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충분히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
우리는 정말 연약한 존재입니다.
머리로는 별일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때에도
감정이 흔들리고 괴로움을 느끼니까요.
미움과 분노라는 감정이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쉽게 통제가 안 될 뿐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끼면 힘이 빠지고 정신이 고갈되며 심지어 자책하는 마음까지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움과 분노는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지혜롭게 겪다 보내야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지금 그 감정을 제대로 잘 떠나보내지 못했거나 누군가에게 미움과 분노를 산 일로 힘겨워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책 읽어주는 남자〉를 운영하면서 소개해드린 최정은 님의 사연을 각색한 글을 전합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네 곁의 누구도 힘이 되지 않아 외롭겠지만
가끔은 모두가 그렇단 사실을 잊지 마
내 사람 같은 친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살아온 가족조차 너를 쓸쓸하게 하지만
사실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골목마다 사람마다
바람만 가득한 차가운 이 세상에
금쪽같은 시간을 뚫고
네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너는 충분히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
제 걱정으로 매일이 벅찬 사람들이
가슴속의 혼란과 역경을 뚫고
너를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따뜻한 일이니
매일의 저녁이 너에게 우울을 선물해도
세상 모든 음악이 네 심장을 울려 마음이 어두워도
네 믿음이 불안해 눈물이 난다 해도
네 불안이 마음을 잡아먹는 일이 있다 해도
구름도 가끔은 햇빛을 믿지 못해 비를 쏟아내는데
누군가는 너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너의 우울을 끌어안기 위해 위로를 하고 있다는 걸
슬퍼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않길
바람도 가끔은 불기가 지겨워 적막하고
해바라기도 가끔은 목이 아프고
연어도 가끔은 제 갈 길이 막막해
폭포에 쓰러지곤 하는데
네가 지금 좌절이 된다고 해서 홀로 울지 않길
너는 많은 사랑을 가진,
사랑으로서 사람이 된, 사랑의 존재라는 걸
절대 잊지 마.
책『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담긴 글입니다.
제가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문장들이기도 하죠.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언제든지 편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처음 걸어가기에 헤맬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당신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작은 반딧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