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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도란의 새벽다락 May 06. 2024

다 젖었거든


나는 다 젖었거든.

창문도 침대도 바닥도 책상도 현관도 무대 위도 다 젖었거든. 비가 와서 좋은 점은 젖어도 된다는 거지. 어차피 다 젖어버릴 테니까. 빗소리에 내 신음도 비명도 다 가려지겠지. 촉촉한 너가 너무나 따뜻해 내 마음은 이렇게 젖어버린걸. 여기, 너에게 줄 선물은 비밀로 할게.


너의 기억으로 하루를 다 적셔.

비가 내리고 난 뒤 고요한 거리. 너무 고요하니까 저 곳에도 내려가 기억을 핥으며 나를 맡기고 싶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잊혀진 계절> 너를 끼우고 나를 깊이 탐해달라 말하고 싶어. 창문을 열어도 도무지 시원해지지  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다리던 모든 게 시시해진 어느 날, 누구보다 야릇한 나를 찾아주겠니. 날 찾아달라 소리치며 도망치는 꼴이란. 너무나 우습지만 알아.


그날밤은 말이야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영원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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