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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Jul 31. 2023

드라마 악귀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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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김태리, 오정세 주연의 SBS 드라마 '악귀'가 핫하다.

와이프와 본방 사수는 못하더라도 재방 사수를 하며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다. 드라마 속 악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손목에 멍자국을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거나 뛰어내리는 사고를 당한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애매한 죽임이 반복되는 사건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를 죽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 신체적으로는 해로운 생활 습관과 정신적으로는 부정적인 사고와 언어 습관으로 자기 스스로를 병들게 하거나 죽음으로 몰아간다. 우리는 종종 "나는 요즘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는구나." "내가 요즘 남들 욕을 많이 하는구나." "오늘도 ㅇㅇ에게 예민하게 화를 냈구나." "내가 요즘 배에 살이 많이 쪘구나." "나는 오늘도 야식을 먹고 싶은 유혹을 느꼈구나." 등등의 자기 객관화된 알아차림의 순간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현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런 메타인지가 잦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쪽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책에서는 이런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러나 그런 희망찬 기대와는 달리 우리의 다양한 좋지 않은 습관들은 '생활 스트레스'라는 허울 좋은 핑계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변명 아래 모두 쉽게 용인되어 그 악습관들을 반복 또 반복하고야 만다. 자연스레 상황에 굴복하는 자기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좌절을 맛보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있는가의 여부 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내가 어떻게 스스로 합리화하고 용인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것이 우리를 옭아매는 어마어마한 딜레마이다. 이 딜레마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이것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끔 하는 '악귀'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악귀가 멍이들 정도로 손을 꽉 잡아 천정에 줄을 감고 내 목을 매다는 순간까지도 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 극 중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이런 자기 합리화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알고 보면 방법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다. 상황이 나에게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끊고 내가 상황을 창조해 나가고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때의 앎이 곧 진리다. 진실은 단순함의 옷을 입고 있다. 지독한 현실의 스트레스나 그래야만 하는 상황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생각에 반응하는 수동모드가 아닌 생각을 선택하는 능동모드로 우리 생활을 전환해야 한다. 반응한다는 뜻의 'reaCtive'에서 C를 앞으로 끌고 와 'Creative'가 되는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창조적인 능동모드로 살아갈 때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삶을 살 수 있다.


 창조적인 능동모드? 이건 또 뭘까? 그럼 어떻게 해야 창조적인 능동모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쉽게 말해 능동모드는 생각(?)이 없는 상태다. 즉, 머릿속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자기 상태에 대한 어떤 인지가 발생한 그 시점에서 핑계나 변명의 여지를 떠올리기 전에 즉시 모든 판단을 멈추고 오로지 그 느낌을 따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운동선수가 경기 중에 자기에게 날아오는 공을 판단하지 않고 바로 쳐내거나 받아내는 기술처럼 즉각적이며 자동적인 반사 반응이다. 이렇게 판단 없는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고대부터 철학자들과 종교가 들은 명상을 통한 생각 버림 훈련을 강조하고 수행해 왔다. 그래서 여러 종교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노동 역시 성스러운 수행의 일환으로 여겼다. 고강도의 반복적인 노동을 할 때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현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으리라. 이렇게 노동이라는 고행을 통해 자기 판단을 버리는 훈련의 장으로 여기며 선인들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일갈을 남기기도 했다. 앞으로 돌아가서 운동선수가 경기 중 즉각적인 행동반응을 위해서 과거 상황에 대한 대처 반응을 쉴 새 없이 반복 연습으로 숙달하듯,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즉시 문제 해결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처해진 상황을 비판하거나 판단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즉시 문제 해결하게 하는 좋은 습관이란 과연 무엇일까? 운동선수들이 꾸준하고 반복된 자세교정과 실전을 대비한 연습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의 작고 사소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습관들이 바로 그 해답이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버리기 위해 모든 상황을 축복하는 마음가짐, 어떤 목표를 위해 일정 부분 꾸준히 학습하고 투자하는 자기 계발, 아침저녁에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주변환경과 인간관계를 깨끗이 유지하며 정리하는 것, 독서의 습관을 들이는 것,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 남과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 자기 존중과 기쁨을 느끼는 감사 일기를 쓰는 것 등등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 속에 실천해야 할 건강한 습관들이 많다. 


 우리 삶의 파동은 언제나 오르락내리락한다. 큰 문제가 닥치더라도 언젠가 평온의 상태가 오고, 기쁨의 상태에 있다가도 어느새 두려움과 불안함이 밀려오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는 삶의 순간을 항해하는 배의 조타실 방향키를 그렇게 처해진 상황에 넘겨주지 않고 내가 잡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작고 사소 하지만 꾸준한 습관과 선택의 반복은 그 부분 부분들이 합쳐져 시간과 결합했을 때, 결국 자신이 원하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방향으로 항해를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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