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 Aug 14. 2022

오래오래 잘 부탁드립니다 1-3권

애매한 감이 있다

  미술품 수집상이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6살의 타카츠카사 히카루는 아버지 쪽의 친척인 23살의 서예가 쿠즈키리 키요미즈에게 맡겨진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영 미덥지 않았고 무기력한 모습에다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그런데도 자신을 신경을 써주는 키요미즈에게 끌린 히카루는 키요미즈의 신부를 장래의 목표로 삼게 된다. 걸핏하면 틱틱대는 연상남과 온실의 화초처럼 자랐던 것만이 문제가 아닌 꽤 유감스러운 성격을 가진 여고생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비혈연 남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 바닥에서 비혈연 친척쯤이야 심심해 보인다. 예쁘고 분위기 있고 키 크고 날씬하고 피부 하얗고 볼륨마저 좋은 긴 흑발 여고생이 까칠한 이십 대 남성에게 들이댄다는 것은 분명 남성 독자를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절대 야하거나 수위가 있거나 노출이 있거나 그런 거 아니다. 순정만화인 만큼 그런 쪽으로 자극적이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잘 묘사된 작품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설로 따지면 삼인칭 시점에 가깝다고나 할까.     


  시점을 삼인칭으로 돌리고 등장인물의 마음은 가끔만 비추는 만큼 오래오래 잘 부탁드립니다는 독자가 히카루 건 키요미즈 건 인물에 몰입할 여지가 적다. 이것은 그만큼 독자의 감정 소모가 적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심심해질 위험도 또한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스토리의 빌드업이 이루어지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성이 확립되는 제1권 후반부에서부터는 새로운 캐릭터의 투입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는 경향이 느껴진다. 학원물처럼 낮에 내내 함께 있는 설정이 아니라, 낮 동안 여주는 학교에 남주는 재택 하는 상황에서 둘 사이에 이야기를 만들기 쉽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일곱 살이라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애매한 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연적을 등장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히카루가 워낙 키요미즈 직진이고 키요미즈는 이런 쪽으론 초식남에 가까운 설정이라 그것도 쉽지 않다.     


  작가도 이런 문제를 느꼈는지, 제3권 마지막에 이르러서 그나마 연적에 가까운 인물인 서브남주가 히카루와 키요미즈의 관계성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여태껏 흘러온 스토리로 보나 주변 분위기로 보나 작품 내외적으로 정당한 물음이니만큼, 여기에 대한 대답을 위해 히카루의 내면이 지금보다 좀 더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히카루와 키요미즈 둘 사이의 이야기도 계속 쌓여나갔으면 한다.      



  더 바래 본다면 히카루에게 키요미즈 말고도, 키요미즈에게 히카루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전개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지금보다 독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룩 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