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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늘 Apr 01. 2022

‘틴더시대’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틴더시대 사랑> 정인혁 감독 인터뷰

제 3회 구지독립영화제: OINH는 ‘오렌지’를 키워드로 소수자와 독립영화계의 미래를 낙관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총 10여편의 상영작들은 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틴더시대 사랑>(2019)을 연출한 정인혁 감독. 전작 <냉장고 속의 아빠>(2018)를 통해 많은 관객들을 만났었다. 이번에도 <틴더시대 사랑>을 통해 대담하고도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강채윤 배우가 연기한 자아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연주 캐릭터도 작품을 통해 같이 만나 볼 수 있다. ‘틴더시대’라는 명명을 통해 지금의 현시대를 포착하며, 세심한 연출 스타일로 감각적인 미장센을 그려낸 정인혁 감독과 틴더시대의 사랑에 관해 논한다. 


제3회 구지독립영화제 GV당시 현장사진 


1. 이번 영화제는 ‘오렌지’를 키워드로 소수자와 독립영화계의 미래를 낙관해 보자는 의미로 진행되었다. 버려진 오렌지 껍질이 황무지를 비옥한 땅으로 일구었듯이 세상을 향한 희망을 제시하려는 의미로 소수자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이 상영되었다. 방문하신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일단은 제 작품이 상영되어서 감사했다. 다른 영화제들은 어떤 주제를 잡고 모이지 않는데 이번 영화제는 분명한 주제가 있는 단편들이 있어서 좋았다. 제가 모든 섹션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섹션의 주제나 의미가 좋았던 것 같다.



2. GV에서 기억에 남는 관객의 질문이나 답변이 있었는가. 


답을 하지 못한 오픈 채팅방 관객분께서 여쭤봐 주신 질문이다. “2022년까지 배우님과 gv를 할 줄 알았냐”라는 질문이었다. 답변을 하자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고 단편영화임에도 관객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메모지 이벤트를 할 때의 답변 또한 기억난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숨겨진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더 다양한 사랑이 존중받는 미래가 오길 바라며.” 이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남고 생각에 남았다. 



3. “모든 영화를 만들 때 오프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년 제3회 김포국제 청소년 영화제 GV 당시에 감독님께서 하신 말이다. <틴더시대 사랑>의 오프닝이 인상 깊었다. 감독님의 말씀처럼 옷장을 여는 것이 커밍아웃을 하는 것과 연관이 되며, 정돈되어 있지 않은 옷장의 상태가 연주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극 초반 연주를 어떤 캐릭터로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세상 속에 있는 연주의 상황을 공간을 통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채윤 배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영화 속에 일어나는 일들뿐만 아니라 인물의 전사에 관해서도. 전사의 경우, 행복한 가정이었으나 부모님의 이혼으로 연주는 홀로 갈등의 시간을 겪었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겪은 옷장에서 그러한 인고의 시간을 겪는 것으로 설정했다. 외롭고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캐릭터로 설정했고, 본능적으로 모난 말을 하는 면도 드러내고 싶었다. 


<틴더시대 사랑> 스틸컷


4. 연주를 고립시키지 않으려는 감독님의 태도가 엿보였다. 연주의 주변 인물들은 자신만의 사연으로 연주의 곁을 맴돈다. 연주를 철저하게 홀로 두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들 때, 현실의 문제와 상황들을 장르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타인과 부딪히게 된다. 갈등 혹은 조화를 이루는 인물들을 끊임없이 등장시키고 싶었다. 그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는 모습들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인생이지 않은가. 



5. 연주나 선생님, 반장인 지호, ‘주술 하는 아이’ 진희의 대사들이 꽤나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대사를 작성하실 때 감독님의 스타일이 어떤지.


