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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Sep 03. 2023

의지박약도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방법

드로잉_D17_oil on paper_34x24.5cm_2023

 아름다움은 세상 모든 사물에 깃들여있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무심코 지나치며 산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두었을 때 더 나아가 그곳에 의지가 더해질 때 우리는 거기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경험은 아름다움을 낳고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삶으로 직접 체험된다.


 아름다움은 모든 행위에 불완전성에서 완전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타난다. 그저 예쁜 꽃과 나비에서만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극명하게 떨어져 버린 추하고 무섭고 불쾌한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간단한 일상의 예를 하나 들자면 이렇다.


 나는 이유 모를 특발성 만성두드러기가 있다. 온몸에 발진과 부종이 생기고 얼굴도 괴물처럼 변한다. 심할 때는 약도 듣지 않아 스테로이드 주사를 며칠 연속으로 맞고 결혼식을 올렸었다. 그렇게 주사로 증상을 억누르면 반대로 두 배 더 심각한 두드러기가 올라오는데 그 순간 내 몸은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화염 속에 갇힌 것 같다. 그렇게 약도 주사도 듣지 않고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온몸이 두들겨 맞은듯한 몸살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떠난 제주도 신혼여행의 아침이었다.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이 변해버린 피부의 발진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모든 의식을 놓아버리고 그저 인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자학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불완전한 내 몸을 이제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관점의 의지가 꽃피운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느새 그 울긋불긋한 붉은 발진들을 내 것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 모양들이 마치 꽃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 피부 세포들도 아름다운 작품 만들기를 이렇게 열망하나 보다.' 측은한 생각과 함께 거북하고 보기 싫던 내 몸에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차오르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내 몸이 이제 너무나 감사했다. 경험이 의지를 낳았고 그 의지가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주 사소한 경험과 미물들 속에서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 의지는 지구상에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은 아름다움으로 남고 아름다움은 궁극의 한 지점을 향한다. 그 감정은 특별한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모두에게 공유되는 감정이다. 우리는 모두 궁극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의 동의어는 바로 행복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행복할 줄 아는 방법을 이미 알고 태어났다. 단지 그 순간을 매번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세상의 소식은 더럽고 어지럽고 추하다. 매일 사건사고의 홍수에 허우적 대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세상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세상은 아니다. 세상은 지극한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의지의 안경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단 한순간도 낙심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풍족하다는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굳이 제물에서만 풍족을 원하고 찾을 것이 아니라 모든 삶에 정신적 물질적 풍족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크던 작던 느껴지는 모든 감정과 상황과 현실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작은 의지의 시선은 아름다움으로 남고 아름다움은 그 의지에서만이 찾을 수 있다.


 좋아하는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수다를 떨고 통화기록 1시간 20분이 찍힌 걸 볼 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뿌듯함을 느꼈을 때, 비 오는 한여름밤 비냄새를 맡으며 진득한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재즈를 들을 때, 알림 설정해 둔 갖고 싶은 물건을 당근에서 내가 제일 먼저 사게 되었을 때, 출출한 저녁 아이와 함께 시원한 인절미 빙수 한 숟갈을 입에 가득 넣을 때, 그 사소한 일상 속 사랑의 눈으로 감사의 마음을 품었다면 궁극에 아름다움의 꽃이 발화하는 순간이다.


 일상의 모든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 그 궁극의 아름다움을 찾아 그를 쫒는 일, 아름다움의 감정을 매번 변화시켜 새롭게 확장시키는 일. 그것이 예술이다. 그래서 예술은 우리 삶에 가장 유연하지만 뚜렷한 의지가 요구되는 분야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예술의 방법을 충실히 이행할 때 우리는 유일하게 살아서 천국을 맛보게 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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