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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y 07. 2023

꿈은 이루어진다?
나의 중국부자 친구들.zip

“잊지마, 너의 목표는 중국 부자 친구 사귀기라는 걸!” 


내가 영국으로 대학원을 간다고 말하자마자 한 선배가 나에게 내려준 미션이다. 사실 이 선배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자신의 외국 생활 바람을 나에게 투영하곤 했는데 그중 1, 2위를 다퉜던 게 바로 중국 부자 친구 사귀는 미션이었다. 


중국 부자는커녕 중국인과 관계를 맺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중국 부자의 그 거대함(?)이 전혀 와닿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중국 부자가 우리나라 국민 수보다 많다는걸. 그리고 그 스케일은 당연히 우리가 알 리가 없다는걸. 거기다 영국이다. 내가 영국에 간다고 했을 때 너 돈 많구나!! 놀라워하던 사람이 많았는데, (물론 이는 다 내 피땀눈물… 짜디짠 가난한 유학생이었다는 건 차차…) 더욱이 영국에 유학 오는 중국인들을 찐부자 아닌 이상 오기 힘들다는 건 알만한 사실이었다. 


기숙사에 처음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나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같이하게 될, 며칠 앞서 들어와 있던 두 명의 친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중국인 프레디와 대만인 헬렌이었다. 내 첫 플랫 메이트이자 내가 만난 첫 부자들(!)이다. 


이들이 참 잘사는 댁의 자제라는 걸 알게 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엽고 당당한 게 매력인 프레디는 자기 입으로 자신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곤 했으니까. 일단 자신의 이름으로 슈퍼카가 5대가 있다는 이야기, 아버지가 중국에서 높은 급의 군인이었다는 이야기, 심지어 F1 경기를 나갔던 사진들도 보여줬던… 상하이에 놀러 오면 축구장만 한 클럽에서 놀게 해주겠다는 허세 역시 그저 허세로 보이지 않았을 정도.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해 네이티브나 다름없는 영어 실력까지 부족함 하나 없이 자란 티가 팍팍 나는 친구였다. 


사실 프레디가 너무 잘 사는 티를 내긴 해서 헬렌은 상대적으로 그런 티를 내진 않았는데, 그녀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보여줄 때마다 보이는 집 내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내로 가득했다. 그녀의 본가는 마치 우리나라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나 펜트하우스의 배경을 옮겨놓은 것과 같이 생겼으니까… 평소 요트를 타는 그녀의 모습과 더불어 언니 생일 파티 사진을 보여줬는데, 호텔 라운지 같은 공간에서 영화 가십걸에 나오는 장면처럼 드레스를 입고 리얼 파티를 하는 모습이었다. 인스타그램 속 금수저 라이프가 바로 내 옆에 실존하고 있었다. 


이렇게 내 선배와 친구들의 바람이었던 중국 부자 친구 사귀기는 단번에 이뤄냈다. 그러나 변치 않는 사실은 내가 부자가 아니라는 거. 그들과 비교 자체가 안될뿐더러 오히려 가난한 유학생에 지나지 않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과 함께 다니느라 ‘가난한 유학생을 위한 꿀 정보’들을 늘 반 박자 늦게 입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가 기숙사에 입소한 사람들은 무료로 학교 스쿨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었는데, 이 스쿨버스가 학교뿐만 아니라 옥스퍼드 시내 전체를 모두 돌아 교통비를 아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정보였다. 그러나 나는 입소 후에 한 달이 더 넘은 후에야 다른 친구들을 통해 이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우리 부자 플랫 메이트 친구들과 나는 맨날 택시를 탔으니까 ^^^^^. 이들은 무료 스쿨버스를 탈 이유가 없는 거다. 나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런 부자 친구들!! 부아아앙~~ 이러면서 주어 없는 배신감을 느꼈더라는. 그 뒤로부터는 스쿨버스 카드를 냉큼 만들어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교통비를 아끼고 아낀 조금은 짠한 이야기… 


나의 작고 소중한 스쿨버스 카드...


오자마자 생각지도 못하게 사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이미 이번 달 예산을 초과한 상황. 그래서 초반에는 이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데도 늘 하루하루 쓰는 돈에 예민해지는 나 자신에 현타가 오기도 했다. 누가 보면 기껏 1파운드 교통비에 연연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한로동자로서 야근과 밤샘과 피땀눈물로 일군 모든 돈을 맞바꿔 온 곳이기에 1파운드는 그저 1파운드가 아니었던 시절이어서 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의 첫 국경을 초월한 부자 친구들과는 여전히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며 잘 지낸다. 얼마 전에는 프레디가 자기 부엌 인테리어인지, 아니면 부엌에 둘 물건을 산다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25,000 파운드 정도 쓰는 게 괜찮겠냐고 묻는 스토리를 올렸다. 부자 친구들의 금수저 라이프 모습이 올라올 때마다 무척 반갑지만 답변은 하지 않는다. 다시 대한의 로동자로 돌아온 나는 그저 좋아요만 누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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