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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Aug 03. 2023

매우 실망한 게하 스텝살이 #2

소외를 경험하다.



설렘으로 두근대는 가슴과는 다르게

내가 제주도로 떠나는 날은 하루종일 흐렸다.


제주 버스에 익숙하지 않아 공항에서부터 버스를 놓쳤고

1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하지만 겨우 이런 일이 내 설레는 기분을 망칠수는 없었다.


씩씩하게 캐리어를 싣고 환승해야 할 버스 정보를 알아봤다.


'오, 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되겠는데?'


그렇게 첫번째 버스에서 내리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두번째 버스를 기다렸다.

제주는 여행객이 많다보니 짐칸이 따로 있는 버스가 많았는데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 들어오려다 기사 아저씨한테 퇴자맞은 승객이 있었다.


낯을 좀 가리는 나는 그런 민망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버스가 오자마자 짐칸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짐칸의 문이 열리지 않는 걸 확인하고

버스에 타기 위해 몸을 돌리자마자 버스가 떠났다.


'..?'


아저씨는 내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이 버스를 놓치면 비를 맞으며 20분은 더 기다려야 했기에

내가 낼 수 있는 큰 소리로 가장 큰 소리로

"아저씨! 아저씨 잠시만요..!" 외쳤고

버스는 그대로 떠났다.


그 짧은 사이 눈이 마주쳤던 승객들의

'쟤 어떡하니...' 하던 표정이 생각난다.


예상보다 추운 4월의 제주에서 부슬비를 맞으며 앉아있었을 때,

내 설레던 가슴엔 잠깐 소나기가 내렸다.




세번째 스는 운이 좋게 2분만에 환승했다.


가로등 없이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밤에

한적하고 차도 없는 도로 위를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걸어가니 청춘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내 마음에 날이 개고 화창해진 기분이었다.





내가 스텝으로 간 게스트하우스는 노랗고 예쁜 외관을 자랑했는데

어두운 밤 그 미닫이 문을 열고 캐리어와 함께 들어갔을 때

난 이곳의 이방인이지만 곧 나에게 아주 친숙한 장소가 되겠지

아름다운 추억을 쌓겠지 라는 설렘이 들었다.


내 주변 스텝들은 대부분 퇴사한 사람들이었는데

쉼을 위해 제주도를 오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기존의 스텝이 가고 새로운 스텝이 올 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난 그 모습이 굉장히 의외였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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