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습관은 크게 바뀐 것은 없으나 그래도 조금씩 바뀌기도 했고, 그때마다 남기고 싶기는 했다.
점차 책에 대한 질문이 늘어서 간단하게나마 적어두면 이 글 링크 걸어둬도 좋을 듯했다.
가장 많은 질문을 골라봤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글을 나눠 1,2편으로 올려야겠다.
이번 글은 아래 2개 질문에 대한 깡지 생각.
책 선정은 어떻게 하나
책은 모두 구입하나
책을 언제 읽나
리뷰에 대한 질문
:
■ 책은 어떻게 고르나요? 영화 고르듯이요.
책과 영화는 비슷한 면이 많다.
새로 개봉작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때에 따라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는데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면 오매불망 기다린다. 관람 순위에 올라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그때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오래된 영화지만 좋아하는 영화면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한다. 비록 한 번만 봤지만 내 마음속에 오래 기억된 영화도 있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PC나 TV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보고 와서 영화가 주는 감동이나 숨은 뜻을 다른 이와 더불어 나누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조용히 되새김질하면서 즐거움을 간직하는 사람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거의 일치할 만큼 비슷한 구석이 많다.
나의 책 선정도 비슷하다. 하나 더 차이가 있다면, '알고 싶은 것이 생길 때' 책은 '지식의 보관소'여서 어느 정도 궁금함이 해소되고 그 과정에서 내재화될 때까지 파고들 때가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계속 읽는 경우가 바로 그때이다. 육아, 교육, 심리 책을 파고들었을 때가 가장 심했었고, 다음으로 그림, 미술 영역이었다.
짧은 기간 한 영역의 책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읽을 때 외에는 비교적 여러 영역의 책을 고루 읽는 편이다. 뇌과학, 물리학, 수학, 건강/운동/음식, 노화, 역사, 철학, 경제 등에서도 조금씩 뿌리를 내려가본 적이 있다.
이건 의도적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독서습관이기도 한데, 아마 유달리 호기심이 강한 성격이어서 같다.
일단 책 선정 이야기를 세세히 하자면,
궁금한 영역이나 관심사가 생기면 인터넷 서점에서 해당 영역의 책 리스트를 보고 누적 판매 순위나 신간 등 여러 면에서 책을 검색해 본다. 하나를 고르면 요즘은 연관 추천 책이 아래에 뜨는 경우가 많아서 추가로 더 찾아보기도 한다. 이럴 때는 그 분야의 책을 최소 열권, 스무 권 이상 읽는 것 같다.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영역도 스테디셀러가 뭐가 있나 보곤 하는데, 그동안 해당 영역에 대해 발을 들여놓지 않아서 안 읽은 거지, 싫어서 안 읽은 게 아니어서이다. 이렇게 읽다가 재미가 있으면 그 영역 또는 그 주제와 비슷한 책을 다시 찾으면서 한동안 그 분야의 책을 읽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다른 책이나 작가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따로 적어둬서 그 책을 찾아본다. 이미 작가를 통해 검증이 된 책이기 때문에 읽어보면 실패가 없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읽다 보면 마음에 드는 작가가 나오게 되고, 이 분이 궁금해서 이 분이 낸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이렇게 읽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저절로 되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책이란, 한 권의 책을 읽고 열권의 책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
결국 책 선정의 기본은, '독서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인 듯하다.
그 호기심이 인터넷이나 유튜브 검색 보다 '책'을 통해 알고 싶다는 것이면 '충분'하다.
ps. 한 가지 부연하자면,
다양하게 읽기는 선호하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대학생 때까지는 그래도 소설과 문학 비중이 높았다면 언제부터인가 비문학을 주로 읽고 있다. 고전을 읽을 때는 괜찮았으나, 사람 심리를 너무 파고드는 어두운 소설은 읽기가 힘이 든다. 책이 주는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그런 건지,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학생 때 소설을 꽤 읽기도 했고, 지금도 웹 소설은 종종 읽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비문학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 당분간 계속 비문학 중심으로 읽을 것 같다.
아마 호기심이 있는 대로 다 채워지면 소설로 다시 옮겨갈지 모른다.
■ 책을 모두 구입하나요? 아니요 대부분 대출해요.
대한민국에서 도서관을 야무지게 이용하는 사람 순위를 매긴다면 제법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한다.
어릴 때 학급문고(학기 초에 아이들 3권 정도 책 가지고 와서 교실 뒤편에 모아둔 책들),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이때는 아이들이 읽을 책은 그리 다양하지 않았는데 그 덕에 좋은 문학책들을 읽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학생이 되니 학교 도서관에 책이 풍족하게 있어서 잘 이용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 태어나면서 확실히 책 읽을 시간은 없어졌지만, 돌이켜 보니 그렇다고 책을 멀리한 건 아니었다. 션에게 책을 읽어주고 간단하게라도 쓴 리뷰가 천 권이 넘었으니까.
