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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장편소설

by 안서조

이 책은 심윤경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 압구정과 강북 성수동이 마주 보는 이 소설의 배경이다.


서울 강남 부자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실감 나게 느끼게 됐다. 아파트 한 채에 80억이니 90억이니 하는 단위의 어마어마한 돈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명품과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게 현실이 되는 일상을 자세하게 그렸다.


일본 건축가가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가평 호텔의 자연석을 살린 카페, 한강을 볼 수 있게 설계된 펜트하우스에 호화스러운 집기들, 매일 밤 모여서 즐기는 파티의 모습 작가가 체험한 것인지 궁금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 빌 게이츠나 삼성 회장 같은 사람들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소설에서와 같이 먹고 마시고 집을 치장하고 명품 옷과 자동차를 사고 또 무엇을 할까? 그런 사람들은 자고 나면 돈이 자동으로 축적이 되는 삶인 데, 써도써도 계속 불어나는 돈을 어떻게 할까? 나 같은 범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소설에서 코인에 투자하는 젊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렵사리 돈을 모아 벌어보겠다고 코인에 투자해서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이 있다. 재벌들의 어마어마한 돈도 자세히 보면 개미투자자들이 모여준 것이다. 투자한 만큼 안전하게 보장되는 것은 없지만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앞뒤 생각 없이 덤벼들었다가 재기 불능이 되는 사례를 보면 안타깝다.


소설 한 권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화자 겸 주인공 규아, 규아와 동갑이며 고종사촌 연지, 그의 남편 광채, 그 사이의 아들 태환, 그리고 연지와 젊은 시절 애인이었던 세계적인 갑부 제이 강(본명 강재웅) 등이 등장인물이다.


규아는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서울 성수동 T타워 팬트하우스 옆에 킹스포인트라는 작은 와인바를 차린다. 규아는 미국에 가기 전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녔다. 학교 동아리에서 탈춤을 추었다. 동아리 1년 후배로 들어온 강재웅을 알게 되었고 동아리 공연에 고종사촌 연지가 찾아온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 장소에 합석한 연지는 타고난 미모로 인기를 독차지한다. 재웅은 연지에게 반해 연지와 연애하고 입대를 앞두고 연지와 잠적한다. 재웅은 입대하고, 연지와 휴가 때 만나 계속 연애하다가 제대한다. 제대하고 태생이 강남 부자인 연지와 가난한 시골 출신 재웅은 서로 사랑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하고 재웅은 미국으로 가고 연지는 압구정 토박이 출신 광채와 결혼하여 아들 태환을 낳는다.


연지의 남편 광채는 규아와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다. 서울에서 살게 된 규아를 연지가 집으로 초대하고 서로 왕래가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갑부 제이 강 회사 비서실에서 규아가 경영하는 와인바에 전속 계약을 체결한다. 회장 제이 강이 불시에 와인바에서 올 수 있게 손님을 절제해서 받고 제이 강이 와인바에 왔을 때 다른 사람으로 인해 방해 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계약한다.


제이 강은 규아가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갑부다. 교재하는 인물들도 세계적인 인물들이다. 제이 강은 유전자를 활용해서 인체에 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피 몇 방울로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고 그것이 미국 국무부 등 정부기관에 채택이 되었다. 그것을 기화로 에클코인을 발행해서 코인의 상장되고 가격이 급등한다. 그런 인물이 대학교 동아리 후배이고 그로 인해 규아의 와인바에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것이 주변에 알려지고 규아가 하는 와인바는 일약 명소가 된다. 소설의 제목이 ‘위대한 그의 빛’이 된 배경이다.


제이 강은 규아에게 접근한 이유가 첫사랑 연지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규아에게 연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규아의 주선으로 연지와 제이 강은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연지의 남편 광채는 아내가 변한 것을 느끼고 규아에게 아내가 바람난 것 같다고 한다. 규아는 제이 강이 연지를 만나게 된 것은 학교 동아리 후배이고 연지가 규아의 와인바에 왔다고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해명한다.


연지는 제이 강과 만남을 공식화하고, 압구정 아파트로 초대한다. 남편 광채는 마지못해 초대를 허락하고 만난다. 모임이 끝날 무렵 제이 강의 펜트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파티를 이어간다. 파티장에 광채의 아들 태환이 왔다가 엄마인 연지를 보고 폭행을 하려다가 제지당하고 광채는 연지에게 집에 돌아가자고 하지만 연지는 제이 강의 손을 잡고 나간다. 규아와 광채는 펜트하우스에서 나와 차에 타는 데 제이 강의 차에 연지와 제이 강이 타고 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 간다. 한강대교에 진입해서 가는데 빨간색 페라리가 연지가 탄 차를 덮치려다 옆에 대형차에 받여 페라리에 탔던 태환이 현장에서 죽는다.

소설을 끝나고 규아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책 중에서

결국 나는 내가 어떻게든 떠나고 싶어 했던 성수동과 뉴욕을 얼기설기 엮어서 둥지 같은 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숨 쉬며 살게 되었는데, 그런 삶이 그리 불쾌하지도 않았다. 이제 나는 이 모든 일들에 그저 아이러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성수동에서 뉴욕 스타일 와인바 ‘킹스포이트’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삶에 순응했다.


오래 전 함께 부르던 노래는 우리 사이의 묘한 긴장을 녹였고 우리는 생각나는 대로 노래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산다는 건 장작불 같은 거야. 장작 몇 개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여럿이 엉겨 붙어야 마침내 활활 타올라 쇳덩이를 녹인다는 그런 노래들을 부르면서 우리는 이십 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신이 났다.

세상은 내 의지나 바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가오는 일들을 몸으로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휩쓸어 폐허로 만들어 버린 쓰나미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책 소개

『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2024.09.13. (주)문학동네. 266쪽. 16,800원.

심윤경. 2002년 자전적 성장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 시작. 2005년 『달의 제단』으로 무영문학상, 2021년 『영원한 유산』으로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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