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굴 떡국떡)
겨울의 알싸함이 코끝을 간질이며 추위의 시작을 알릴쯤이면 매생이와 굴이 나를 만나러온다. 미국에서 생활할 땐 이름조차 몰랐던 매생이. 4년 전 모국에서 우연히 만난 매생이와 굴과의 인연. 겨울동안 나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남 을 갖는 그들은 내게는 특별한 존재다. 매생이와 굴과의 인연은 외로운 모국 생활에서 또 다른 가족들과의 특별한 만남의 계기가 되었으니 실로 내겐 귀한 은인임에 틀림없을 테다.
실제로 코로나로 문예창작교실의 문이 닫혔을 때다, 글쓰기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문우들은 교실의 문이 닫히는 아쉬움을 어쩌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렸다. 결국 그 열정에 감동한 오지랖지천인 나는 우리 집을 교실로 오픈해서 수업을 했으니. 첫 수업이 끝난 후 환호의 박수를 치며 서로의 마음들을 확인했던 잊지 못할 추억은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 문학창작교실의 한 장이다.
첫 수업 후 문우들에게 대접했던 음식이 매생이 굴전과 시래기나물이다. 우연일까. 매생이의 파릇한 색감으로 곱게 엉킨 모습과 싱싱해서 빛나는 굵은 굴의 모습은 흡사 그분들 같다는 생각에 입 꼬리가 귀에 걸린다. 나이에 숫자만 더 했을 뿐 예쁜 모습으로 엉켜가면서 지금까지도 향긋한 바다냄새를 곳곳에 풍기며 잘 지내오고 있고 교수님이 계시는 한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짐은 당연 할 테니까.
자연을 주제로 ‘만남’의 글을 구상 중, 음식과의 만남은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고 더불어 먹기를 좋아해서 일 테다. 잠잠했던 무릎의 통증이 요즘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그날도 정형외과에 들려 신경차단 시술을 받고 집에 오는 도중 우유를 사기위해 지하마켓에 잠시 들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향긋한 바다냄새가 코끝에 실려 왔다. 그 냄새를 따라 가보니 매생이와 굴의 얌전하지만 도도한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으니. 거의 2년 동안 그들을 잊었던 나를 책망이나 하듯 나를 흘겨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백하지만 년 전 이맘때는 무릎의 통증으로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며 벽을 잡고 우느라 먹는 것도 사는 것도 모두 귀찮았던 때지 않았던가. 때문에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하고 두해를 넘겼고 마침내 눈 흘기는 그네들과 그날에야 조우했으니.
무엇에 홀린 듯, 속죄하는 마음으로 매생이와 굴을 잔뜩 사들고 집에 와서 사흘째 매생이 굴 떡국만 끓여먹고 있다. 질리지도 않는다. 큰 냄비에 가득 끓여서 먹을 만큼만 덜어서 데워 먹으니 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혼자 먹기 아쉬워 이참에 레시피를 올리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오늘 저녁메뉴로 매생이 굴 떡국과 매생이굴전으로 많은 사랑 받으시길.
매생이, 굴, 그리고 떡국 떡의 만남은 신이 주신 궁합인 듯 단 한 번도 모두의 기대를 져 버린 적이 없다. 매생이 굴 떡국으로 마음까지 따듯하고 착해지는 넉넉한 겨울의 한적한 시간. 그 시간 속에 나와 그리고 선생님들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다.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며 감사함이다. 그래서 음식이야기가 나는 좋다.
*매생이, 굴, 그리고 떡국떡의 만남*
재료: 매생이, 굴, 떡국 떡, 멸치 육수, 마늘, 액젓, 소금
1) 매생이와 굴은 소금물에 잘 씻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체에 바쳐둔다.
2) 팬에 참기름 OR 들기름을 두르고 매생이를 풀어가면서 잘 볶는다.
3) 육수가 끓으면 물에 담갔던 떡국 떡을 넣고 끓이다가 매생이 볶은 것 을 넣고 한 소큼 끓인다.
(떡을 참기름에 재어놓았다가 끓이면 더욱 꼬들꼬들함)
4)이때 다진 마늘과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굴을 넣고 휘리릭 한번 저으면서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끈다.
6) 굴을 넣고 너무 오래 끓이면 단맛이 빠져버리고 질겨져서 맛이 없다.
7) 기호에 따라 파, 청양고추, 후추가루를 첨가한다.
8) 마지막 참기름 한 방울은 신의 한수
9) 매생이의 성질상 매우 뜨거우니 드실 때는 조심조심해서 드셔야함.
Tip: 한 번에 많이 끓여 냉동고에 소분해서 보관해도 맛 보장 100%
유튜브 검색하시면 별별거 다 나옴.
오늘 우리, 각자의 터(家)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우리들의 만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길 새해의 소망으로 더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