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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Mar 10. 2024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

이거 왜 하는 거예요?


내가 어렸을 땐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밖에서 불렀고 놀이터에 가면 늘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놀이터에 애들이 없다.
편의점 알바를 하던 시절 점장님께서 애 좋은 유치원 보내야 하는데 추첨 잘되야 한다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빡센지 조금 알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애가 없다 보니 관심은 크게 없던 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런 애들의 모습을 표현한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라는 영화를 만났다.

동춘이는 놀 새가 없다. 주말까지 꽉 찬 학원스케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것들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으나 어른들도 동춘이에게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동춘이의 모습은 철이 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모님이 시키는 것을 아무 반항 없이 묵묵히 견디고 해내지만 말수가 적고 턱에 손을 괴고 멍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무겁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숨 막히는 동춘이에게는 상상의 친구 털북이와 숭이가 있었고 이들은 동춘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때로는 위로를 해주는 것으로 보였다.
털북이와 숭이가 나올 때는 푸른 들판의 배경이 나오는데 이 배경은 동춘이가 뛰어놀아야 할 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동춘이가  엄마 아빠에게 비밀이 생긴 것은 우연히 만난 막걸리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아침 햇살 병에 담아 온 막걸리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막걸리와 동춘이가 함께 동춘이가 품었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체적으로 한과정 한과정씩 해나가며 성장해 가는 동춘이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도대체 막걸리가 어떻게 뭘 말하려고 계속 저러는 건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끝에서 영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보기 좋게 벗어나버린다.

사실 우리가 놀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열심히 공부해 왔던 것은 좋은 대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한 친구가 이상해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 친구는 머리가 좋아서 영재반에 있었으나 고등학교에 오면서 공부하기를 거부했고 대학교를 가지 않았고 집에만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해져 바깥에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이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서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이유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결국 대기업에 못 들어가게 될 텐데 신기하게도 사회는 그런 대다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요즘 성공팔이 강의들이 고가에 팔리는 희한한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동춘의 엄마와 자연인의 대비되는 삶에서도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내 그 이유가 단순히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또는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 삶의 방향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내가 정말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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