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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테의 꽃 Jul 02. 2023

내가 뽑은 「더 글로리」 명대사

Jesu, Joy of Men's Desiring - J. S. Bach

학교폭력과 복수에 관한 소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The Glory 」를 보다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다.


동은: 우리가 만약에요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만났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요
여정: 같았어요 어떤 모습이든 난 여전히 후배를 좋아했을 거예요 99프로?
동은: 1프로는 왜 남겨요?
여정: 지금이 100프로 거든요.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의 정체성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일까? 가면을 벗은 날 것 그대로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나답게, 너답게, 우리답게 살 순 없는 걸까?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생각해야 할 것들은 뭐가 그렇게 많은지? 때로는 성격이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렇게 엮인 특정한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만났더라면 대충 잘 지내다가 쿨하게 잊히는 인연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가깝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일수록 단순해지는 게 쉽지 않다.


사랑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이들의 욕망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느라 지쳐 그렇게 꼬여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헛헛해지는 관계에 대한 피로감.. 그래서일까? 변하지 않는 어떤 것들은 참 고귀하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바흐의 칸타타 'Jesu, Joy of Man's Desiring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BWV 147'을 듣다 보면 영겁까지도 그 선율이 묵묵히 흘러갈 것만 같다. 천 개의 가면을 쓰고 피곤하게 살아가지 않더라도 생은 어떻게든 잘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과 평화를 준다.

https://youtu.be/jMEK5FO7vgs

Jesu, Joy of Man's Desiring, arr. Myra Hess, BWV 147 _Oliver Schnyder, piano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는 1716년경 바이바르에서 궁정의 악장(Konzertmeister)으로 일하며 4주마다 새로운 칸타타를 만들어야 했다. 'Jesu, Joy of Man's Desiring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BWV 147'은 <Herz und Mund Tat und Leben 마음과 입과 행위의 삶, BWV 147>이라는 칸타타에 나오는 곡으로 총 10개의 곡 중 6번과 10번의 합창곡(Corale)을 영국의 피아니스트 마이러 헤스(Myra Hess, 1890-1965)가 편곡한 것이다. 이 곡은 원래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대림절 기간에 연주할 목적이었지만 1717년 바흐가 쾨텐으로 떠나면서 중단되었고, 1723년 38세 되던 해에 상업도시 라이프치히로 자리를 옮긴 후 7월 성모 마리아 방문 축일을 위한 칸타타로 개작되었다. 피아노뿐 아니라 많은 버전으로 편곡되었으며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Daniil Trifonov의 연주 영상이 여기저기에 많이 업로드된 걸 보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올리버 슈나이더 Oliver Schnyder의 연주가 템포도 좋고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며 서양음악사상 그 뿌리로 인정받는 바흐도 당시에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 비주류의 작곡가였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어느 것도 없다. 적어도 현세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보단 바흐의 음악들이 인류에 더 오래 각인될 것이다. 음악 말곤 영원할 게 별로 없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 깨닫더라도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가진 인간들의 피곤한 상황극이 조금은 덜 유치해질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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