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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Sep 26. 2023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일상이 독서


책을 많이 읽을 필요 없다는데?


'다독이 좋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어도 똑똑하게 읽는 것이 좋다' 등의 말들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별히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다독을 해봐야 좋은 책을 고를 눈이 생긴다'가 내 생각이다.


공부를 할 때 많은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집중해서 요령 있게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성취가 높은 학생들은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도 한다. 즉 '많은' 시간을 '제대로' 공부하니 결과가 좋은 것이다.


독서에 있어서도 굳이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나 싶긴 한데, 책을 많이 읽지 말고 몇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으라고 조언하는 분들은  사실 하나같이 '다독가'이다. 평생을  책을 많이 읽은 분들이 많이 읽을 필요 없다는 조언을 하니, 재미있게도  그들의 말이 신뢰가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책의 권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적게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권을 읽어도 무의미하게 눈으로만 읽으면 책을 천 권을 읽는 것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단순한 취미생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 권을 읽어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 보고, 나의 입장에서 곱씹어 보는 과정을 거쳐야 책을 읽는 보람이 있다.

그 과정이 쌓이고 쌓여야 책을 읽은 효과가 은근히 드러나게 된다.


결혼을 하기 전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라고들 한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할 안목을 기르라는 의미다. 한 명을 만나도 인생의 반려일 수 있으나 그런 운이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어본 사람이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생기고, 책을 읽을 때 내용 파악도 잘하게 된다.

옷도 이것저것 사보고 시도해 봐야 나만의 스타일도 찾을 수 있고, 다양하게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음식 맛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독서도 이 책, 저 책 읽어보며 실패도 해 봐야 양질의 책을 찾아낼 눈이 생긴다. 


유시민 작가님이 <표현의 기술>에서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언급한 적이 있다. 단순히 텍스트는 활자, 콘텍스트는 맥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text)는 '해석이 필요한 모든 것',  콘텍스트(context)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으로 설명한다.


텍스트가 해석이 필요한 것이라고 정의하다 보니,  영화, 건물, 문화, 사회뿐만 아니라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무엇을 봐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어떤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별로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취향이나 견해가 완전히 다를 때도 있지만, 그 책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해서일 때도 있다.


얼마 전 보러 갔던 '마르지엘라 전시'의 경우 나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고 난해하기만 했다. 반면 어떤 분은 마르지엘라의 천재성에 찬사를 보냈다. 이 경우는 나의 취향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제대로 해석을 해 낼 능력이 없어서다.


비록 전시는 이해 못 했지만 같은 작품을 보고 감동의 정도가 너무 차이가 나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어 꽤 기억에 남는 전시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어디에선가 마르지엘라에 관한 자료가 있다면 더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책이 텍스트의 대표 유형이므로 그 자체가 텍스트라고 볼 수 있으나, 나는 다독이 텍스트가 아니라 콘텍스트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은 그전 읽었던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보여서다.


책 한 권은 '해석이 필요한 텍스트'지만, 이렇게 읽어낸 책은 다시 다른 책을 읽을 때 콘텍스트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책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  


책을 읽지 않아도 다른 매체와 경험으로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분들이 있다. 그런 탁월한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다독은 뇌에 신선한 자극을 꾸준히 주는 차원에서 꽤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06156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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