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맛있는 카레는 무슨 카레?
'만든 지 며칠 된 카레'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한 명씩은 있을 거다. 간결하게 '어제의 카레'라고 퉁치는 건 아마도 상징성? 또는 간결성? 때문이겠지. '어제의 카레가 제일 맛있다' 그 생각에 나도 동의.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야채에서 흐른 야즙이(이런 말도 있나?) 카레와 섞여 풍미를 더해주니 입에 넣었을 때 여러 맛이 겉돌지 않아서인 듯싶다.
어제의 카레는 내가 보광동에서 제일 처음 먹었던 음식인 것 같은데, 그건 데이트도 혼밥도 아닌 인테리어 도와주신 선생님 모시고 근처 한 끼 해결할 곳 찾다가 우연히 발을 디딘 곳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꽤나 유명한 '어제의 카레'를 얘기하면 나는 단골이라도 된 듯, 써니 사이드 업을 꼭 하라 당부한다. 실제로 나를 알아보는 어카의 관계자는 전혀 없다.
'어! 그 집 맛 괜찮아.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처음 카레를 먹었던 건 엄마표 오뚜기 카레였던 것 같은데, 세상 카레는 단 한 종류밖에 없는 줄 알던 카레 촌뜨기 시절, 새로운 카레 가루가 나올 때마다 신세계를 체험하는 듯 신이 났었지. 고형 카레로 처음 카레 요리를 하곤, 카레의 끝판왕이 이거였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실제로 골든 카레를 너무 좋아해서, 좋아하던 은사님께 만들어드린 적이 있었다. 항암을 끝내고 식욕이 막 돌기 시작하실 때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를 떼어내 자주 식사를 하셔야 하는데 손이 느린 내가 때가 한참 지나 선생님 집필실로 카레 상을 가져갔다. 엄청 급하고 맛있게 카레를 드시는데 조금 민망할 지경이었음. 그 이후로 그때 만들어드린 카레가 맛있었노라고 몇 번이나 말씀 하셨다.
어제의 카레에 처음 갔던 날, 공사하느라 집은 난장판이었는데도 나중에 선생님께 카레를 대접할 날이 다시 올까를 생각했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니까. 다시 병상에 드신 지 한참이 지났기 때문.
많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카레를 떠올리면 선생님께 대접해드렸던 그날의 카레가 제일 먼저 떠오름. 병 중에도 몸 상각 안 하시고 도와달라는 손들 다 잡아주신 우리 선생님.
내일은 선생님 생각하면서 '어제의 카레'를 먹으러 가야겠다.
늘 어제에 살고 계실 그분을 떠올리며 '내일의 카레'를 먹어야겠다.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꽃노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