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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승환 Dec 28. 2019

어른의 시간이 시작되어도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건지,

거울 속에서 훌쩍 어른이 된 저를 발견할 때면

가끔 낯선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른이 된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괜히 헛헛한 웃음만 나지요.

사진첩 속에 있는 해맑은 아이와 개구쟁이 소년,

그리고 활기찬 청년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괜히 서글프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저는 막연히 어른만 되면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둘러싼 규제들이 너무 숨 막혔어요. 매일 교복을 입고, 시험을 치르고, 사사건건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통제를 받는 게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학교를 다닐 때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더군요. 게다가 학생 때처럼 혼자 애쓰면 그만인 게 아니라, 가족, 동료 등 주변 사람들도 챙겨야 했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기는커녕 오히려 의무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때론 학창 시절이 그립더군요. 분명 학창 시절엔 답답하게 느껴졌던 일상이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어른에게 이렇게 많은 책임이 따르는 줄 알았다면 그냥 아이로 계속 남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가끔 해봅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건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피곤할까요? 경험과 책임을 조금씩 늘려가며 좀 더 천천히 어른이 됐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아 버거운 건 저만 느끼는 감정일까요?


매년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매일 조금씩 삶은 복잡해져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건』의 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니 앞선 감정을 저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아마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지금처럼 크게 와닿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삶이 매일 조금씩 더 복잡해진다는 말이 왜 이렇게 공감이 될까요. 인생을 아무리 단순하게 바라보려고 해도 눈앞에 매일 닥쳐오는 삶의 과제들을 생각하면 절로 복잡해집니다.


이런 심정에 공감하는 많은 어른들에게 이 책의 또 다른 문장을 전합니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것이 여러분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니까요.


다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라는 문장에 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세상의 기준을 따르고 다른 사람의 시선만 신경 쓰는 게 어른인 걸까요? 저는 모두가 그런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제가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철들지 못했다는 핀잔을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해 불필요하게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건 자신만 힘들게 합니다.


그런 짐을 질 필요 없이,

우리는 그저 자기 자신의 삶을 살면 됩니다.


책『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담긴 글입니다.


책 살펴보기


제가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문장들이기도 하죠.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언제든지 편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처음 걸어가기에 헤맬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당신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작은 반딧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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