매번 같은 방식을 차용하지는 않는다. <틴더시대 사랑>의 경우에는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려고 했다. 그다음에 상황을 부여하고 대사를 작성했다. 어떠한 장면에 특정하게 힘을 주기보다는 처음 접근했던 것은 ‘연주가 어떤 말을 할까?’ 싶은 대사들을 나열하는 단계를 거쳤다. 연주라는 캐릭터에 이입해서 대사를 쓰고 수정하는 단계를 거쳤다. 내 말투를 차용하기도 하고 연기하면서 대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6. 빛과 어둠의 경계가 명확한 작품인 것 같다. 어둠 속, 연주는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작은 옷장 안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학교 안에서 연주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었다. 오히려 빛이 있을 때 의도적으로 자신을 더 감추는 느낌이다. 특히 밤이라는 시간에 집중한 이유가 있는가. 


빛과 어둠에 대한 콘셉트를 딱히 잡지는 않았다. 밤이라는 시간이 흔히 그렇듯 사람들이 생각이 많아지지 않는 시간이지 않는가.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했다. 연주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낮보다는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밤이라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있을 수 있기에. 


<틴더시대 사랑> 스틸컷


7. 인물들의 동선 구성이 매력적이다. 특히 교실의 앞문과 뒷문을 보여주는 방식이 독특했다. 초반부 연주와 선생님, 지호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의 대화다. 이때 선생님과 지호는 앞문으로 나간다. 하지만 ‘주술 하는 아이’ 진희의 경우에는 뒷문으로 들어온다. 진희는 연주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어주는 캐릭터다. 관습적으로 연주를 보는 타인의 시선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편견 없이 연주를 보는 진희를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구분 지어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동선을 구성한 것인가?


동선에 대한 것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해진 로케이션이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연주를 정신없이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관객도 연주도 정신없이 만들어야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8. 연주와 대화를 하는 인물들, 특히 패닝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총 3명이다. 연주와 엄마, 연주와 진희, 연주와 지호. 모두 연주와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서로 불협화음을 느낀다. 패닝을 하는 타이밍을 철저하게 설계한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지만, 결국 연주의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 건가. 


이 영화의 톤과 촬영 콘셉트가 이것은 영화다!라는 지점이었다. 관객들이 너무 몰입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것은 영화다라는 연출을 느꼈으면 했다. 비둘기가 뼛가루를 가져가는 부분이나 CG가 나오는 부분들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촬영의 경우에도 대화를 할 때 OS샷의 경우 대화를 지속하는 느낌이 드는데, 정면 샷으로만 보여주면 너무 분절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면의 반복을 통해서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샷들로 구성을 했고 패닝을 하는 부분도 일종의 장치였다고 볼 수 있다. 카메라의 위치가 존재하고 프레임 안에서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부분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기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제3자로서 바라만 보고 있는 위치를 지속적으로 설정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연주한테 당연히 이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좀 더 건조하게 바라보고 싶었다. 많은 상황들이 영화 속에서 일어나지만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동정이나 생각을 갖는 것은 관객의 몫이고, 영화는 그저 그 상황들을 건조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너무 장르적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너무 현실적이면 작품의 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9. 스토리보드 작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제가 어떠한 느낌을 원한다라는 것을 촬영감독에게 말하면 그것을 스토리보드로 그리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한다. 혹은 사진 콘티, 글 콘티를 작성하기도 한다.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 촬영감독에게 다시 이야기를 하면서 수정을 했다. 생각해 보면 현장에서 많이 수정이 되고 바뀌었던 것 같다. 일단 다 그려놓긴 했지만 100프로 똑같이 찍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샷으로 찍은 것 같기는 하다. 



10. 연주와 지호, 진희, 선생님 모두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 네 명의 인물이 밧줄에 묶여 옥상 아래로 떨어지는데 이 설정이 독특하다고 여겨졌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결국 다 똑같은 성격의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오히려 너무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같은 자격지심, 상처, 모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싸우는 것이라 설정했다. 유일하게 다른 캐릭터가 ‘주술 하는 아이’ 진희이긴 했다. 너무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액팅 때도 말했다. 영화에서 너무 다른 사람들처럼 보이긴 했지만 서로 싫어서 싸우기보다는 사회적인 조건, 상황 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 명의 인물들이 밧줄에 묶여서 땅으로 떨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결국에는 같은 사람들이며, 같은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틴더시대 사랑> 스틸컷


11. 연주는 자기혐오와 방어적인 태도를 가진 캐릭터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 중 연주가 물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무척이나 동화적이라고 생각했다. 디즈니 영화 <뮬란>의 테마곡인 Reflection처럼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인정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 장면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혹은 배우에게 디렉팅을 할 때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다.


