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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 하늘 흰구름 Aug 10. 20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이 내게 남긴 이야기

“아 진짜 나 지금 정신없는데 내가 그런 거까지 신경 써야 돼? 눈치 좀 챙겨라”  

작은 결정을 상사에게 물어보던 그녀는 

갑자기 들은 이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이럴 거면 그냥 헤어지자. 다 짜증 나.”

오늘은 데려다주겠 말이 없는 남자 친구와 싸우다 무심히 던진  말에  

 남자 친구는 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여자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생각해보면 10대 20대 때는 선을 자주 넘고 살았다.

그게 먼가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 같게 느껴지고, 자유롭게 느껴져서였을까…

그리고 나는 그렇게 자주 넘는 그 선을 타인에게는 엄격하게 지키길 원했고,

 선을 넘으면 그 사람을 멀리했다.  



집중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 즐거움이 성적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을 때 즐거움을 잃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더 이상 그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 선을 이미 넘었던 생각에  

공부와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원 재학 중 학회에 갔을 때, 그 당시 가고 싶었던 회사가 생겼다.  

하지만, 내 스펙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이미 노력해서 그 성과를 이루기엔  

되돌아갈 수 있는 그 선을 이미 넘었단 생각에  

난 도전은커녕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않고 포기했다.  


과학에는 항복점이라는 용어가 있다.  

물체가 더 이상 탄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구 변형이 시작될 때의 그 힘의 포인트를 의미한다.  

고무줄은 잡아당기면 다시 돌아오지만

항복점 이상의 힘이 가해졌을 때는 그 탄성을 잃기 시작하고 늘어진다.  


20대 때에 나는 내 인생에 존재하는 특히 내 꿈과 관련된 선들이 항복점이라 느꼈나 보다.  

그 선은 항복점이 되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관계를, 다시 품을 수 없는 꿈을 만들었다.  



루서 스피어는 이렇게 썼다.

"조던의 재능 중 특히 양날을 지닌 재능은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고, 그런 다음 무한해 보이는 에너지로 목표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그는 자신의 관용과 관대함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조던은 파리 한 마리를 잡는 데 대포알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_'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주인공 데이비드 조던은 물고기들을 발견하고 수집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을  분류학자였다.

그는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 여기며 이 일을 하던 중

스탠퍼드 대학에서 후원을 받아 종신교수로, 학장으로 경제적 제약 없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경제적 여유로움과 위상이 주어지자, 물고기를 수집하는 자신의 분류학의 자신의 철학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업적과 철학에 과한 믿음이 생기자,

자신의 철학에 반하는 사람들을 제거해가고,

자신이 믿는 우생학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열등하다 여긴 사람들을 강제 낙태시켰다.


다윈의 진화론과 퇴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아무리 보잘것없는 생물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했던 그가

우생학을 주장하며 많은 여자들을 가두고 강제 낙태를 행한 사람으로 변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번 얻은 위상에 대한 집착, 자신이 일구어 놓은 것들 어느 하나 잃지 않으려는 욕심,

자신이 죽어서도 남아있으리라 믿는 자신의 업적 등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내가 확실하게 느낀 ,

그는 선을 넘었고, 다시 돌아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보이는 작은 것들에도 의미를 찾던 자신으로 가는 것을 포기했고

 선을 넘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멀리 도망갔다.

끊어져버린 고무줄처럼...


아이가 글자를 쓰다가 틀렸다.  

지우개로 썼으면 좋았을 텐데, 사인펜으로 써서 지울 수가 없었다.  

X 표시를 하고 옆에 다시 쓰면 된다는 말에 아이는 운다.  

다시 돌이킬  없는 , 너무 서러워서 운다.  

아이의 세상에선 그 게 큰일이라고 내게 친구가 알려준다.  

아이는 커가면서 배울 것이다.  

X 표시를 하고 다시 적어도, 처음부터 정확히 적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그 것이 앞으로도 '네가 계속 잘못할 ' 의미하는  아니란 것을...

이제는 틀려도 당당하게 '실수해도 괜찮아' 스스로 외치며 X표시를 하는 아이를 보면 

왠지 모를 뭉클함이 몰려온다.

아이가 실수, 실패라는 선을 넘나들다  선이 '다시 되돌아 넘어갈  있는 ' 알게   같아서...


그런데,  그런지 모르게, 성인이 되어가면서

모든 일에 그은 선들은 점점  선명해진다.

그 선의 선명함이 점점 항복점이 되어

한계와 포기를 만든다.

또는 그 선을 넘은 자신을 외면하기 위해

선을 넘기 전의 자신을 지운다. 원래 없던 선처럼..


물불 안 가리는 탐험 정신을 지닌 물고기 발견계의 거두로서 그가 남긴 업적은 아무 흠 없이 유지되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기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상처하나 입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데이비드의 질서를 파괴하고, 그에게 가장 소중한 그것을 훔쳐갈 마지막 남은 하나 방법...

자연의 방법은 더 잔인했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_'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조던이 죽은 후 저자가 쓴 이야기


데이비드 조던 그는 결국 선을 넘고 그것을 외면하면서까지 잔인하게 변했지만,

자신의 철학을 만든 어류란 본바탕이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가 선을 넘은 것을 인정하고 다시 넘어 되돌아갔다면, 비록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도,

그가 남긴 업적에 숭고함이 남아 외면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물고기의 반대편에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물고기를 놓아주는 일은 그 결과로 또 다른 어떤 실존적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_'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다시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리고 고치고 싶은 나의 모습들이 있다.

솔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 것들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너무 많은 선들을 긋고 너무 그 선에 집착하고,

다시 돌아가길 포기하고 외면하기에...

그저 아이가 X 표시를 하듯 인정하고, 담담하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 올까...


 책은 내가 만든 선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고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글을 남길  있게  주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 밀러'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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