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원도 최애 막국수집 <청대리 막국수>
2월 강원도 여행의 첫끼를 청대리막국수로 시작했다. 청대리 막국수에서 100% 메밀면으로 만든 토면을 맛본 이후로는 다른 막국수집에 잘 안 가게 된다. 아쉽게도 여행파티원이 2명이어서 고심 끝에 토면, 도토리묵, 감자전을 시켰다. 토면은 양이 적으면 아쉬울 것 같아 곱빼기 주문이 가능하냐 여쭈었더니 된다고 하셔서 망설임 없이 곱빼기로 시켰다. 둘이 가서 시킬 수 있는 최선의 타협점이다. 토면이 나오기 전 도토리묵과 감자전이 먼저 나왔다. 인생 감자전, 도토리묵까지는 아니지만 훌륭한 맛이다. 저 날은 도토리 묵보다도 도토리 묵에 들어간 상추 겉절이가 더 맛있었다.. 감자전 한 입 도토리묵 한 입 정신없이 먹다 보니 토면이 나왔다. 메밀싹이 올라만 순 메밀면은 올 때마다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고소하면서도 달콤 짭조름한 사장님 특제소스는 메밀향과 정말 잘 어울린다. 적은 양이 아닌데도 늘 아쉬움을 남기는 맛이다.
2. 속초의 쌀국숫집 <완앤송 하우스 레스토랑>
속초의 오래된 서점 중 하나인 동아서점의 2대 사장님이 인터뷰에서 속초에서 좋아하는 식당이라며 소개하신 곳이다. 속초 현지인의 추천이라 늘 가야지 몇 년째 벼르고만 있었는데, 이제야 가봤다. 속초에 워낙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 늘 선택지에서 밀린 것도 있지만, 라스트 오더가 15:30이라 늘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평점도 높은 편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완앤송의 첫인상은 굉장히 세련됐다. 통유리로 된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었는데,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식사하기 좋을 듯하다. 매장 곳곳에 창문이 많아 자연광 덕에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쌀국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메뉴는 꽤 다양했다. 사실 그래서 정체성을 알기 좀 어려웠다. 쌀국수, 아롱사태국밥, 치킨티카마살라, 일본식 타코라이스, 누들샐러드.. 여기가 베트남인지 인도인지 일본인지 멕시코인지..ㅎㅎ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소고기 쌀국수와 타코라이스를 시켰다. 음료는 산펠레그리노 그린자몽을 시켰는데, 마시다 보니 고수를 넣으면 쌉싸름한 맛이 추가되어 더 상큼할 것 같았다. 동행자가 이상할 것 같다고 했지만, 나의 직감을 믿고 넣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동행자도 맛있다고 계속 마심) 쌀국수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메뉴 양은 정말 많았고, 맛은 평범했다. 나는 좀 맑고 개운한 맛을 선호하는데, 완앤송 쌀국수는 조금 느끼했다. 개운함을 느끼고 싶어 고수를 두 번이나 추가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타코라이스. 1980년대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밥 위에 타코를 얹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비주얼은 새로웠으나 먹다 보니 밥이 많은 브리또 맛이 났다.ㅎㅎ 워낙 타코 부리또를 좋아해서 익숙한 맛을 즐기며 먹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여행 중 일부러 찾아와 먹을 정도는 아니고, 속초에 장기체류 시 오며 가며 들려먹기 좋은 곳이다. 맛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식당이었다.
3. 속초의 스시맛집 <호인스시>
강원도 스시맛집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소중한 맛집이다. 닷지테이블 10석으로 예약제로만 진행하는 곳으로, 하루에 런치 2타임(12시, 1시 반), 디너 2타임(5시 50분, 7시 40분)으로 딱 4타임만 운영을 한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예약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런치 좌석이 남아있었다. 예약 당일에 보니 평일인데도 닷지는 만석이었다. 하마터면 못 먹을 뻔한.. 주말은 예약이 쉽지 않을 듯하다. 오마카세 특성상 적은 가격이 아니고, 강원도에서는 첫 오마카세라(첫 스시이기도 한) 기대만큼 걱정도 컸다. 일단 식당의 첫인상이 단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고요한 분위기에 정갈한 인테리어도 맘에 들었다.
