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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는 글은 안 쓰고

feat. 무기한(?) 휴재

by Outis

삶은 동전과 같다.


(이하는 부족한 지식을 기반으로 지껄인 헛소리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차원 평면이 아닌 이상,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다. 앞면이 있는데 뒷면이 없는 동전은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개념이 생기면 그 반대의 개념도 모습을 드러낸다.


딱히 이건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이 3차원이어서가 아니다. 세상을 2차원 평면으로 인식하면 선을 그어놓고 서로 반대되는 방향을 논할 것이다. 1차원이면 한쪽과 다른 쪽이라는, 2차원에서보다 훨씬 한정되고 그렇기에 더욱 확고한 반대 개념이 생길 테다.

오직 0차원, 면적도 길이도 가지지 않는 하나의 점일 때만 이러한 충돌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있어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 가깝다.


결국, 존재하는 이상 상충에 부딪히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로보로스의 뱀


생존을 목표로 하는, 매우 정교하고 나름 튼튼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죽음은 결코 쉬운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그 결과에, 살아가는 행위에,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심이 생길 때.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난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소비하는 이 공기와 음식, 공간, 비용만큼 내게 가치가 있는지를.

이런 오만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잊으려 노력도 했고, 사는데만 집중하려 애써도 봤다.

하루하루 사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되는 거지, 그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어쩔 거냐고. 어차피 모르는데.


하지만 그렇게 해도 순간순간 엄습해 오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발밑의 땅이 갑자기 형체를 잃고 흐물거린다. 사실 나는 서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부터 가슴까지 몸 안에 무거운 추가 달려 몸 전체를 짓누르는데, 그게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고개를 드는 일조차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이걸 어떻게 버티지? 다들, 정말 대단해.

다들 해내는 걸, 나는 왜 못할까.


제발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누군가를 붙잡고 묻고 싶다.

그러나 당연히, 그러지 못한다.

날 아는 사람한테는 물을 수 없다. 이런 일로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버거운 인생인데 거기에 뭘 더하고 싶지 않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물을 이유도 없다. 그야말로 민폐일뿐더러, 이미 시험해 보고 실패한 일반론적인 대답만 돌아올 테니까.


그럼 이 감정은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

제발 알려달라고, 제발 날 여기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울부짖는 나를 내 입으로 삼킨다.

그야말로 우로보로스의 뱀, 자기 꼬리를 자기가 먹어치우는 꼴이다.



기분 나빠.


언제부턴가 웃음이 얼굴에 붙어버렸다. 혼자 마주한 화장실 거울에서조차 나는 웃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좋아한 캐릭터들은 다들 웃는 상 일색이다.

그들의 미소는 압도적인 여유에서 나온 미소다. 아마 그게 부러워서 좋아했던 거 같다.


내 미소는 다르다. 비겁한 위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을 감추고, 웃음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쪽이 편하다는 걸 알아버려서다.


"어쩜 너는 매일 그렇게 웃고 다니니?"에 대한 대답으로도 웃고,

"너는 좋겠다", "너한테 무슨 걱정이 있냐", 이런 속 모르는 소리를 들어도 멋쩍은 척 웃는다.

"너 처음 만났을 때는 표정이 어두웠는데, 우리 집에 와서부터 얼굴이 밝아졌다"라는 생색에도, 더 두꺼운 가면을 쓰게 만든 그 사람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기분 나빠."


이런 내 마스크를 보고 기분 나쁘다 말해 준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한다. 그에게 기대지 않도록.



살기 위해 죽음을 도모하다.


답은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Q: "이런 내가 살아도 되는 이유는?"


이 질문에는 이미 '내가 사는 것'='옳지 않은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순을 피하기 위해서 나는 더 큰 모순에 다다르고 만다.


A: "나를 벌할 테니, 언젠가 죽일 테니, 그걸 위해서 그때까지 산다."


다들... 어떻게 살지?

이렇게 힘든데.



엄마 게의 낯 두꺼운 요구


하루는 엄마 게가 "똑바로 앞으로 걸어!" 하고 자기 애들을 혼냈다 한다.

그러자 아기 게들이 대꾸했다. "엄마도 옆으로 밖에 못 걷잖아요."


알아. 난 제대로 살지를 못해. 하루에도 수없이 날붙이에 눈이 가고, 버릇처럼 스스로를 저주하면서 잠시간의 안도감을 얻는 나는, 자격이 없는 게 맞아.

다만 그게 너무 힘들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아니까.


알려 주고 싶었다.

당신이 당연하게 살아낸 오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해 주고 싶었다.

당신이 지금 힘들다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인생이 원래, 사는 게 원래, 모순 투성이에.. 지도도 없이,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등 떠밀려 떠난 여행길이란 걸.


빌어먹을 정도로 불합리하고 부조리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당신은 너무 힘들지 않기를..

길가에 핀 꽃이라도 보면서, 그게 뭐라도 되는 듯 착각이라도 하면서, 힘내라고.

그래도 너무 힘들면 하늘에 대고 욕지거리라도 해서 가슴에 낀 가래를 뱉어내라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이

그 긴 세월이, 그 짧은 인생이

가끔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이기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너무 기분 나쁘지 않기를...



미안합니다.

말로 분류해서 가라앉히지 않으면 이 형체 없는 괴물에게 먹힐 것만 같아서요.

당신에게 하는 말이라기 보단 그저, 누군가의 혼잣말을 엿들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그저, 누군가에게 말했다는 조건을 세워서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고자 하는.. 저의 이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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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잠시 쉬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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