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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ul 04. 2024

지금 당신은 행복하나요?

행복으로 가는 길



수척한 얼굴과 퉁퉁 부은 눈, 머리에 하얀 핀을 꽂고 질끈 머리를 동여 맨 여자가 내 이름을 부른다.



"와 줘서 고맙다… 동아리 사람들한테는 연락 안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연락해야지. 너 괜찮아?"



까칠한 두 손을 잡자 다시 떨리는 어깨.

울듯 말 듯, 지치고 황망한 표정의 친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릴 땐 결혼식과 돌잔치로 생사를 확인했는데, 이렇게 부모님상으로 모인걸 보니 우리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들어보니 친구의 아버지는 4년 동안 폐암 투병을 하셨고 친구는 그 아버지를 혼자 돌보았다고 한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챙기는 일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어린 딸까지 케어하며 오가는 그 길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친구가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한 명 두 명 조문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에요. 선배.”



몇 년 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우리는 소주를 기울이며 지나간 시간들을 읊어나갔다.





“이거 볼래? 이 360도 카메라로 아이들 보드 타는 모습 찍은 거야. 신기하지?"

“이 그림 내가 그린 거야. 야간 근무하니 시간이 너무 무료해서.”

“집은 예전 그 집이야. 좁긴 해도 처가 근처라 이사 갈 이유가 없어.”



찢어진 청바지, 통기타, 진지함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8명의 새내기를 가입시킨 그 선배는,

이제 세상 다정한 아빠가 되어 부지런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선배 행복해보이네요.

너무 행복하지. 나는 만족해. 너희는 행복하니?”






순간 우리 세명은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행복한가?’

‘별 일 없이 평온하면 그게 행복인 건가?’



비싼 집에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왜냐면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좋은 가방을 산다고 행복하지는 않다. 첫 소유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무작정 행복을 추구한다고 행복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얻는 가장 확실한 길은 큰 목적의식을 갖고 매일 하는 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원씽-





선배의 삶의 목적은 가의 행복일 것이다. 그것을 자각하고 집을 넓히는 대신 가족과의 취미생활을 택했을 것.

모든 가족들이 평안한 지금 선배는 행복하다고 했다. 목적이 분명하니 다른 비교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가족들이 건강한 오늘이 행복한 하루인 걸까.

그냥 매일 감사하기만 하면 행복한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원했다.

하지만 상황에 끌려다니느라 늘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었으며, 그 스트레스를 보상받느라 폭식과 음주를 반복했다.

덕분에 외모도 통장도 통제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주도하고 컨트롤 가능한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와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각종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한 공부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목적을 위한 매일의 노력, 그 과정에서 나는 만족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나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때때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그 만족과 기쁨을 위해, 오늘 나는 글을 쓰는 이 행위에도 나름의 작은 의미를 부여해 본다.




내 책의 한 페이지를 오늘도 완성했구나.  너무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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