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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Aug 08. 2022

룩 백

만화를 통한 소녀들의 우정

만화에 대한 재능에 자신만만한 후지노와 등교 거부 히키코모리 쿄모토. 어느 시골 마을—아마도 야마가타현 어디쯤—에 사는 두 소녀는 만화를 통해 만화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성장한다.      



공부건 운동이건 그림이건 음악이건 기타 어떤 취미 생활이건 (심지어 블로그 운영이건) 간에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다. 내가 보더라도 나의 것은 그 사람의 것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몸부림치다가 끝내 자포자기할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경쟁자를 이기려 더 노력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애니화 소식이 들리는 『체인소 맨』으로 널리 알려진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 백은 소위 금손들에 대한 작가 지망생들의 감정을 후지노를 통해서 드러내 준다. 자신은 만화를 5분 만에 그렸다고 허세를 부리던 후지노가 금손인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 열등감을 느껴서 제대로 만화를 독학했지만, 그에 절대 미치지 못함을 깨닫고 포기할 뻔했으나, 오히려 쿄모토가 자신의 만화를 보고 동경해왔음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룩 백은 열등감을 승화시키라는 꼰대스러운 조언을 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 작품은 컷들을 통해 소녀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묵묵히 보여준다.     


작품의 대사는 어떨 때는 한 번에 우수수 쏟아지지만 실제로 내용이 많지 않다. 그 대신에 룩 백은 대사보다 주로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다는 것,

두 소녀가 만화를 통해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직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서로 떨어져 있지만 얼마나 상대를 응원하고 있는가 등,

이 작품은 그런 중요한 과정들을 대사 한마디 없이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룩 백의 후반부는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3년 전—일본 원판 발매 기준으론 2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헌정임이 분명한 이 작품의 후반부는 분명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이들에 대한 작가의 마음과 스스로의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인지는 이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이니 정 궁금하면 링크를 누를 것.)    




그리고, 작중 작 『샤크 킥』의 작가 ‘후지노 쿄’ 선생님의 ‘쾌유’를 바래본다.

친구의 등(back)을 보며(look) 묵묵히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이미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친구와의 우정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다시 일어서기를 후지노 쿄 선생님의 독자로 빙의해서 응원한다.     



후지모토 타츠키. 『룩 백』 김시내 역. 학산문화사, 2022.

藤本タツ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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