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꼭 무얼 더 해야 하니?
어느 날 친구는 내게 말했다.
“꼭 또 무언가를 해야 하니?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아? “
“인간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인생에 꼭 큰 의미가 있어야 해?”
“우리 엄만 나한테 그러더라. 제이(나)는 결혼도 해봤고 차도 있고 딸도 있고 직장도 있는데.. 넌 언제 시집가서 애 낳을 거냐?..”
친구의 말에 나는 잠시 위안을 얻었지만 어쩐지 “돌아온 싱글”은 뭔가 더 독해져야 하고 더 독립적이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리고 해야만 했던 이혼의 성립은 나에게 해방과 함께 한 번 도 겪어보지 못한 책임감을 함께 건네어주었다.
크고 작은 일들은 이혼 전이나 이혼 후나 늘 발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커가는 아이에게 생기는 일련의 이벤트들을 무던하게 넘기고 있는 중이지만 나의 무의식 속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쌓여가고 있는 듯하다.
좌뇌형인 나는 이해가 쉽사리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이루지 못한 잠은 또 다른 불안을 내게 가져왔다. 이때마다 나에겐 우뇌가 있지! 하면서 생각을 끊어버리고 나에게 발생되는 것을 온전히 수용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분명 예술가적인 성향도 있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생각 많은 나는 더더욱 생각에 휩싸였다.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잘못된 행동, 잘못된 만남, 잘했던 행동, 잘했던 만남 등 내가 찍어온 점들을 돌이켜 보며 나는 스스로 수치스럽기도 했고 때론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자체로 기적이란 생각까지 드니.. 나의 어떤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는지 나는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바꾸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딸아이의 발언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 엄마, 난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 그래서 난 이거 못해!”
고작 한자 시험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테스트받는 것에 대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나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약점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자존감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이기에 늘 나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자동적으로 비교하며 스스로를 추앙하거나 바닥에 내던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아이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것은 또한 나를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 우연히 접하게 된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에서 과학적으로도 ”명상“이 자기 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 동기능력을 향상해 준다는 것에 저절로 매료되었고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 보니 뇌와 관련한 국가공인자격증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내가 한 번 공부해 보고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고 또 내 딸아이를 이해하고 우리가 같이 달라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해 자격증에 도전하였다.
일주일에 한 번 비대면 수업 4시간.. 몇 개월의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시험준비를 하였다. 오랜만에 빼곡하게 노트필기를 하고 뇌 속 각 기관들의 명칭을 외우고 기능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피곤한 날엔 수업을 빼먹기도 했지만 주말엔 속도를 따라잡는 시간으로 하고 뒤처지지 않도록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기도 했다.
봄 날씨가 다가오자 나들이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사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하면서 잠시 우울하기도 하였는데 시험에 합격했단 소식을 딸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맛있는 커피와 간식으로 나를 달래며 문제풀이에 열중했다.
걱정은 또 많은 타입이라 어쩔 수 없이 약속이 있는 날에는 내가 직접 필기하며 정리한 노트를 투명파일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기도 하였다.
공부란 원래 재밌어야 하는 거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알면 알수록 호기심이 늘어가고 무지의 벽에 옴짝 달 상 못할 때의 답답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 그런 것 만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모든 것을 알 길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것의 이면에는 이러한 것들이 숨겨져 있었구나 이해하게 되었고 그것 자체로 나에게 너그러워졌다. 나에게 너그러워지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쉬워진 것 같았다.
시험 한 달 뒤 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자격증으로 당장 브레인트레이너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뇌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신경가소성의 원리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하여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앞으로 혼자 뭐해먹고살지? 란 물음 가운데 시작하게 된 자격증 공부에서 신체의 건강함이 곧 뇌의 건강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깊게 깨달았다.
복잡한 신체구조를 익혀나갈수록 인생은 단순해 보였다. 그저 건강하게 나의 신체를 단련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로 인식하려 한다. 아예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 너 또 왔구나? ”
“ 아, 나의 전두엽이 나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두려움으로 느꼈구나? ”
그리고 난 싱글맘이라는 타이틀 아래 나를 더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싱글맘은 아니지만 세상싱글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싱글맘이 되어서야 더욱 온전한 스스로를 만난 사람도 있을 테니까..
지금 뭘 더 해야 해?라는 친구의 말이 요즘 나는 자주 생각이 난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즐겁게 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