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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ee Mar 29. 2024

봄, 가족여행, 이번엔 포르투갈-0

여행은 가기 전이 제일 즐겁다

해마다 유나의 봄 방학에 맞춰 나간 유럽여행이 올해로 네번째가 된다.

코로나 직전에 이태리를 처음 갔고, 코로나 끝무렵에 다시 스페인을, 그리고 작년엔 유나 빼고 우리 부부만 파리를 다녀왔다. 유나가 대학을 가고나니 우리 부부는 각자 직업으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거나 주말에 골프치고 교회 가는것 외엔 별 기억나는 일이 더 없어져, 평안한 무료함에지쳐 가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엔 따뜻한 곳에 가서 골프좀 치고 오고, 봄에는 유나와 함께 추억 만들 여행을 계획하기로 하고, 여름 가을엔 자주 골프치며 우리 삶에 좀 더 풍요로움을 억지로라도 불어 넣자고 자연스런 합의를 봤다.

불과 몇달 전에 어머니가 크게 아프셔서 사선을 건너가시다 돌아 오셨다. 삶과 죽음이 그렇게 가깝다는걸 처음 경험했었다. 그리고 문득 내 나이가 50이 된것을 깨달았고, 그 무게가 갑자기 어깨를 짓눌렀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을 시작한 스무살 시절부터 30년 동안 그래도 나름 바르게 사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살아왔다. 어디에 가치를 두며 살아야하는지가 내겐 늘 가장 큰 화두였는데, 하는일이 마침 건축이라 하는 일을 통해서 '가치'를 실현하며 살기위해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워낙 타고난 게으름을 거슬러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건축일한지도 20년이 넘다보니, 타성에 젖을때도 많고, 회의가 들때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 가끔은 가슴이 뛸때도 있고, 보람을 느낄때도 있으니, 늘 감사한 마음이다. 다행인건 아직도 건축물을 대하는 자세가 겸손한 편이어서 보고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것도 많은 욕심에, 여행계획은 주로 내가 짠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돌았던 첫번째 여행, 차를 렌트해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을 두루돌아다녔던 두번째 여행, 심지어 작년에 파리만 다녀왔던 여행도 모두 30분 간격으로 쪼개서 구석구석을 쫓아다녔다.


아마 이번 포르투갈 여행이 처음이 될것 같다. 빡빡한 일정없이 포르투와 리스본 두곳만 3일씩 지내며, 걷고 먹고 앉아서 가족들과 이야기 나눌 생각만 하고 간다. 물론, 역사와 사람에대한 호기심은 어쩌지 못해서 포르투갈 역사와 문화를 조금은 이해하려고 자료를 찾아 보긴했다. 역사와 문화등을 큰 이벤트나 박제되어 있는 유물정도로 여기던 사고에서 벗어나, 나처럼 하루 하루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 진거란걸 느끼기 시작한건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솔직히는 삶의 무게를 느끼면서 부터이지 싶다. 사람사는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여기나 저기나 똑같다는걸 경험으로 느끼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포르투갈은 대항해의 역사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한다. 거창하게 들리는 '대항해'는 가난에 찌든 어부들이 이판사판으로 시작한 약탈과 노략질이 시작이었고, 포르투갈에 영광을 가져다준 영웅 엔리케왕자도, 바스코 다가마도, 가장 인간적인 욕망에서 시작된 탐험이었고, 결국은 약탈과 살육으로 조국 포르투갈에 부와 수세기동안의 '제국'이라는 칭호를 선물할수 있었다. 1755년 대지진으로 리스본이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나서 포르투갈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제는 유럽의 변방으로, 레트로 감성과 싱싱한 해산물 음식이 많은 나라, 축구에 진심인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글을 잘쓰겠다는 욕심도 내려놓고, 다녀오는 즉시 그때 그때 심정과 일정등을 나열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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