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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충신 Jan 26. 2023

혼자 살아가는 지혜

전원생활의 시작 - 칼의 노래

  토요일 오후 등산 가겠다는 마누라님을 밥과 청소는 물론 세수까지 씻겨주는 조건으로 예당와옥으로 받들어 모십니다. 가족이 동참하지 않는 주말주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인터넷 전원주택 선배들의 룰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거기에다가 장인 장모를 위해 소고기까지 사 가지고 갑니다. 늙어서 무슨 짓인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부엌 쪽은 물을 살살 틀어놓아 얼지 않았지만, 화장실 쪽은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화장실은 사용할 수가 없고, 언덕 위 사방 천지가 화장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누라님 또 투덜댑니다. 남자들은 한 군데만 얼면 되지만, 여자들은 온몸이 얼어야 볼 일을 볼 수 있다네요. 어찌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냉철한 마누라를 빙녀로 만들 수는 없어 화장실 쪽 얼은 물을 녹이기로 작정합니다. 뜨거운 물을 몇 번인가 부어보니 녹을 기세는 전혀 없습니다. 고민하다가 머리 말리는 드라이기를 갖고 약 20여분을 뿜어 댑니다. 안에서 소리가 납니다. 뚫렸다네요. 10년 묵은 변비가 뚫린 기분입니다...... 

  겨울철이라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딸내미는 밖의 소각장에서 불장난에 빠져 있고, 나와 마누라님은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노무현이 좋아했다는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습니다. 그동안 노무현의 돌출적인 행동에 책까지 멀리했지만, 과거는 지나가면 추억이요 아름다움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비리와 부조리가 만연한 정치판에 안철수가 영웅으로 대접받듯이, 노무현의 자유분방한 서민정신과 정직함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책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동안 멀리 했던 "칼의 노래"를 집어 든 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불법 어업에서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것이나 400여 년 전 임진란으로 인한 명나라한테서 받은 설움이나 별반 차이가 없고, 임진란과 일제 36년, 이런 모든 것들이 역사의 반복인 것 같습니다.  전쟁 중에 겪는 민초의 고난이야 말할 것도 없고...... 또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요......

  겨울의 밤은 참으로 춥습니다. 혼자서 밖으로 나와 커피 한 잔으로 밤하늘을 담습니다. 별이 커피 잔으로 떨어지고, 예당호에서 출렁거리는 가로등 불빛들이 커피잔에서 넘실댑니다. 잔디 등이 사라져 가는 불빛들을 대신하면서 몸을 한 번 으스스 떨어봅니다. 빨리 방으로 들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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