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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Mar 01. 2023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과 산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의 커다란 축복!


출장 간 남편에게 다짜고짜 전화하여 용건을 이야기하는 김 씨 아줌마.



"여보!! 여보세요??? 여보???"

"응~ 말해. 잘 들려."

"오빠, 우리 지난번에 가족 글쓰기 한 거 있잖아, 우리 그거 계속하자!"

"어?"

"그때, 자기 이불 되고 싶다고 한 글 말이야. 그 정도만 같이 써보자!!"

"아~! 그래. 알겠어."

"오케이! 나 그걸로 책 낼 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 그래. 알았다."

"응. 그럼 끊어~!"



전화를 끊고 생각한다.

이 남자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아내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


이 사람에게서 '싫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남편은 내가 어떤 부탁을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해도, 부정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인생이 부정적인 감정과 언어로 점철된 나와는 다르다.


신혼 초, 시동생의 부탁을 들어주는 남편에게 물었다. 지금 한창 바쁜 시기인데 왜 거절을 하지 않냐고.


남편은 "그다지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고 내가 들어줄만해서 들어준 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부탁을 들어주면 혹시 내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더 신경 써주지 않겠어?"라고 대답했다.


즉시 나와 남동생의 사이가 떠올랐다.


"누나! 나 이것 좀 해줘."

"야! 바빠죽겠는데 그런 걸 나한테 시키냐? 어후 정말. 아 뭔데?"

"됐어! 됐어! 해주지 마!!!"


이때부터 남동생과 개싸움이 시작된다.

어차피 해줄 거면서 왜 투덜거리냐고 똑같은 말을 서로에게 퍼붓는다.

늘 이런 식이다 보니 남동생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서로에게 원망의 마음만 쌓였다.


남편은 이런 나에게 한마디 조언이나 훈계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안 좋은 감정으로 휩싸인 사람에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실천하지 않는 백 마디의 말보다 실천하는 한 번의 행동이 더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배워서) 전화로 이것저것 부탁해도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다.

가끔 너무 바빠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때면 사정을 잘 이야기하고 미안함을 표시한다.

아이들은 아빠의 설명에 실망했던 기분을 금세 회복한다. 아빠는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정직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고 마음이 간다는 것을 남편을 통해 배운다.

갑자기 전화해서 엉뚱한 부탁을 해도 일단은 긍정의 언어로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줄 줄 알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를 베풀 줄 아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큰 축복임을 결혼 12년 차에 또 한 번 느낀다.


물론 내가 부탁한 글쓰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쓰자고 했지만 게으른 내가 안 쓸 수도 있고 남편이 바빠서 못 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부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는 그 마음이 고마워 쓰지 않아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남편 덕분에 나도 성장하고 있다.

농담으로 자식을 셋 키운다고 구시렁대는 나를 보며 웃는 남편도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래. 뭐. 우리 각자 아들 하나,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며 살자!







브런치 작가 합격하고 나눈 대화, 심지어 브런치 첫 글이 자기 흉본 것인데도 이해해줬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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