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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내자 Mar 14. 2024

'각자 열심히 살자. 그것이 가족이다.'

"고령화 가족"_ 천명관



처음 읽었을 땐 이런 병맛인 가족이 있나 싶었다.

내 기준으로 인생 막장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전과자 첫째에 인생 쫄딱 망한 영화감독 둘째, 그리고 3번째 결혼을 하는 여동생 막내까지.

어느정도 나이 먹었으면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면서 살아야 하겠지만 이 집 식구들은 그렇지 않다.

나이먹어 70대 엄마 집으로 다 기어들어와 조용히 살지는 못할 망정 자기 할말 딱딱 해가며 살아간다.

하아~!

책을 읽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헛웃음이 나오고 어이없고 답답하고.

그러나 책 속 노령의 엄마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식도, 아빠가 다른 자식들도 그저 따뜻하게 품어준다.

왜 이 엄마는 이런 자식들에게 고기를 끊임없이 사먹이고 그걸 또 흐뭇하게 바라보는걸까?

자식들이 치고 박고 싸우고 서로 욕지거리를 해대면 이런 대사 한 번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야! 이 웬수들아!! 왜 여기서 지랄이냐!! 다들 나가!! 꼴도 보기 싫어!!!!!!"

그러나 이런 대사는 내 마음속에만 있을 뿐 책 속에는 없었다.




이런 찝찝하고 더티한 마음을 가지고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역시나 '가족'이란 무엇인가 였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듣다 보니 가족이라는 정의가 사람마다 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범위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듣는 가족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기도 했고 한편으론 우울하기도 했다.

나에게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명확해지자 씁쓸한 감정까지 들었다면 오바일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가족은 내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자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이다.

✓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제일 좋다.

책 속 엄마도 많은 비밀을 갖고 살았지만 자식들에게는 굳이 오픈하지 않고 자기 위치에서 계속 잘 살았다.

자녀들의 힘듦도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품어줬고 어떤 결정도 묵묵히 응원해줬을 뿐이다.

"배고프지? 어여 집에 가서 밥먹자."

이런 사랑만으로도 가족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

가족이라고(엄마라고) 모든 걸 알고자 하지 말 것. 

그냥 내 인생 잘 살면 되는 것.

그러다보면 전과자인 사람도, 여러 번 망한 사람도, 이혼을 3번 한 사람도 다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술술 읽히고 아주 더티한 책에서 느낀 찐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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