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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DITOR Jul 01. 2024

차 한 잔의 여유라는 말

티하우스 '산수화 티하우스' 공간 인터뷰


무언가를 한 없이 바라보며 느끼고,
한 없이 음미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 모두 바쁜 일상에 여념이 없는 탓일까요? 분주한 아침 출근길만 보아도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 서둘러 회사로 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윽한 맛과 향이 담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카페인 그득한 음료로 피로를 쫓아보려는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퇴근길에도 우리는 창밖에 펼쳐진 멋진 한강 야경을 뒤로하고 고개를 내린 채 작은 스마트폰 창을 들여다봅니다.


우는 모두 지친 몸과 마음을 흘러가는 일상에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도록 고된 일상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직접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쉬는 날에도 알고리즘에 의존한 채 영혼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시간을 흘려보내왔다면, 이제는 직접 무언가를 한 없이 바라보며 그 순간을 음미하는 사색의 시간을 통해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공간은 차 한잔에 담긴 나의 감정을 음미할 수 있는 곳, 한남동에 위치한 ‘산수화 티하우스’입니다.




한남동 어느 조용한 골목,  쇼룸과 근사한 레스토랑 사이를 지나 대나무 외벽을 따라 보이는 산수화 티하우스.

평소 찻집보다는 카페에 익숙했던 탓에 괜스레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서지만 이곳에서 좋은 차를 경함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갖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느껴지는 고즈넉한 정취와 향기, 그리고 한편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찻물의 수증기, 다정하게 맞이해 주는 직원분의 미소가 왠지 모를 공간의 온기로 우릴 따듯하게 감싸줍니다.




정원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며 차를 기다려 봅니다. 평소와 다른 여유와 차분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기다림입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차와 함께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함께 온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차에 담긴 그윽한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쉼 없이 흘러가는 바쁜 일상 속,  온전한 ‘차 한잔의 여유’를  통해 한걸음 멈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그리고 그 순간을 만끽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공간. 오늘 산수화 티하우스의 정혜주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한잔에 담긴 무궁한 가치를 전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이 공간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이곳은 차와 차에 관련된 것들을 소개하는 공간, 산수화 티하우스입니다. 카페처럼 가볍게 오셔서 편하게 차를 드실 수도 있고, 차와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샵', 그리고 '밪'이라는 전시공간 운영과 티 클래스를 비롯한 와인, 도자기 수리 등 재미있는 여러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Q 산수화 티하우스가 문을 연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고 들었는데요 처음 이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 제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친구들에게 차를 권하면 다들 어려워했어요.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차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좋은 차를 즐길 수 있다면 그 경험을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산지에서 나는 좋은 물로 차를 우려 맛과 향이 조화로운 좋은 차, 그리고 함께 하는 공간과 사람 모두 조화를 이루는 곳을 생각하며 ‘산수화 티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유학생활을 하셨다고 했는데, 산수화 티하우스를 운영하시기 전에는 ‘차’가 아닌 다른 일을 하셨던 건가요?

A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었어요. 거기서 가방과 신발 디자인을 배우다 좋은 인연이 닿아 유명 브랜드의 가방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4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도 제 차호와 잔을 다 들고 가서 이탈리아 친구들 앉혀 놓고 차를 우려 주며 차생활을 즐겼죠(웃음).





Q 먼 타지에서도 차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으셨군요(웃음). 그렇다면 가방 디자이너로 일하셨을 때와 차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크게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달라진 점은 일을 함에 있어서 갖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이탈리아 유학을 선택했던 건 그곳에 있는 장인 정신과 변하지 않는 가치가 좋았기 때문이었는데, 패션 브랜드 특성상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매년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하는 일이 저에겐 큰 부담이 됐어요. 그러면서도 차는 오랜 시간 동안 늘 제 곁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을 때도 지금의 티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을 때도 여전히 바쁘지만 익숙한 것과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해 주어 심리적으로 안정된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Q  오랜 시간 동안 '차'와 함께 해오면서 대표님의 성향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요.

A 이해하려는 마음이요. 내가 가진 기준으로 먼저 대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먼저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려고 하게 된 것 같아요. 차를 하면서 모든 차와 다구들을 늘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서는 절대 맛있는 차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대하는 차나 다구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그날의 차가 별로라면 그건 차의 탓보다는 아마 그 차와 다구가 갖는 특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제 탓일 확률이 더 크죠. 내 주변의 사람도 내가 하는 일도 같아요. 대상을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인 그다음에 마음을 정해야 하죠. 이런 마음을 갖게 되니 이제는 웬만한 일엔 화가 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Q 피치 못할 이유로 대표님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 대로 지친 상태가 되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 산수화 티하우스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차를 내려줄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꼭 ‘차’에 대한 어떤 마음이라기보다는 산수화 티하우스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그에 따라 좋은 가치를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될 것 같아요. 이곳을 방문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전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열중하는 거죠.




