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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Sep 30. 2023

또 다시 사업자가 되다.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기까지

 

 7월 말에 시작한 학원 인테리어 공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나는 아직 판이 깔리기도 전에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했다.


 우선, 공사에 들어가기 전 새로운 아이디로  학원 전용 블로그를 만들었다.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기 부터 공사 진행 상황들을 틈틈이 찍어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픈예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주문 제작해, 긴 것 2장은 5층 현재 학원과 공실로 남아있는 7층 베란다에 매달고, 따로 제작한 작은 플래카드 10장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로에 드문 드문 간격을 두고 붙였다.


 다음으로 주변 아파트 게시판을 활용하기로 했다.

세대수에 따라 3만 원에서 6만 원을 주면 아파트 게시판에 일주일간 전단지 광고를 게시할 수 있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마스터 키를 주면서 우리 보고 직접 붙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게 웬 횡재?


 남편과 나는 밤새 전단지를 넣은 홍보물품을 따로 제작해 게시판 광고를 붙일 때 그것을 우편함에 넣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4~500세대를 돌리는데 약 1시간이 걸렸다.   문득 과거에도 이와 같은 작업을 하다가 청소 아줌마에게 들켜 혼쭐난 기억이 떠올랐다. 연식 출입문에 시선을 두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작업을 하다 보니 묘한 스릴과 함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용케 일을 마무리하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마스터 키를 반납하고 나자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일순간 온몸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처럼 맥이 풀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인테리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일주일에 인근 아파트 두 군데 정도 돌렸는데, 평소 하지 않던 육체노동 탓인지 가벼운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이렇게 몸이라도 움직여줘야 그나마 기나 긴 밤을 견딜 수 있었다.

 당시  동안 잦아들었던 불면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므로 난 어떻게든 육체를 혹사하여 밤에는 불면증과 또 다른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했다.

 

 인테리어가 거의 완성되어 갈 즈음엔 더 바빠졌다.

학원은 그 분야 특성상 교육청 실사가 떨어져야 사업자등록증을 발부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인테리어의 전기 공사가 끝나자 전기 점검을 받기 위해 에어컨을 서둘러 설치했다. 전기점검을 받기까지 2~3일이 소요되었고 그다음으론 소방 설비 점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프링 쿨러의 위치, 유도등, 완강기 유무, 소화기 등을 준비하고 관할 소방서에 점검을 의뢰했다. 소방점검은 다음날 담당자가 바로 와서 비교적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교육청 실사였다. 현장 실사에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고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가까워 오도록 소식이 없었다.

 

 시간은 8월 마지막주로 접어들고 있었고, 우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실사 후에 하기로 했던 간판과 선팅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간판 업체 쪽의 실수로 전기선을 찾지 못하는 해프닝을 벌이느라 반나절 걸릴 일을 한 나절 걸려 겨우 끝을 내고 우린 일주일이라는 기다림 끝에 겨우 교육청의 현장 실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교육청에서 신규 학원 서류를 관할 구청에 넘기면 구청에 면허세를 납부하고 그 납부영수증을 들고 다시 교육청을 방문해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 그것까지 완성되면 다시 그 자료를 들고 세무서에 제출해야 비로소 사업자 등록증을 발부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시 2~3일이 소요되어 우린 9월을 코앞에 둔 8월 마지막 날, 마침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다.


 처리해야 할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사이 사이 해야 할 일들이 깨알같이 많았다.

 인터넷과 전화, 정수기, 카드 단말기 등등을 알아보고 비교해서 결정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었고,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책상이나 의자, 기타 집기류가 구비되어야 실사가 가능했으므로 인터넷이나 다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배송 여부와 시기를 조율해야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큰 차질 없이 없이 해왔는지...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 번 더 하라면 진심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고 싶다. 맨땅에 헤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과거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중간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지금은 우리의 손길 하나하나가 닿은 이곳이 고생한 만큼 더 애틋하고 정이 간다. 학원을 찾은 지인들이 인사치레라도 예쁘다고 할 때면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다. 아마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아닐까?


 성취감도 잠시, 다시금 요동치려는 마음을 다 잡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에게 맞닥트린 모든 상황은 다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부모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 또한 자신의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힘을 얻을 거라고...


나 자신을 세뇌하며 사전 준비 과정을 무사히 마친 나는  게임이 기다리고 있는 험난한 하루하루 속으로 다시금 나 자신을 밀어 넣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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