이때 책값이 제법 들었는데 대부분 아이 책이었다. 나중에 이 책들 다 처분하면서 통장 한 군데 차곡차곡 모아서 재테크를 했었다.
그렇다고 션책의 경우 구입만 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 나들이도 꽤 했다. 다양한 책들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어서지만 무엇보다 내가 도서관을 너무 좋아했던 것 같다. 션도 집뿐만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책과 자연스레 친했으면 싶었고. 내가 어렸을 때 학급문고밖에 없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진 환경이다.
성인이 된 후, 내 책은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는다.일단 대출해서 읽고 나서 소장하고 싶으면 그때 구매를 한다. 하지만 신간의 경우는 도서관에 없기 때문에 구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거나 정말 읽고 싶은데 기다릴 수 없는 경우이다.
그동안 내가 만든 도서관 카드는 꽤 많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통합이 되어 있지 않고 꽤 복잡한 구조로 나눠져 있다. 지역별로도 나눠져 있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구별로 별도 운영을 한다. 이전에는 같은 구에서도 여러 운영 기관이 있었는지 그 속에서 또 나뉘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구' 내에서는 통합이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크든 작든 지역별로 도서관 운영체제가 나눠져 있다 보니 해당 지역에 가면 도서관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은 당연히 집 근처인데, 이곳은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한다.
대부분 도서관 서비스가 '구' 안에서 통합 연계가 되어 있어서 내가 방문한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어도 다른 도서관에 책이 있다면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도서관으로 신청하면 책이 도착했을 때 찾으면 된다. 해당 도서관에 대출 권수 외에 이런 서비스로 또 추가 대출 권수가 있다 보니, 웬만하면 읽고 싶은 책을 대부분 대출받아 상당히 풍족하게 읽고 있다. 물론 그래도 책 대여 권수에 대한 제한이 있어서 가족들 도서관 카드 만들어서 내가 다 이용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내가 그동안 만든 도서관 카드는 우리 동네 카드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다.
(서울에서는 3개인가 4개 구의 카드를 만들었고, 분당, 제주까지 만들었었다. )
그 이유는 프로젝트를 하면 이 지역, 저 지역 옮겨 다니며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이 사무실 근처 도서관 카드여서이다. 출근을 해야 하니, 집 근처 도서관은 오히려 '방문'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신청해두고 션파가 찾아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사무실 근처 도서관은 점심시간을 이용하면 방문이 가능하다.
책 선정에서는 관심 있는 책이나 추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도서관 또는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을 고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책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또 재미를 안겨다 준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만..)
그런데 요즘은 신간을 일찍 접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서평용으로 신간을 보내주는 출판사가 늘어서이다. 책 리뷰가 늘어서 인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내가 쓴 리뷰들을 통해 비슷한 책을 보내 주기도 하시고 정말 새로운 분야의 책이 오기도 한다.
그냥 보내 주는 건 아니고, 이런 책이 출간되었는데 서평을 쓸 용의가 있는지 먼저 의견을 물어본 다음, 긍정적 회신을 보내면 책을 받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웬만하면 책을 받는 주의인데, 이럴 때 혹시나 빠질 수 있는 '책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내가 고른 책이 아니라 누군가 보내 준 책이므로 나의 고정관념 또는 선호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가끔 도전한 책들 중 수준 있는 책이 껴 있어서 인지, 갈수록 받는 책도 점점 어려운 책이 늘고 있다. 이번에 받은 책들 중 두 권은 받자마자 두께감에 '헉'했다. 다 읽고 나서는 저자와 출판사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런 소중한 책을 보내주셔서. 읽은 시간도 오래 걸렸으나 리뷰는 두세배 더 걸릴 듯한데, 이런 경험도 독서력 높이는데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왕이면 같은 시간에 양질의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은 있으니까.
어제는 두 권의 책을 주문했다. 미뤄뒀던 취미생활 하나 더 실행에 옮기고 싶어서 고른 책이라서 가슴이 설렌다.
나의 독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들
포스트잇 플래그 붙여놓은 책들이 리뷰를 기다는 책 들이고, 그 아래 읽고 있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책읽을때 빠지지 않는 사랑하는 커피 & 차. 몇 개월 전 락앤락에서 차를 우려낼 수 있으면서 보냉 기능이 있는 저 스테인리스 컵을 사서 200% 활용 중이다.
그 아래 네모난 종이는 전시회를 가거나 옷 같은 물건 살 때 껴 주는 예쁜 엽서 같은 건데 책갈피로 쓰고 있다.
가장 아래 낡은 수첩은 읽고 싶은 책을 급히 적어두기도 하고, 책 대여일 지켜야 해서 적어둔 것인데 션이 초등학생 때 받은 이리저리 받은 수첩들 하나씩 꺼내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보더니, 너무 꾀죄죄 해서 그런가 '도대체 언제 적 수첩이에요?' 물어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