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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ne ryu Nov 14. 2023

마음 일기

마음이 지옥

  책에서 읽었다. 사랑을 시작할 땐 서로 합의가 필요하지만 그 끝은 한 쪽의 일방적 종료로도 가능하다. 원래가 그런거란다.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으며 남겨진 사람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별을 고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 것이 때문이다.

  이별의 생리가 그렇다는걸 머리로 이해해도 마음의 상처와 슬픔은 어쩔도리가 없다. 회사 간의 계약에도 한쪽의 일방적 계약 종료 시 상대가 대책을 마련할 시간인 grace period를 주는데, 하물며 마음을 주고 받은 연인 관계에선 상대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게 더더욱 필요한 것 같다. 나에게 이별은 너무 갑작스어웠다. 그는 속으로 몇번이고 되내었을 - 내가 상처를 덜 받게, 허나 납득할 이유들을 잘 정리하여- 이별의 말을 담담하게 풀어내는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져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버버 하다 끝나버렸다. 어느 친구는 그런다. 이별을 통보 받으면 원래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며 그 말은 평생이 가도 상대에게 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물론 이별을 아예 상상도 못한건 아니다. 무언가 삐그덕거리고 있음을 느꼈고 서로의 마음의 속도차이에 나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상대도 나름의 완곡한 때로는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개선이 필요함을 드러내곤 했다. 그럼에도 난 그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했고, 우리가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서로 맞춰질거란 막연한 희망만 갖고 있었다. 감기정도로 생각했는데 들쳐보니 생사를 오가는 독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나을줄 알다가 병원 갔더니 폐 하나를 떼어내야한다는 선고를 받은 것만 같다. 나의 잘못이다. 신호가 있었을 때 더 귀기울이고 보살피고 바꾸려 노력해야했는데..  돌이켜보면 고작 비타민 한알 챙겨먹으면서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왜 몸이 계속 시름시름하고 나아지지 않냐며 속상해 하기만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서툴었다. 연애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좋은 마음만 앞서서 상대의 속도를 맞춰주지 못하고 이리튀고 저리튀기만 했다. 표현도 마음이 열렸을 때 자연스레 나오는건데, 마음이 열리기도 전에 표현을 갈구했다. 내 마음은 이만큼인데 왜 상대는 아닐까,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갈 수록 서움함도 따라 커졌다. 그러다보니 내 페이스를 잃고 행동과 말, 뉘앙스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며 일희일비하게 됐다. 자연스레 상대는 지치고 피곤했을테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여유를 갖고 각자 일상을 열심히 살면서 공유하고 싶다. 너무 감정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내 연인이라고 무조건 나의 모든 감정을 전가하지 않을테다. 이런 다짐들을 하지만, 마지막의 대화에서 그의 태도는 너무도 단호했다. 또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을 것 같아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일상을 살아내야하니 회사도 가고 일정도 소화하지만 출근길이라던지 혼자가 되면 불쑥불쑥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친구 결혼식 축가를 듣다가도 눈물이 나고 지나가다 보이는 같이 갔던 공간만 보아도 가슴이 아프다. 속이 매스껍고 잠을 잘 수가 없다. 자꾸 자책하고 지난 메신저 대화들을 읽으며, 마지막 날의 대화를 되내이며 내가 이랬다면- 저랬다면- 생각에 젖는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오던 연락이 이제는 안올거란걸 알면서 휴대폰을 괜히 만져보고, 그 사람은 뭘하고 있을까 - 날씨가 추운데 옷은 따뜻하게 입고 갔을까 나처럼 힘들지는 않겠지, 힘들지라도 단단한 사람이니까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소하겠지,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여느때처럼 풋살을 하겠구나. 괜히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눈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접점이 너무 없다. 회사도 집도 멀고 활동반경자체가 달라, 나는 앞으로 그의 소식을 일절 모를테다.

  마음을 주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오려내는건 너무 힘들다. 길진 않아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매일 안부를 묻고 시간을 보내며 스며든 그 사람을 어떻게 잊어야할까. 시간이 약이려나. 보고싶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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