저희가 예산적으로 제한이 있어서 사실 이 장면을 말이 되고 설명이 되게 찍고 싶었다. 거꾸로 매달아서 찍어야 하긴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했다. 눕히고 카메라를 뒤집고 편집에서 뒤집기를 했다. 이 부분이 기술적으로 난관에 부딪혔던 점이다. ‘어떻게 인물이 거꾸로 매달린 느낌을 줘야 하나.’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배우에게 디렉팅을 하는 부분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자세히 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주가 허무함을 느끼기를 바랐다. 결국에는 너무 뻔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모든 영회에서 ‘Love yourself’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는데 너무 뻔하지 않나. 이 영화도 연주가 느끼기에  ‘Love yourself’라는 단어가 마치 제3의 벽을 넘는 것처럼 ‘하... 이 영화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네.’라고 관객들은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게 답이지 않나. 뭔가 다른 답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로해 주고 더 나아가는 극명한 답이 있고 원했지만 결국에 이 영화도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대해서 뻔하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디렉팅을 했던 것 같다. 




12. 엔딩의 공간이 병원이다. 이곳에서 연주는 자신의 엄마를 귀신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어쩌면 옷장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을 마주하고 다친 마음을 다시금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다. 엄마와의 만남을 병원에서 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런 공간들의 분위기가 중요했다. 좁은 공간, 넓은 공간, 오픈된 공간이라는 점들. 이 영화는 기승전결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따라가는 영화라는 느낌으로 진행했다. 한 공간에서 진행되던 이야기가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 깨버리면,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식의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마지막에 병원에서 나오는 것은 분위기가 중심이었다.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 그냥 텍스트로 보았을 때, 이게 뭐야 싶을 정도의 느낌. 병원과 엄마와 귀신과 약간 감동적인 것들의 말도 안 되는 부분들을 섞어서 이야기를 접근해 보고 싶었다. 대사를 시나리오로만 보면 뻔하고 신파적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다.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기에. 때문에 그것들을 신파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뒤틀린 것들을 통해서 웃기지만 여운을 줄 수 있는 장면이 만들어진 것 같다. 공간적인 의미는 내러티브적인 의미보다는 분위기적인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틴더시대 사랑> 스틸컷


13. 연주가 보는 옷장에 붙여진 야광 별과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연주의 순수함과 이상이 야광 별로 상징된다면, 하늘의 별은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특히 별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해서 인물들과의 관계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가 있을까.


인물들과의 관계성은 결국 사회에 나왔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별이라고 생각된다. 옷장이라는 공간을 설정한 것이 앞서 말했듯이 편안하고 도피처 같은 공간이었다. 야광 별을 붙인 것의 전사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 연주가 부모님과 행복했던 기억들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이 야광 별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붙었던 것으로 설정했다. 연주가 지금 불행하기 때문에 그 기억을 떠올리며 옷장을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것이 곧 커밍아웃의 내러티브로 연결되는 지점이었다. 그래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연주가 자신의 세상에서 안주하고 하는 바람을 그렸고 야광 별을 통해 비유했다. 세상을 나왔을 때의 별의 경우에는 연주가 세상을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세상의 별들을 마주하는 상황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별들은 연주의 상황과 감정을 비유하는 지점으로 말하고 싶었다. 중간에 별이 없는 하늘의 경우에는 술을 취한 연주가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지점에서 생각했다. 희망의 최저점인 상황에서 별도 없고 우울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그런 설정을 넣었다. 



14.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문장인 것 같다. 연주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클리셰 성장담이 아니라 각자의 사랑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이렇게 풀어내신 이유가 있는가. 


