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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봄 Apr 15. 2022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렇게 반문했던 걸 지

금도 기억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돈 내고 참여할까요?”


당시 국내에는 선례가 없었으니 그런 의구심을 가질만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도했던 15명 정원의 첫 번째 프로그램에 12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강의명은 ‘치유하는 글쓰기 워크숍’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치유하는 글쓰기를 안내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선 믿음이 커진다. 글쓰기를 통해서 얼마나 치유되고 행복해지는지 지금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져서 살 것 같아요.”

“와, 어떻게 마음이 이런 말을 하죠? 신기해요!”

“글을 써보니 알겠어요. 몰랐던 내 마음을요.”

“열심히 글을 쓰면서 내가 많이 성장한 걸 느껴요.”

“매일매일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당신도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을 써서 당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면 짙은 외로움이 고요한 평온함

으로 바뀌는 걸 경험한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한 자 한자 글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괴로움이 옅어지면서 안개 속에 가려진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누구든 작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지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을 내 자신에게 해줄 수도 있다. 뿔뿔이 흩어져 혼란스럽던 생각들을 조금씩 글로 옮기면 생각지 못한 삶의 해답이, 자기 이해가, 통찰이 종이 위에 펼쳐진다. 그 경험을 당신도 해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걸 실감한다. ‘마음’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한다. 사실 자신을 잘 알지 않고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졌다. 너무나 많은 길, 너무 많은 선택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며, 매 순간 우리의 선택을 종용한다.


자신의 내면에 선택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으며 고려해야 할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선택이 불가능해져서 삶이 미궁으로 빠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이해, 자기 공부가 절실한 시대를 사는 것이다. 이럴 때 치유 글쓰기가 당신을 도울 수 있다.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작가들의 방법론과는 사뭇 다르다. 글을 쓸 때 각고의 노력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친한 사람에게 수다 떨듯,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저 받아적으면 된다. 반면에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가는 마음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을 만나는 사람이 아닌가. 치유를 위한 글쓰기도 그렇다.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 바로 치유 글쓰기의 과정이다.


글쓰기는 꽤 오래전부터 인간들에게 치유의 힘을 선사했다. 격변의 역사를 살아낸 개인이 소외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긴 일기, 수행자들의 종교적 체험기, 언어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들의 몸부림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위로와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치료 현장에 글쓰기를 도입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가 병원에서 환자에게 글쓰기를 권해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약 100년 전부터 등장하지만, 글쓰기 치료의 성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50년 이후다.


글쓰기 치료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분노, 성폭력 같은 심리적 상처의 치료는 물론,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적인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특히 심장병 같은 육체의 질병과 면역체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글쓰기 치료와 관련한 책들이 속속 번역되거나 출판되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치유 글쓰기 안내자들이 그새 아주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또는 자율적으로 모여서 마음공부와 자기 성찰을 위한 글쓰기를 오래 지속해온 모임이 많이 존재한다. 자기 앎을 지속하는 멋진 그들을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_ 박미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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