더 사고발생률이 높은데, 항상 야간시간대에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야간 노동자들에게는 교토사고 발생 확률이 훨씬 높았죠. 특히나 환경미화원의 경우 야간 근무 중 사고를 경험한 비율이 과반이 넘을 만큼 항상 사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해요.(2010년) 이에 누리가온협동조합이 리빙랩 활동을 제안하여 기존의 작업복을 넘어 성동구청, 세종시 등의 지자체와 협력해 더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한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LED로 자체 발광할 수 있는 모듈을 제작하여 외부의 광원 없이도 눈에 잘 띄게 만드는 작업복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때 자체발광을 위해 항상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는데요. 사용자 인터뷰와 아이디어 토론 끝에 자가발전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기술개발을 위해 한양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의 의류학과와 전기공학과 등의 전문 연구기관들과 협력이 시작됐고, 사용자의 편의에 기초한 의류디자인과 자가발전이 가능한 발광 키트를 제작했습니다.

▲  리빙랩 과정을 거쳐 제작된 안전 의복 (출처 : 야간 작업자를 위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반 안전 의복 개발. 윤정아, 오유진, 오화원, 이연희. 2018)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김민수 박사는 「2020년 과학기술+사회혁신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어요.

기술을 통해서 무엇을 혁신시킬 것인가가 기술이 필요한 이유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술을 그저 잘 개발하는 것이 혁신이 되어 버렸다.


김민수 박사의 언급내용과 영화 아키라의 메시지가 마주 닿는 지점이 있어요. 이제는 '개발을 위한 개발', '국가 이데올로기를 위한 개발', '이윤을 위한 개발'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과학기술개발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사회의 적이 아닌 사회적 과학기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머지않아 그러한 사회가 도래할 거예요. 



참고

[학회] 주민공감 지역문제해결사업을 통해 본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인식과 과제_박희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논문]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은 어떻게 수행되는가, 송위진, 성지은.(2018), 과학기술학연구,18(3),255-288.

[기사] “문제 해결 위해서는 기술과 현장이 만나야 한다”, 김준래, 사이언스타임즈, 2021.09.28.

[포럼] 과학기술+사회혁신포럼 좌담회(2020.12)

[보고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

[연구] 국가 난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관점의 경제·사회 시스템 혁신전략 연구. 최종화 외 13명, 정책연구, 1-317.

[연구] 과학기술 R&D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에 관한 연구. 이정욱, 최근호.(2020), 학술대회 발표논문집,29-63.

[연구] 국내 리빙랩의 현황과 과제, 성지은, 한규영, 박인용.(2016).STEPI Insight,(184),1-44.

[보고서] 리빙랩(Living Lab)이란 무엇인가, 새사연, 윤찬영, 2018.

[논문] 야간 작업자를 위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반 안전의복 개발.복식문화연구, 윤정아, 오유진, 오화원, 이연희.(2018). 26(4),50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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