런치 오마카세는 1인 80,000원인데, 구성은 21 접시가 나온다. 점심 한 끼로는 충분한 양이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첫 접시는 계란찜이었다. 가쓰오부시 국물에 고다치즈가 올라갔는데 짭조름하면서도 치즈의 고소함이 따뜻하게 올라와 식욕이 돋았다. 문어조림 두 피스가 나오고 자연산 광어 사시미가 나왔다. 셰프님이 속초 바다에서 잡아 올린 6킬로짜리 자연산 광어라고 설명해 주셨다. 처음에는 소금을 찍어서, 다음엔 폰즈 유자소스를 찍어 먹어보라고 권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소금 간 사시미가 더 맛있었다. 사시미를 소금에 찍어먹은 건 처음이었는데, 사시미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조화였다. 나중에 집에서 먹을 때 참고해야겠다.
네 번째 접시는 껍질만 짚불에 익힌 새끼 참다랑어가 나왔다. 위에는 마늘 간장소스가 올려져 나왔다. 훈연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쏘쏘 했다. 다섯 번째는 제주산 은갈치 초밥이 나왔다. 초밥 위에 구운 갈치 한 덩이가 올려 나오는데, 으깨서 먹는 방식이다. 제일 좋아하는 생선구이가 갈치인데, 맛있었다! 여섯 번째 접시는 보리멸 튀김이 나왔는데, 곁들여 먹는 녹차소금이 인상 깊었다.(생각보다 녹차향이 세진 않았다)
본격 스시파트가 시작됐다. 7번째 스시는 참돔스시. 밥을 안 좋아하는 편이라 보통 스시집에 가면 밥무덤을 지어놓곤 하는데, 참돔 스시에서 밥을 덜어내는 걸 보시고, 셰프님이 밥양 조절을 원하시면 말해달라고 말해주셨다. 밥양을 좀 적게 부탁드렸더니 바로 조절해 주셨다. 한 접시 한 접시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준비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으로 줄무늬전갱이 스시가 나왔다. 처음 먹어본 생선인데, 방어보다 좀 더 쫄깃한 식감이었다. 다음으로는 탑 3에 들었던 생참치 대뱃살 스시(1위는 단새우, 2위가 참치대뱃살, 3위가 성게알 김말이다..ㅋㅋ). 생참치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10번째 접시는 유자껍질이 올라간 무늬오징어. 맛도 맛이지만, 바로 앞에서 셰프님이 오징어에 칼집 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음은 키조개 관자 김말이. 중간에 미소장국이 나왔다. 미소를 즐겨 먹지 않는데, 미소향이 강하지 않고 버섯향이 은은하게 남아서 미소 한 사발을 뚝딱했다.
이어서 나온 금태스시, 단새우, 성게알 스시가 나왔다. 단새우는 원래도 최애스시인데 두툼하고 탱글탱글한 단새우가 3피스나 올라가 정말 흐뭇하게 먹었다. 성게알 김말이도 훌륭했다. 부드럽고 크리미 한 바다맛이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간장에 살짝 절인 생참치 등살이 나왔는데, 맛있었지만, 생참치 대뱃살의 감동이 너무 커서인지 큰 감동은 없었다. 다음은 참치를 다져만든 네기토로, 구운 장어가 나왔다.
식사로는 얇은 면이 특징인 이나니와 우동, 새우살로 밀가루 없이 구운 계란, 후토마키가 나왔다.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디저트로는 호지차와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포가토가 나왔다. 식사 중 셰프님들의 정갈한 손놀림을 몇 장 남겨봤다. 한 끼에 팔만원이면 절대 싼 가격은 아닌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훌륭했고, 서비스도 완벽했고,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 또한 취저였다. 속초에 올 때마다는 아니지만, 맛있는 스시가 먹고 싶을 때면 찾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