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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 훈 Feb 16. 2024

20대,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글

오늘은 진지하면서 무거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39도 이상 나고 수액을 달고 살았었죠. 감기만 걸려도 목이 붓곤 하여 결국 편도선 수술을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레이저로 편도선 절개를 받고 병실에 입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병실에 입원해 있을 때 부모님 덕분에 한 없이 즐거운 기억이 나네요. 부모님께서 편도선이 부을 수 있기에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주셨습니다. 장까지 안 좋았던 터라 아이스크림이 몸에 좋지 않았지만 어린 저에겐 너무 먹고 싶은 간식이었죠. 그래서 수술을 한 후에 몸이 아파도 아이스크림을 먹는 행복에 아픔을 잊었던 거 같아요.


되돌아보면 한 없이 철없던 아이 때의 수술은 아픈 기억보다 행복한 시간이 많았어요. 편도선 수술 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 마트에서 장난감을 샀던기억. 지금의 우울한 생각들과 대비되는 낙천적 추억이 너무 그립네요.


어렸을 때는 아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질병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냥 병원에 입원해도 즐거운 시간만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 이야기를 왜 하게 되었는지 이제 꺼내보려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아팠고, 성인이 된 후에도 자주 아팠습니다. 그래서인지 약간만 몸이 이상해도 의심을 하게 되었어요. ‘어떤 병에 또 걸린 건 아닌가?’ ‘큰 병은 아닌가?’ 몸이 아프면 이런 생각들이 뇌를 지배하여 다른 생각을 못하게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건강염려증’이죠.


너무 아픈 시간이 많았다 보니, 약간만 아파도 구글 네이버를 검색하고 저와 가장 비슷한 질병을 찾았습니다. 심지어 질병이 걸렸을 때 실제로 병명을 검색하고 추리하여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병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갔죠.


이런 성격 탓에 조금만 아프더라도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죽을병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러다 몸이 축축 처지고 최근에 기운이 급격히 없어지는 느낌이들었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손목이 뻐근하고 근육이자꾸 꿈틀꿈틀 움직이길래 병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루게릭병이 나오더라고요.


루게릭병이란 건 전공이 물리치료라 다른 사람보다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의학적인 용어로는 근 위축성 축삭경화증이죠.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몸의 운동세포가 없어지고 파괴되어 팔다리 근육이 빠지고 점차 몸이 굳는 병입니다. 야구선수인 루게릭이란 사람으로 인해 유명해져, 루게릭병으로 많이 불립니다.


20대에 이 병에 걸릴 확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0.0001% 정도로 매우 드문 케이스죠. 이 병은 초기에 알기도 힘들고, 발병을 하더라도 케이스가 흔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근전도검사, mri, ct, 유전자검사 등등 많은 검사를 해야 해요.


또한 진단을 내리는 데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질병입니다. 중요한 건 병이 생기면 약을 먹거나 치료를 하면 괜찮은데, 치료제가 없습니다. 거의 발병을 하고 난 후에 5년 안에 사망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우 무서운 병입니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으며, 주변 가족이 병간호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두 번의 고통을 주는 병입니다. 환자가 병에 걸렸을 때 좌절감 한 번, 병에 걸린 후 병간호를 하는가족을 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고통을 줍니다.


저는 이 병을 보며 내가 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의 증상과 맞아 떨어지는 게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지금의 상태를 더욱 대입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손목이 아프고 기운이 없고 몸이 축축 처지고 근육이 튀어 오르며 걸을 때 자주 발을 끌게 되는 증상. 말도 가끔 더듬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매우 무서워 많이 검색해 보고 의사 분들의 강의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걱정과 근심만 더해졌죠. 저에게 남는 건 두려움뿐이었습니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은데..’ ‘나 아직 해야 될 게 많은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가더라도 결국 병에 대한 확진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다 뿐이지 더 나아지기는 힘듭니다. 심지어 치료도 병이 낫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늦추거나 생명 연장의 수단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혹여나 아니더라도 초기라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계속적으로 증상을 관찰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 저는 우울감의 끝까지 가다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살진 않죠. 하지만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나고 피할 수 없이 한 번은 죽습니다. 태어남도 한 번이고 죽음도 한 번이죠. 불로장생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시황도 불로초를 찾아다녔지만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걸 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났습니다. ‘진실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이죠. 스쳐 지나가듯 저에게 생각났지만 너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나 한 번은 죽게 된다. 그리고 죽음은 언제 나에게 올지 모르기에 무서운 것이다. 내일일 수도 있고 1년 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결국 죽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스티브잡스는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인가?”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너의 생이 한정적인 걸 알아라, 그리고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라. 현재에 감사하되, 자신을 되돌아봐라 ‘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죽는다면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미련을 그리고 후회를 두지 말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건강이 없다면 물질적 풍요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모든 물질은 사용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감사를 강조했는지 죽을 수 있는 병을 찾아보며 느꼈습니다. 현재에 감사하는 습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습관. 모든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저의 두려움을 많이 덜어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이 소유한 걸 가지고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곁에 둘 수 있는 건 마음뿐이죠. 나 자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축복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면 그게 가장 큰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도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는 모릅니다. 어떤 종교도 사후세계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두렵다는 건  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구나.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가 있다면 확신을 가지고 믿으세요. 그게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요소라면, 마음의 평안을 준다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현재에 대해 평안을 즐기세요. 엄청나게 노력해서 이뤄낸 성과는 현재에 남겨지는 순간의 기록일 뿐입니다. 너무 피 말리게 자신을 학대하고 노력하지 말아야 됩니다. 그리고 항상 지금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주고 의미를 줍니다. 사랑의 이유를 만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용기를 주죠. 타인을 변하게 할 순 없지만 나 자신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나를 믿고 오늘을 살아가기를. 혹여나 환우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살 수 있습니다. 의사도 사람이며 모든 것을 알지 못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기적처럼 나아 일상으로 돌아가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모든 것에 100%라는 확률은 없습니다. 누구보다 나의 몸은 내가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기적은 일어나며 그 시작은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항상 좋은 생각과 음식, 자연을 곁에 두세요. 우리의 몸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상 속에서 행복과 감사와 축복이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기적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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