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투자의 진화'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6월 16일 일요일 9시,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에서 '이런저런 캐피탈' 트레바리 첫 모임을 진행했다.
트레바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책은 '투자의 진화'라는 책으로 얼마전에 브런치에 기고했던 글에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적혀있다.
https://brunch.co.kr/@0858eb9f07094e1/30
나는 트레바리 자체가 처음이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 트레바리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말로만 듣던 트레바리를 드디어 해보다니! 책 읽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 소모임은 많이 진행해봤으나 이전부터 알고 싶던 인플루언서 분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눌 생각하니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는 꽤나 큰 건물이었다. 트레바리 기업의 초창기 때 한참 발전하던 모습을 지켜보았던 사람으로서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규모였다. 작게 진행하고 끝낼 독서모임을 이렇게 시스템화하여 자리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지 당장에 생각해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9시에 거의 맞게 도착하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이미 와계셨다. 뵙고 싶었던 패스트벤처스의 박지웅 대표님도 와계셔서 정말 반가웠다. 처음 시작은 각자 소개를 진행하였는데, 매니저님을 시작으로 참여자 중 첫번째로 내 소개를 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창업을 6년간 했었고 앞으로 벤처캐피탈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하였다. 다른 분들은 이미 심사역이신 분들도 있었고, 심사역은 아니지만 투자심사와 관련한 포지션에 계신 분들도 꽤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이야기 시간이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소개를 끝난 후 발제 주제로 넘어갔다. '책에서 가장 감명있게 읽은 부분을 나누기' 가 두번째 발제문이었다. (첫번째가 자기소개) 한 분이 이야기 키워드를 던져주셨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의 value-add 하는 부분에 있어서 책에 언급되어 이에 대해 고민해보았는데, 다들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Value-add라는 키워드가 나오자마자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투자자가 창업자의 조력자가 됨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때 내 머리 속에 스친 것이 있었다. 실제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조언이 언제나 도움이 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분명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었기는 했지만, 투자자가 조언이라는 명목하에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의견을 가볍게 제시한 경우, 투자자의 의견을 따라야할지 창업자(본인)의 의견을 고수해야할지 심히 고민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Value-add라는 것이 입장과 상황에 따라서 실제 효력이 있을 때가 있고 아니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패스트벤처스 박지웅 대표님은 이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Value-add가 되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맞을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 후, 피투자사에 대해 추가적으로 무언가를 해서 Value-add하는 것이 메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것' 자체가 진정한 Value-add라고 정의하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실제 VC의 궁극적인 일은 보석과 같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메인이고 창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업이 제대로 평가 받고 발굴되는 것 자체가 Value-add가 되는 것이다.
이후 세번째 발제 주제는 '앞으로의 벤처캐피탈의 모습은 어떻게 될것인가' 였다. 앞으로의 벤처캐피탈의 모습에 대해서는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많이 고민했던 주제이다. 세콰이어캐피탈처럼 상황과 시기에 맞게 유연하게 변모하며 조직을 운영해나가는 것은 물론, 창업자가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 그룹이 준비된 a16z 도 좋은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있다가 벤처캐피탈 업계로 넘어오면서 놀랐던 것은 이쪽은 굉장히 개인기와 네트워크에 의존적이며 생각보다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는 개발자로 있으면서 개발자의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지식공유 분위기를 꽤나 애정했다. 다른 분야들도 개발자 커뮤니티 같은 분위기로 흘러간다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벤처캐피탈 업계는 아무래도 업계 특성상 정보가 중요한 곳이니 개발자 커뮤니티 처럼 완전히 오픈해서 가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투자업계도 비교적 투명한 데이터가 공유되고 정보가 정리되어 보여지면 일을 더 수월하게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벤처캐피탈의 모습을 정리해왔다.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투자 의사결정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미래의 VC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의 투자 방식을 보완하여, 더욱 객관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접근을 가능케 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의 일상화
기술의 발전으로 국경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VC들의 투자 영역도 더욱 글로벌화될 것이다. 화상 회의, 실시간 번역 기술 등을 활용해 전 세계 어디서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가 투자 결정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의 VC들은 단순한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지속가능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화와 틈새시장 공략
VC들은 더욱 전문화된 영역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특정 기술 분야나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틈새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VC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투자 대상 기업들에게 더 실질적인 가치와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대체 투자 모델의 부상
크라우드펀딩, P2P 대출 등 대체 투자 모델이 전통적인 VC 모델과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금 조달의 다양성을 높일 것이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가치 창출
IoT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VC들은 투자한 기업들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관여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Hands-on' 접근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 의견이며, 트레바리에서 나눈 얘기는 '미국보다 한국은 M&A보다 IPO에 집중'하는 시장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M&A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 2회 모임 때 다룰 것이라 더 깊게 나누진 않았다.
투자의 진화 책을 읽는 것 자체도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었지만, 이를 통해 독후감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몇 배로 책을 소화시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대해 아직 알아봐야할 것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좀 더 몰입해본 것 같다.
트레바리 모임에서 발제된 주제에 맞게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오진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인 만큼, 다음에는 이야기 나눌 주제가 추가로 있다면 자신감있게 발언해보려고 한다.
다음 모임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