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신기하게도 지속하려고 노력해도 그 인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고 흘러가듯 두었는데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계속 해왔는데도 인연이 끊어지는 건 언제나 괴롭고 적응되지 않는 일이다.
"도그"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본인만 혼자고 누군가 옆에 없다는 것을 크게 느낀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로봇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로봇이 온 후 도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모든 순간을 로봇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계속될 줄 알았으나 로봇과 도그는 초반에 이별하게 된다.
나는 도그와 로봇이 초반에 헤어진다는 설정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둘의 시간을 길게 보여주고 이별했다면 이미 많이 본 여러 영화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누워있는 채로 추억을 쌓는 로봇과 밖에서 여러 인연을 만나고 새로운 추억을 쌓는 도그의 상반된 모습이 영화 전반에 펼쳐진다. 그리고 여러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도그는 중간중간 로봇을 잊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로봇을 찾으러 간다는 메모가 다른 메모들에 가려지는 장면, 오리와의 시간 등) 이 모습은 마치 사람이 없이는 산책할 수 없고 집에 있어야 하는 반려동물과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로봇이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고 해서 로봇의 이야기가 무미건조해지지 않는 점도 신선했다. 제목이 "로봇드림"인 만큼 로봇이 꾸는 꿈이 많이 보이며 그 꿈은 계속해서 도그의 집에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꿈은 로봇이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도그의 집에서 봤던 오즈의 마법사 속의 인물이 되어 뮤지컬을 보여주는 등의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었다. 또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에게 날아와 둥지를 틀고 아기 새들을 키우면서 우정을 나누는 스토리 또한 인상 깊었다.
로봇과 도그의 우정을 상징하는 earth, wind&fire의 september 노래 또한 인상적이었다. 둘이 함께할 때는 흥겨움으로, 로봇이 꿈을 꿀 때는 그리움으로, 이별장면에서는 아름다운 이별로 여운을 남겨주었다.
사람의 외로움, 우정, 이별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가 라라랜드처럼 연인관계로 느껴졌다는 분들도 많은 듯 하나 나는 반려동물과의 이야기로 다가와 나보다 수명이 짧은 우리 집 고양이들 생각이 자꾸 났다. 대사가 없지만 대사 그 이상의 묵직한 울림을 가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