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수영장도 쉰다면

by 분홍소금

사무실에 가서 30분에 출근 지문을 찍었다. 수영장으로 내려가서 시스템에 로그인을 하고 있는데

ㄱ회원님이 키오스크 앞에서 회원 카드를 바코드 인식기에 대고 말했다.

"금일 입장 가능한 강좌가 없다고 뜨는데요."

그건 시간이 안돼서 그래요. 지금 33분이잖아요."

"아~."

"40분이 돼야 발권이 돼요. 7분 기다려야 돼요. 여기서는 7분이 길어요, 1층 로비에서 좀 쉬다 오셔요."

ㄱ회원님이 1층으로 갔다.



ㅊ회원님이 37분에 와서 아쿠아로빅은 할 시간이 없고 샤워만 하겠다고 하면서 탈의실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40분이 돼야 입장 가능한 것 아시잖아요 3분만 기다리세요."

"내가 그걸 아니까 지금 열어 달라고 하는 거지."

"입장 시간이 컴퓨터에 다 찍혀요. 저도 정년까지 소리 안 듣고 일해야죠. 늙을수록 시키는 대로 잘 해야 돼요. 지키라고 하는 걸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미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회원이라 농담 같은 진담으로 수다처럼 편하게 말했다.

"하하,알았어."



아침부터 컨디션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서점에 가서 책을 읽으면 좀 낫겠지 하고 집에서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하고서 서점에 갔었다. 서점에 도착하여 푹신한 소파 의자에 앉아보아도 당최 편해 지지가 않았다. 전에 읽던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하고 '어느 날 서점주인이 되었습니다.'와 다른 책 3권을 더해서 4권을 빌렸다. 빌린 책들을 휙휙 넘기며 훑듯이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주제여서 '잘 빌렸다.'하고 반짝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여전히 온몸이 땅속으로 꺼지는 느낌은 쉬이 가셔지질 않았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 나을까 하여 베이커리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자리에 앉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출근 시간이 되었다.



3층 사무실에 가서 지문을 찍고 수영장으로 왔더니 아쿠아로빅 회원들이 벌써 키오스크 앞에 모여 있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회원들을 탈의실로 들여보내고 업무를 시작하자 비로소 컨디션이 점차 회복되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올해부터 쉬었다, 이번 주는 2일~4일 까지 3일 만 근무하면 된다. 그러나 월수금(주 3회) 수영등록 회원들은 한 주에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을 쉬니까 회비가 아깝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공휴일 쉬는 날은 회비를 빼 주어야 하지 않냐고 깐깐하게 따지기도 했다. 실제로 한 분은 환불 하셨다.

회원님이 나가실 때 이번 주에 너무 하다고 해서 "저는 쉬니까 좋은데 선생님은 수영 못해서 싫어시죠?" 하고 웃었더니, 마지못해 "직원도 이럴 때 쉬어야지요."했다.

그 뒤에도 몇분이 5일날은 쉬나요? 공무원하고 같은 가요? 하고 물었고 그때마다 비슷하게 대답했다. 회원들은 괜찮다고 하면서 갔다.



저녁 7시에 일일 수영하러 오신 분께 평소와 다름없이 수영장 이용 시간, 월 회원 등록 방법, 할인 조건, 준비물 등을 안내했을 뿐인데 나보고 50년 동안 주민 센터와 공공 기관 다니며 만난 사람 중에서 제일 친절하다고 했다. " 제가요? 어머나 감사합니다." 했는데, '뭘 보고 저러시는 거지?' 했다. 친절하다는 말은 종종 듣지만 그렇게 위력적인 칭찬은 처음이었다. 아침에는 꿀꿀했는데 저녁 마무리가 좋아서 해피엔드이다. 어쨌든 이번 주는 내일만 버티면 모레부터는 연휴다. 뿐만 아니라 11일은 연차로 쉬고, 29일 월요일은 석탄일 대체 휴가라, 이번 달은 노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