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ny Sep 11. 2024

에이리언 로물루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가 되어버리다. 

에이리언 1의 기념비적인 탄생 이후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에 의해 할리우드 대표 시리즈로 발돋음하게 된다. 데이비드 핀쳐와 장 피에르 주네의 3,4편은 호불호가 있지만 리들리 스콧, 제임스 캐머런, 데이비드 핀쳐, 장 피에르 주네 모두 다 그 당시에 할리우드에서 신임 취급받았던 감독들인걸 떠올리면 사실 놀라운 시리즈임은 분명하다. 각 감독들이 생각하는 에이리언에 대한 상징들을 각자가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그려놓았다. 덕분에 에이리언의 색깔은 풍성해졌다.  여기까지가 모두가 다 아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문제는 리들리 스콧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로메테우스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의 기원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한 3부작은 프로메테우스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커버넌트의 흥행 실패로 좌초되고 결국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선회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탄생에 대한 거대한 비밀을 밝히겠다고 말하고서는 실질적으로 80년대 슬래셔 무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의 금요일을 생각해 보자.  낯선 타지로 여행 -> 10대의 일탈과 섹스 및 개인행동->죽음->살인마와의 일대일 대결이라는 이 구도는 뻔한대도 불구하고 더 잔혹하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장르의 몰락은 가져왔을지언정 '13일의 금요일'을 무려 11편이나 만들게 하는 기본 동력이 되었다.(12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 시리즈마다 죽는 제이슨은 5편 이후 언데드가 되어버리는데도 어쨌건 이어진다.)  

프로메테우스는 80년대 10대 슬래셔 무비의 공식을 에이리언과 교접시키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의 메인 광고 카피처럼 "인류의 기원"이나 "에이리언 탄생에 대한 비밀"은 그냥 낚시에 불가하다. 여기에 낚이지 말고  보자면 리들리 스콧은 1억 3천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게 들었던 이 SF 물에  유명 배우들을 대동시키고는 10대 슬래셔 무비의 희생자들처럼 다 죽여버린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만약 에이리언이 인간처럼 교양이 있다면, 그리고 지구에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아마도 그것은 한니발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유일한 속편은 한니발이었다. 그 영화의 제작비는 무려 8천만 달러였다. 명배우들과 판권의 개런티 때문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돈이 너무 많이 들었던 영화였다. 그럼에도 그는 한니발을 끝까지 추진하였다.  한니발 영화에서 하이라이트인 두개골을 따서  뇌를 먹이는 장면을 에이리언으로 바꾼다면?  식인을 제외한 한니발의  지식에 대한 탐닉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프로메테우스 세계관의  '데이빗'으로 넘어간다. 한니발과 스탈링에 대한 감정은 커버넌트의 데이빗에게 간다. 한니발의 식인, 지식, 감정은 프로메테우스에서 크리쳐와 데이비드 1,2로 삼분화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빗은 설정상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에이리언도 마찬가지이다.

한니발에 속수무책 당한 사람들처럼 프로메테우스에서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10대 슬래셔 무비의 희생자들이며 우주의 한니발을 위한 일종의 코스 요리들이다.  이들의 죽음으로 결국 영화에서 살아남은 것들은 '늙지 않는' 기괴한 크리처들뿐이다. 

할리우드는 시리즈의  '불멸'을 원하지만 그 불멸을 만든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 한니발의 안소니경 모두 노쇠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선택은 굉장히 무서운 선택인 셈이다. 오직 늙지 않는 것은 자신이 블레이드 러너에서 창조한 안드로이드와 에이리언뿐. 그들은 노쇠화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배우들 대신에 언제든지 새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에이리언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시리즈의 성질을 변경해 버린다.  이건 그동안 할리우드가 이야기를 덧붙이며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고 잇고자 했던 속편이나 프리퀄들과 같은 상업 방식과 전혀 다른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의도적으로 명망 있는 배우들을 다 초대해놓고는 다 죽여버린다.  주인공은 영화 속 캐릭터'리플리'가 아니라 영화에서 늙지 않는 '크리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원래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독창성. 그리고 시고니 위버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크리처가 나오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죽일까 형식의 슬래셔 무비로의 변환.    엄마에서 제이슨으로, 제이슨에서 언데드로, 나중에는 우주괴물로 변하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처럼 에이리언의 크리쳐들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온다.

  이제 이 시리즈는 원작팬들의 만족을 위해 기존의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 장면들도 넣어야 할 뿐 아니라 리들리 스콧이 강제로 탄생시킨 기괴한 크리처들의 살육 행각들과 스토리 파편들을 이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져 버렸다. 물론 로물루스는 이 '숙제'를 1편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서,(혹은 감독의 맨 인 더 다크를 그대로 우주로 카피한 방식으로) 일부분  해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안다. 이 시리즈가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처럼 지겹도록 나올 사실을.  웨이랜드의 끝없는 야욕처럼 헐리웃이라는 제국도  타계한 이안 홈을 AI로 살려낸 것처럼 계속  이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식으로  에이리언을 복귀 시킬지 겁이 난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문화 제국주의 성격 아래에서  에이리언 시리즈의 명성에 대한 지분을  온전히 다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의 총 제작을  리들리 스콧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 스스로가 웨스 크레이븐처럼 자신이 만든 속박과 법칙들을 '스크림'처럼 깰 수 있는 그런 유연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 리볼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