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겪는 (남이 당하는) 두번째 정리해고
꼭 1년하고 몇주일 전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여지껏 다닌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이곳도 직원을 위하는 회사라고, 우리는 다르다고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순진한 나는 또 그런 줄만 알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곳에 오래 다니고 싶었다. 작년에는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정리해고를 한다고 했다. 남들은 십프로니 몇프로니 하지만 우리는 고작 육프로라 했다. 팬데믹 동안 실적이 좋아 인원을 급하게 충원했고, 경기가 기대보다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인원을 감축해야한다고 했다. 다른 테크회사들도 너도 나도 하는 정리해고이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아는 동료 직원들도 적어서 심리적 타격도 덜했다.
그리고 꼬박 1년. 나는 지금의 회사에서 동료도 많이 만들고 정을 붙여나갔다. 우리 회사는 다르다고, 이번에는 좋은 회사를 운좋게도 들어왔다고, 오래 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런데 한 달 전, 작년과 비슷한 그 시점에 우리 포지션과 다른 포지션만 꼭꼭 짚어서 많은 인원을 내보냈다. 나는 이번에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일을 잘해서 최근에 승진한 사람도 기준이 안되면 통보한 날 바로 나가야했다. 무서운 세상. 잔인한 회사. 일순간에 내 애사심은 바닥났다. 이번 만큼은 달랐다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우리 팀의 그가 아니라 내가 정리해고, "아니 그들 말대로 조직개편 (Restructuring)"의 대상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구조였다.
아이 둘에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주택 대출, 차 대출,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양가 부모님 용돈 기타 등등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어느 한 쪽이라도 일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비상사태가 온다. 비상금도 충분히 모아놓지 못했다. 정리해고를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정리해고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감정이 들었다가도, 내 동료를 생각하면 그렇게 미안할 수 가 없다. 나와 한 달 차이로 입사한 내 동료는 1년이라는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해고 되었다. 화가 났다가, 무기력 했다가, 미안 했다가, 억울했다가, 비참했다가 정리해고 소식을 들은지 몇 주가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은 감정이 왔다갔는지 알지 못한다.
이 글의 결론은 없다. 정리해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와 같다. 대비한다고 해서 타격감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피해를 위해 지금부터 대비는 해 놓아야 한다. 비상금은 6개월만치 살만큼 모아놓아야한다. 당장이라도 다른 회사 인터뷰를 보기 위한 포트폴리오도 준비해놓아야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상황에 요동치질 않을 마음의 대비를 해야한다. 쉽게 인원을 감축하는 테크회사에서 일하는 이상, 아마도 내가 가져야할 마음 가짐은 슬프게도 "나라고 안 당할 이유가 없다."이다. 따라서 그런 일이 있을 손 치더라도 내 탓은 아니다. 나는 내 커리어 성장을 위해 지금 회사에 조금씩 기여하며, 경력을 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