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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충신 Jan 26. 2023

혼자 살아가는 지혜

전원생활의 시작 - 숨겨진 우주

  금요일 마누라보고 같이 가자고 꼬시다 꼬시다가 지치고는 또 혼자서 출발합니다. 나야말로 정말 불쌍한 존재입니다. 어디 애인 하나 구하지 못하고, 마누라한테  졸라대는 이 어리석은 중생을....... 사실 주말주택 '예당 와 옥'이 처갓집 근처라 애인과 같이 동행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중생들에게 고하노니, 처갓집 근처에는 절대로 주말주택을 짓지 마시라고 이 연사 힘차게 주장하나이다. 10시 반에 도착하니 주변이 칠흑 같고 방안이 싸늘합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읽기로 하였으니,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를 꺼내 듭니다. 1차, 2차, 3차 차원이 아닌 여분의 차원에 대한 얘기입니다. 정신세계가 아닌 물리학에서의 새로운 차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에 "힉스"라는 새로운 입자와 관련되는 것 같은데, 무슨 얘기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수준이 어려운 책을 선택했나 봅니다. 그냥 잡니다.

  와우!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눈이 10cm 이상은 쌓인 것 같습니다. 서산대사가 말했다지요. '들길의 눈을 함부로 밟지 마라.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잔뜩 밟아 놓았습니다. 차부터 눈을 털어내고 걸어 다닐 길부터 뚫어 놓습니다.

   언제부턴가 주택 왼쪽에 정자가 하나 새로 생겼습니다. 동네에서 전망이 너무 멋지다고 "슬로시티 사랑의 길"을 만들고는 여기를 종점으로 한다네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자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햇빛을 받아서인지 온 세상이 구름으로 뒤덮이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이 된 느낌입니다. 동네 마을 입구도 안개로 뒤덮여 있고, 멀리 임존성이 자태를 드러 냅니다. 예당와옥만 빼고는 세상이 모두 하얀 이불로 덮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이불을 덮고 온통 하얀 세상을 마음껏 뒹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하얀 운해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예당호 멀리 산마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눈을 치우러 가야 합니다. 예당와옥이 예당호가 바라보이는 산꼭대기라 전망은 최고인데, 길이 험난합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무려 3시간을 눈과 씨름합니다. 이 글 한 번 올리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과 육체적 노동을 지불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분의 차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공간 이동이 자유롭지요. 2차원의 세계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내가 너무 어려운 물리학에 도전했나 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또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야 하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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