Q 산수화를 티하우스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어떤 일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좋은 차를 내는 것, 단순히 좋은 찻잎으로 잘 우려낸 차 한잔일 수도 있지만 방문해 주시는 분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차 한잔에 대한 좋은 경험을 전하는 것이죠. 산수화의 ‘산’과 ‘수’는 제가 공부하고 찾아서 들여오는 것이고 ‘화’는 여기서 만들어내는 거라 ‘어떻게 하면 화’의 조화로움을 내가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항상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산수화 티하우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꼭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A 저는 사실 사람들이 특정한 무언가를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브랜딩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저 사람들이 ‘좋은 차’를 편하게 마시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 사람들 중 일부가 저마다 가졌던 차에 대한 좋은 경험을 떠올리며 차를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인 것 같아요. 10년이 다 돼 가는 시간 동안 저는 그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눈여겨보며 하나씩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Q 산수화 티하우스를 다녀간 많은 분들이 공간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고 해주셨는데요 공간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앗, 저는 사실 그 부분에서는 손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커요. 일관된 디자인 개념을 가지고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된 아이템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공간이거든요. 서로 상충되는 디자인들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고즈넉한 분위기라는 하나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아마도 중간중간 중심을 잡아주는 작가님들의 작품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각각의 작가님들이 만들어주신 향로, 촛대, 조명과 그림들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걸까요? (웃음)"



Q 그 외에도 종종 이 공간의 향에 대해서 여쭤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던데요, 혹시 공간의 향기 조성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나요?

A  저희가 의도적으로 어떤 향을 내려고 한 건 아니지만, 아마 여러 향들이 자연스레 섞이면서 공간과 어울리는 향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저희가 피우는 침 향과 손님분들이 주문하신 여러 가지 차 향, 가끔 옻칠을 할 때 나는 옻향들이 섞이게 되어 공간이 나타내는 향을 많은 분들께서 매력적인 향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차 한잔의 여유라는 말이 있듯, 차의 품성은 '쉼'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기에 '차'에 담긴 쉼의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차를 즐기는 건 바쁜 일상에서 나른 분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차 한잔을 내기 위해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사이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스페셜티 커피도 드립하고 마시기까지의 과정에서 오는 집중도가 있잖아요? 차는 과정이 더 세밀하고 넓게 펼쳐져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차 한잔을 낼 때도 골라야 하는 많은 다구들이 있고 두 번 세 번 우릴 때마다 변화하는 미묘한 맛의 차이도 있어요. 그 많은 과정과 세밀한 요소에 집중하며  갖는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이, 바쁜 일상에서 나를 분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쉼의 요소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대표님은 만약 오늘 이후로 딱 한 잔의 차만 즐길 수 있다면 어떻게 즐기고 싶으신가요?

A 저는 혼자, 조용히 집에 앉아 아주 신중하게 마시겠습니다. 차는 혼자서 마실 때가 제일 맛있거든요. 둘 또는 여럿이 마실 때도 맛있지만 사람이 늘어날수록 맛보단 분위기가 좋아지거든요. 대신 혼자서 마실 때면 차를 고르고 가장 맛있게 우리기 위한 방법을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죠. 그래서 마지막이라면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 생각하며 가장 맛있는 차 한잔을 우려내는데 집중하고 싶을 것 같아요.




Q 많은 분들이 '다도'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그 의미가 주는 무게감에 선뜻 ‘차’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일상의 한 조각으로 편안하게 ‘차’를 즐길 수 있으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A 우선 다도와 차는 다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워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차는 각자의 영역에서 너무나 많은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모든 걸 알기에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저 차를 만나보고 관심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만 조금 더 알아보는 거예요. 이를테면 차의 맛과 향을 비교해 보거나 차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파헤쳐 보거나 예쁜 다구를 모아볼 수도 있죠. 혹은 차가 주는 심신의 안정이 좋다면 다도를 배워볼 수도 있고요. 그저 편하게 다가가서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Q 그래서인지 산수화는 단순히 차를 내려주는 티하우스를 떠나 차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과 워크숍들을 기획하신 데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A 음, 제 사심의 끝장들만 이렇게..(웃음) 사실 제 안에서 좋아하는 것들, 이 공간과 어울릴 수 있는 것들로 다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가끔씩 물어봐요. 찻집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게 잘 될 것 같고 잘 팔릴 것 같아서 하는 건 다른 곳들과 차이가 없잖아요? 손님들도 흥미가 금방 떨어질 거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잘 관찰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빨리 파악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이 갖는 다양한 모습은 제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궁금한 것들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Q 찻자리와 티클래스는 어떤 분들이 어떻게 즐기면 좋은 프로그램인가요?

A 티클래스는 차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차는 아는 만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거든요. 물론 차는 기호음료여서 내 입맛대로 마실 수도 있지만, 저는 차를 만든 사람이 의도한 맛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찻자리는 차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원하시는 분들 누구나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매번 있는 행사는 아니고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열게 되는데요 여러 다인 분들이 오기 때문에 각 차실마다 다른 찻자리를 경험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만난 손님분들끼리 서로 인사하며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해요.




Q 산수화 티하우스의 또 다른 공간, 전시 공간 '밪'을 운영하게 된 배경도 궁금해요.

