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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사라 Mar 19. 2022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다

로스쿨 입학 준비편

아이슬란드에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했다. 드라마 ‘도깨비’처럼 문 열면 바로 레이캬비크의 깜깜한 밤하늘 아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 현실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10시간 고된 비행 끝 드디어 육지에 발을 내딛나 했는데 곧 다음 비행기로 갈아타야한다. 다시 한번 비행기에 올라 아이슬란드에 도착해도 눈앞에 바로 오로라가 펼쳐지진 않는다. 일명 ‘오로라 헌팅’을 나서 추운 밤거리를 헤매야 하고 볼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다. (실제로 몇년전 아이슬란드에 갔었던 나는 오로라는 못보고 돌아왔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어려운 과정은 생략했다.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기 전 거쳐야만 하는 긴 과정. 휴가는 낼 수 있나? 비행기 표... 통장 잔고도 확인해야 한다. 회사에 뭐라고 이야기하지? 집에는? 남자친구가 못 가게 하면 어떻게 하지? 밀린 업무는 어떻게? 우리 강아지는??? 끝도 없다....

딱 한 장만 열면 된다더니! 나도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딱 한 장만 여니 마법처럼 바로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고. 또는, ‘오늘은 이만 좀 쉰다는’류의 에세이처럼 좀 쉬라고 그냥 편하게 살라고. (근데 남들한테 편하게 살라고 글 쓴 작가는 매달 몇 천만 원씩 인세 벌어가며 강의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더라. 제발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그 사탕값은 결국 다 본인 몫이다) 뻔한 말이 뻔한 말인 이유는, 늘상 그렇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No pain, No gain. 이것도 정말 그러하다. 쉬운게 없다.

그래도 당신은 아이슬란드 가는 법을 검색했다. 이제 세상은 아이슬란드 가는 법을 검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로 나뉜다. 거기가 시작이다. 그게 눈앞이 마법처럼 바뀌는 영화의 첫 장면이다. 한번만 더 뻔한 말을 해보자면,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인 이유는, 그만큼 마음 먹기가 어렵기 때문일거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반은 온 거라고.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돌아가더라도 가는 방법은 늘 생겨난다.

내가 첫 페이지를 넘긴 책은 하필이면 2000페이지쯤 되는 책이 30권 정도로 묶인 일종의 시리즈물(?)이었다. 그것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외워야하는. 게다가 이 시리즈물은 바로 읽을 수도 없다. 여기에 접근하려면 고개를 하나 더 넘겨야 했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다는 로스쿨 입시. 법 공부도 장난이 아닌데, 장난 아닌 그 법 공부를 하려면 일단 학교부터 들어가야 한다. 일하면서 로스쿨 입학 준비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당시 업무 환경을 고려해보면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미 점심, 저녁을 컴퓨터 앞에 앉아 김밥으로 때우며 일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그때 내가 찾은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도움을 요청한다. 모든 걸 스스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누구나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로 쉽게 도움의 손길을 잡을 수 있다. 나는 회사 직속 선배에게 계획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원 진학 준비를 위해 일주일에 딱 하루만 정시에 퇴근하게 해달라고. (일찍 퇴근도 아니고 정시 퇴근을 부탁?! 그때는 그랬다;;;) 선배는 내가 팀 막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줬고 퇴사 때까지 약속을 지켜줬다.


이건 나중에 책에서 본 건데, 12살의 스티브 잡스는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다 부품이 없어 고민하던 중 전화번호부에서 HP 공동창업자 빌 휴렛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고 놀랍게도 직접 전화를 받은 빌 휴렛은 잡스가 필요한 도움을 줬다고 한다. 잡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일단 전화번호부에서 그 사람의 번호를 찾아내세요. 그리고 전화를 걸고, 도와달라고 하세요. 전화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이를 거절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구하거나 요청하려 하지 않아요. 그것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과 그저 꿈만 꾸는 사람의 차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 삶을 돌이켜볼때 도움을 요청하는데 주저 없었던 내 태도가 늘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줬다. 내 주변에는 좋은 멘토들이 많다. 엄청난 기업가들, 유명한 감독, 배우, 셀럽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심지어 수저도 없던 내가 어떻게 알게 됐을까? 처음 밝히는 비밀인데, 바로 SNS DM과 이메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고 싶다고, 커피 한잔하고 싶다고 DM을 보냈다. 그런 유명한! 사람들이 DM을 보고 만나준다고? 그랬다. 잡스의 말처럼 거절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방법은 통했다.

둘째, 동반자를 찾는다. 선배에게 일주일에 하루를 빼달라고 한 건, 스터디 때문이었다. 로스쿨에 가기로 마음 먹고 진학 준비 카페에 가입해 회사 근처에 주경야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대기업이 대부분인 광화문 일대여서 나처럼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였다. 한 달에 350시간씩 일하면서 밤엔 공부하는 생활을 거의 1년 동안 해야 했는데 그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 버텼을 것이다. (스터디 벌금의 위력!) 지금 목표에 확신이 없거나 혹은 목표까지 도달할 자신이 없다면 같은 길을 공유할 사람을 먼저 찾아라. 이 방법이 진리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한 번에 합격을 했다. 검정고시도, 대학 입학도, 대학원도, 변호사시험도 늘 두 번은 없었다. 이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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