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군대' 라이프.
저의 미니멀라이프 시작은 군대였습니다. 방심하면 사고도 단순해져 버리는 단점이 있지만, 군대는 그 어느 곳 보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길 때 옷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하나 더 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궁리하는 것이 제 삶의낙 이었습니다. 이 환경 속에서 저는 어떤 미니멀라이프를 만들어나갔는지 나눠 보고자 합니다.
생활빨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도전은 수건 한 장으로 생활하는 것이었습니다. '수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은 스포츠타월이었습니다.
스포츠타월은 수영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보통 파란색, 핑크색, 초록색, 노란색 등 쨍한 색을 띠고 부들부들한 촉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수건의 특징은 스펀지 소재로 되어있어 물을 순식간에 쭉! 빨아들입니다. 그리고 손으로 한 번 짜주기만 하면 곧바로 다시 새 수건처럼 물을 흡수합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 널어두면 아침에 바삭하게 튀긴 베이컨처럼 딱딱해집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수건이 부족할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사용한 아이템입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일반 수건과 비교했을 때 몸의 물기를 완전히 닦기에 부족함이 있지만 남은 물기는 체온으로 말린다고 생각하면 큰 단점은 아닙니다.
수건 다음으로 큰 비준을 차지하는 것은 속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군생활에서 필요한 속옷은 반팔티, 팬티, 얇은 양말. 총 3 종류입니다. 저는 빨래의 빠른 회전을 위하여 양말을 제외한 것들은 면 소재가 아닌 '속건성' 스포츠웨어를 선택했습니다. 매일 빨래해서 돌려 입으려면 무조건 빨리 마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입은 속옷을 빨래하고, 다음날 나머지 한 세트를 입으면 2세트 만으로 문제없이 생활이 가능합니다. 간혹 늦게까지 훈련하거나 빨래를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을 대비해 비상용 속옷 1~2 세트 여유분을 안 보이는 곳에다가 보관했습니다.
군대의 최고 장점은 옷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도 군복이면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 고민 없이 매일 입던 옷을 집어 들면 됩니다.
군복은 부피가 크고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매일 깨끗한 옷을 입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남자들 밖에 없는 환경이 그런 단점을 커버해 주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고정된 루틴이 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바로 샤워실로 달려갑니다. 샤워를 한 뒤에 내가 오늘 입었던 속옷, 스포츠타월, 액체세제를 세숫대야에 담아 세면대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손빨래를 하고 비어있는 세탁기에 탈수만 한 하고 방으로 돌아와 세탁물을 건조대에 널어 둡니다. 적은 속옷으로 생활하기 위해서 약간의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빨래 통에 빨래가 쌓일 일도 없고, 다음날 마른 옷을 바로 입으면 되기 때문에 빨래를 접는데 시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하루가 규칙적으로 흘러가고, 입는 옷이 통일되어 있고, 하는 일이 정해져 있는 단순한 환경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환경과 생활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 고민하고 시도했던 경험으로 지금 삶에 맞는 미니멀라이프를 잘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