A 산수화샵을 운영하면서 작가님들 저마다 가진 작품의 아름다움과 고유한 특징이 있는데  그것들이 다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작가님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온전히 보여드리기 위한 고민 끝에 전시 공간 ‘밪’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밪’에서 전시를 진행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차’와 관련된 전시들, 특히 도자기와 관련된 전시들은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히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외에는 정말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것들, 여러 의미를 담은 설치 미술이나 퍼포먼스, 전시를 운영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수토메 아포테케리’라는 조향 브랜드 전시를 하면서 디제잉 음악을 틀기도 했어요(웃음). 저는 결국 이 공간이 차뿐만 아니라 산수화 티하우스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커요.




Q 전시 작품과 브랜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산수화 샵의 다구들을 보면 소재와 모양, 특성까지
일관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다구들을 고르기 위한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A  애초에 저는 일관된 취향을 갖고 있진 않아서 그런 분들을 보면 부러워요. 그런데 그게, 이곳에선 다양한 미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점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정 미감을 기준으로 작품을 보지 않고 그저 사물이 갖고 있어야 하는 미덕을 보고자 해요. 그걸 갖추고 있으면 너무나 아름다운 거죠.



Q 다구가 사물로서 갖고 있어야 하는 미덕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예쁜 거 좋아해요 (웃음). 그런데 심미성만 있으면 안 돼요. 차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제품의 기능을 갖추고 있거나 혹은 생각지 못한 효과나 재미를 주는 의외성이 있어야 해요. 그 가운데 어설픈 모습을 갖는 건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와 같은 가게들은 그런 다구들을 구매해 주시는 소비자분들에게 ‘좋은’ 다구로서 설득력을 갖추려면 작가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공부도 정말 많이 해야 하죠.




Q 다인으로서 많은 분들에게 차를 대접해 오면서 유난히 기억에 남게 된 특별했던 경험이 있나요?

A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손님 한분이 있었는데요, 차를 드셔본 적이 없다고 해서  추천드리고 차 한잔을 우려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분께서 차를 보고 한참을 울다가 가셨어요. 그리고 산수화의 손님이 되었죠. 그 이후로도 그렇게 차를 보고 울다가 가신 분이 몇 분 더 계셨는데, 그중 몇 분께서 차와 차가 이렇게 한잔으로 나오기까지 만나는 상황들이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사실 차는 제게 일상처럼 너무 익숙했던 것이라 감동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차 한잔을 두고 눈물이 나거나 대단한 위로를 느껴본 적은 없었거든요. 다른 음료보다도 유독 차에 위로를 받는다, 차 한잔이 위로가 된다 라는 얘기를 종종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차 한잔이 주는 위로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봤던 것 같아요.



Q  차 한잔이 갖는 위로는 음료 그 이상의 것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차’로 인해 감동을 받았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나요?

A 6년 전쯤 대만에 갔을 때, 아는 차 선생님의 제자분이 내려주는 찻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 제자분은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땀에 젖은 허름한 행색에 배가 볼록하게 나온 아저씨였어요. 별 기대감 없이 다실에 앉아 찻자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분이 심호흡을 하시더니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며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함께 있던 저희도 숨을 죽인 채 바라보며 찻자리가 시작됐죠. 동작 하나하나에 극도로 집중하며 조심스럽게 차를 내어주던 진중한 모습이 그렇게 카리스마 있고 멋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날 그분의 모습과 그때 해주셨던 말씀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나는 평소 예술을 잘 모르고 예술품을 살 수도 없다 그렇지만 차를 내리는 순간에는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예술의 생활화, 생활의 예술화가 이런 모습이구나 그리고 차에는 평범함을 평범하지 않게 해주는 ‘도’와 ‘기’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차가 갖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감동을 받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죠.




Q 그렇다면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산수화 티하우스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 될지 궁금해요.

A 이것도 역시, 좋은 차를 전하려는 마음. 공간의 구조와 차의 구성은 시간의 흐르며 같이 변할 수 있지만 좋은 차, 좋은 찻자리의 본질에 충실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이곳은 차가 중심이에요. 요즘은 차가 수단이고 평화나 아름다움이나 혹은 퍼포먼스 등의 다른 가치가 중심인 경우가 많잖아요. 산수화 티하우스는 차가 중심이고 나머지 것들이 수단이 되기 때문에 ‘좋은 차’에 대한 본질을 추구하고 전하고자 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자리에 남아 남은 차를 이어 마셨습니다. 천천히 차를 따라 한잔 마시고서 입안에 그윽하게 퍼지는 잔향을 따라가 봅니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향을 음미하면서 갖는 정적의 순간에 왜인지 모를 마음속 깊은 평안을 느낍니다.  차 한잔에 담겨 있는 많은 감정 중 대표적인 것은 기다림의 여유가 아닐까 합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커피든 차든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한잔의 차라도 의미 있게 마실 수 있는 마음속 여유가 아닐까요? 


‘좋은 차’ 한잔에 담긴 무궁한 가치를 전하는 산수화 티하우스.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심신이 지쳐있다면 잠시 이곳에 들러 차에 기대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0길 21-14

산수화 티하우스 : @sansuhwatea





해당 전문은 24/7series 에디토리얼 콘텐츠로 기고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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