이 영화는 제목에서 시작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담고 싶었다. 보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그 안에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연주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연주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그 주변들을 통해서 어떠한 보편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지점들을 고려해 <틴더시대 사랑>이라는 특성을 드러냈다. 처음 이 작품의 제목이 <틴더시대 우울>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특성이 정해지니 규칙이 만들어지고 연주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15. 감독님만의 영화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영화나 감독님이 있다면. 


사실 너무 많다.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좋아했던 감독은 웨스 앤더슨 감독님이다. 너무 클리셰 하다고 생각될지도 있지만 영화에 대한 정체성을 알아갈 시기에 그랬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해도 화면적인 것이나 분위기인 것도 닮아가는 것 같다. 최근 내용적인 면에서도 닮아가는 것 같다. 웨스 앤더슨의 경우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나 동선 등이 이루어져 있지만, 모든 영화들에게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갈등과 상황으로 시작이 된다. 비극을 연출하더라도 이 인물이 어떤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끝나는 것 같다.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 방향성과도 일치하는 것 같다. 인물들은 계속 살고 있고, 영화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개입한 후에 빠지는 진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비극적인 일이 있더라도 멀리서 바라보는 점이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2012)



16. 공간이 중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로케 헌팅을 할 때, 어떤 것을 중점으로 두고 진행하셨는지.


로케 헌팅을 할 때 맘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단편영화에서 맘에 드는 로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운이 좋았던 케이스도 있고 아닌 케이스도 있다. 메모리얼 파크를 찍는 공간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인물들은 비관적이고 허무한데 그 공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대비가 되는 공간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비극적인 공간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공간은 무섭게 하고 싶었다. 병원 같은 경우에는 빌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세트장을 간 케이스다. 대안이 없기에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할까에 대한 회의를 많이 했다. 옷장의 경우, 애초에 세트로 만들자는 말이 있었다. 학교의 경우에도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구한 공간이 너무 맘에 들었다. 단편영화에서 학교가 나오면 너무 정갈한데 빌린 교실이 더럽고 현실감이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17.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이 <틴더시대 우울>이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매체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우울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랑은 다양한 결의 감정을 포용해서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처음에 우울이었을 때는 연주라는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관해서 작성했던 것 같다. 때문에 연주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있지만 동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각할 때, 로맨틱적인 사랑에만 집중했던 것 같은데 <틴더시대 사랑>이라는 제목이 붙으니 사랑이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상황에 구애하지 않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느낄 때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랑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다. 나를 위한 사랑일 수도 있고 나의 가치를 위한 사랑일 수도 있고. 



18. 아무래도 단편영화의 경우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감독님이 영화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뒤처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빨리 뭔가를 제대로 만들고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첫째인 것 같다. 아이디어나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다 보여줄 수는 없기에 정수를 모으고 모아서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단편영화의 경우 장편영화로 가는 등용문에 가깝기는 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단편영화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나 주제들이나 재밌는 지점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개발하고 싶었다. <틴더시대 사랑>도 단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요즘 영화라는 매체가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그 자유가 책임의 자유는 아니라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많다.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이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거나 필요한 이유들을 계속 영화로 만들고 싶다. 영화적인 표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고 영화를 지속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19. 차기작에 대한 질문이다.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지 않다는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혹시 준비하시고 계신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는가. 


촬영은 완료하고 후반 작업 단계인 작품이 있다. <틴더시대 사랑>과 비슷한 작품이지만 막상 보니 다른 영화 같은 영화다. 대화가 주가 되던 <틴더시대 사랑>의 경우와 다르게 지금 영화는 계속 질주하고 움직임이 많은 영화다. 자기 자신을 찾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 메시지였던 <틴더시대 사랑>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서 치유를 하는 작품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로맨스 장르이긴 하지만 sf면서도 짝사랑을 하는 정신없는 작품이다. 그것이 톤 앤 매너인 작품이다. 



20. 언제쯤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올해 안에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감독님의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개봉한지 2-3년이 된 영화를 아직 관객들이 찾아주는 것에 남다른 소회를 말씀 해주셨다. <틴더시대 사랑>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랑의 모양을 발굴해냈다. 감독님의 차기작으로 다음 인터뷰를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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