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송정 Feb 11. 2023

"어서 장례식장 보내줘" 엄마를 달랜 아들의 한 마디

강제윤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커지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 엄마가 얼마나 더 우리 곁에서 사실 수 있을까?', '갑자기 아프거나 인지장애라도 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우리도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 말입니다. 



부모님 마음은 이런 자식의 생각과는 다른 거 같아요. 마지막까지 자식들한테 폐가 되지 않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랍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내 집에서 이별할 수 있길 바라면서도, 자식들 고생시킬까 봐 요양병원으로 가야 하는 현실을 슬픈 눈으로 받아들이십니다. 늘 자식을 먼저 생각하시니까요.



'엄마의 엄마'를 자처한 아들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 어른의 시간



책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를 쓴 강제윤 작가님 어머님도 아프신 가운데 늘 자식 걱정을 하셨어요. 당신은 입안에 암이 생겨 미음조차 넘기기 힘든데도 기력이 조금 돌아오는 날엔 아들 몸에 좋은 음식을 해주려고 애쓰셨지요.



아들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 옆에서 갖은 정성으로 '엄마의 엄마'가 되어 드립니다. 음식을 씹을 수 없는 어머님을 위해 식재료는 모두 갈고, 매일 다른 미음을 만듭니다. 침이 안 나와서 맛없다 하시면 군말 없이 버리고 다른 음식을 다시 만들어 드립니다. 그 정성에 어머님은 아들과 3년을 더 사시고 작년 가을,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돌아가시고 나면 울면서 후회하는 게 자식인데 아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의 마지막 시간을 덜 고통스럽게 해 드리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더라고요.



그렇게 어머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책으로 냈습니다. '어머님의 지혜로운 말씀과 암 환우 치료 정보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서'라고요. 책 제목도 어머님이 하신 말씀,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입니다.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인 부모님



저희 엄마도 늘 자식 걱정을 하십니다. 그중에서 제일 걱정은 저라고 하시죠. 다른 형제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옆에서 봐줄 수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으니 어떡하냐고, 당신이 떠난 후에 혼자 살 딸을 걱정하시는 겁니다. 



작가님 어머님도 술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국물지(물김치), 굴 뭇국, 황탯국 등을 만들어 주시며 늘 아들 걱정을 하셨습니다. 어머님은 '천금이 있어도 사 먹을 수 없는 귀한 밥상'을 나중에도 해 먹을 수 있게 아들에게 차근차근 알려 주셨고 아들은 늦게 알아차린 귀한 레시피를 눈물로 기록하며 책에 남겼습니다.



'평생 어머니의 밥을 얻어먹고 살아왔지만 이제야 뒤늦게 밥상의 귀함을 깨닫고 있다. 천금이 있어도 사 먹을 수 없는 밥상, 아니 사랑. 어째서 일찍 깨닫지 못했던가 생각하며 자주 눈물을 흘린다. 내게 생명을 주시고 내 생명을 키우신 어머니. 나의 창조주, 어머니야말로 진정 나의 하느님이다.' (p.106)



그런 어머님이 46킬로그램까지 회복했던 몸무게가 다시 35킬로그램으로 줄면서 누워만 계실 때 "요양병원에 보내줘"라고 하십니다. 또 어떤 날은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가련다. 이제 보내줘라, 어서 장례식장 가자"라고도 하시지요. 밥 먹는 게 고통스러워 그렇다고 하시지만 진짜 마음은 아들 고생이 끝이 없을 것 같아 그러셨습니다.



언제나 뒤늦게 후회하는 자식들



엄마와 같이 사는 저는 가끔 엄마와 다투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제가 하는 말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의 말을 듣고 "아, 엄마는 그랬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는 공감 한 마디면 되는데 그게 참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어쩌면 나중에 엄마를 섭섭하게 한 제 말을 가장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엄마 마음을 헤아려 드리기엔 여전히 부족한 딸이라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어머님이 하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으셨어요. 자식에게 부담 주기 싫어 '어서 보내달라'라고 하실 때마다 "저랑 조금만 더 같이 살아요"라는 말로 그 마음을 헤아리고 달래 드립니다. 더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생명의 본능이라는 것을 알고 말이죠.



그러다 가시기 직전 입을 막고 드시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삶을 정리했던 어머님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합니다. 어머님 집에서, 아들 손 잡고, 더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보내드렸는데도 말입니다.



'혼곤한 잠에 빠져 계셨던 그 3일 동안 어머니의 눈가에는 자꾸 눈물이 맺혔다. 그냥 계속 눈을 감고 있으니 흘러나오는 눈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어머니가 흘린 슬픔의 눈물이었다. 어머니는 이미 스스로의 마지막 시간을 예감하고 계셨던 것 같다. 깨어날 수 없는 잠 속에서 아들과의 이별이 마냥 슬퍼 속울음을 울고 계셨던 것이다. 아둔한 아들은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p. 301)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요즘 들어 어깨가 더 앙상해지는 저희 엄마가 생각나서 울고, 우리에게도 오게 될 일이라 그렇게 눈물이 났었나 봅니다.



저희 엄마는 늘 "나는 낮에 팔딱팔딱 뛰어다니다가 그날 밤에 갈 거다"라고 하십니다.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당신도 힘들지 않게 가시고 싶다고요. 그런데 저는 '엄마 때문에 이 책에 있는 치료 정보를 찾아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지요.



부모가 되어본 적 없는, 자식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와 닿은 것이 있으니 친정엄마가 없었던 엄마에게 저도 '엄마의 엄마'가 되어드리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더불어 작가님 어머님이 하늘나라에서도 사진처럼 웃으며 잘 지내시길 빕니다. 



                                   웃는 모습이 고우신 작가님 어머님, ⓒ 어른의 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정답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