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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bubam Aug 05. 2024

휴직일기 003

이런 날도 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늦게 자긴 하는데...

기록할 만한 일이 많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쓰지 못한 '휴직일기 002'를 작성했다. 

001은 001 밤에 썼는데, 002부터 당일은 꼭지만 draft로 올려뒀다가 아침에 정리하고 있다.

사실 이 일기도 실제로는 004일 아침에 쓰고 있긴 함. 


원더월 JDZ 작가님 사진강의를 들었고,

스샷 찍을 때 저 네모나게 썸네일 떴다 사라지는 거 지우는 설정 새 맥북엔 아직 못했다...
https://wonderwall.kr/en/class/110에서 chapter1은 무료로 볼 수 있다.


강의 보다 보면, 실제 스튜디오 사진 촬영 영상이 나오는데,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촬영 현장을 보면서 예전 SASUTEI 선배 촬영 어시스트 하던 기억이 많이 난다.

선배도 늦게 유학을 와서, 현장에서 부딪혀가면서 팀을 꾸리고, 에이전시를 만나 촬영을 섭외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했고 꾸준한 활동 끝에, 지금은 일본에서 (엄청난) 프로가 됐다. 인스타에 매일 패션, 매거진 커버가 올라온다.


선배 집에 모델을 불러서 타공벽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사진 찍고, 야밤에 봉고 타고 같이 다니면서 도쿄타워 아래에서도 찍고, 대로 한가운데에서도 찍고, 호텔 룸 빌려서도 찍고, 옆에서 메이킹 영상도 찍어보고, 함께 하는 모든 게 공부가 되고 또 재밌었다.


모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는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랑 콘셉트는 어떻게 맞추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떻게 끌고 가는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현장실습을 선배 따라다니면서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시스트 여러 번 해본 덕에 교수님 커머셜 촬영현장에도 어시로 따라가기도 하고 선배덕을 정말 많이 봤다. 


때로는 너무 촌철살인이라 무섭기도 했는데, 그래도 항상 촬영에 불러주시고 어떻게든 도움 주시려고 했던 것을 이제는 안다. 나도 학교 1학년 때 유일하게 내 촬영팀을 꾸릴 수 있었는데 계속 그다음에 멈추지 않고 무얼 해야 할지 생각만 하고, 망설이지 말고, 일단 행동하라고 알려주셨던 게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사진 현장에서 배운 것들이, 신기하게도 이후에 한국 들어와서 개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2013년에 슬라이드 이력서 https://www.slideshare.net/slideshow/20130416/18919644 를 만들었던 것도 사진을 하지 않았다면, (항상 행동하라고 알려준) 선배를 만나지 않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슬라이드셰어에 업로드해서 공개 구직을 시도했던 개발자 이승우 이력서 (35, xxx뷰)
협업을 어떻게 하는 것인가는 사진 작업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이력서에 썼던 것처럼 다양한 직군/성격의 사람들, 개성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뜻을 합쳐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웠고, 팀의 건강함이 곧 결과물의 퀄리티가 된다는 경험도 하게 됐다.


사진이랑 개발이랑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일해오면서 알게 됐고, 돌아 돌아 다시 개발을 하게 된 나의 커리어가 꼭 개발공백만은 아니었구나. 강점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도 일하면서 깨닫게 됐다.


아, 뭐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왔지... 아 사진 이야기 하다 보면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 

인생에 리즈시절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남아 그런 듯하다.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던 것 같고, 매일매일 열정이 가득했다. 


정말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움 보다, 도전하는 마음이 한걸음 앞섰고, 그런 경험들이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들고, 부끄러운 상황을 맞이해도 잘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인생에 일부분 원 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볼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녁에는 아내가 해물샐러드파스타를 해줬다.

오징어랑 버섯이랑 토마토랑 치즈랑 들어간 해물샐러드파스타

위에는 새로 산 치즈인데, 강판(?) 같은 거에 썰어줬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조금씩 읽었다.

표지가 이뻐서 샀던 '왜 당신은....'은 생각보다 좀 별로였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는 거의 다 읽어가는 데 교토 가게 되면 들리고 싶은 장소를 몇 군대 발견할 수도 있어 좋았고, 같은 하루키 작가 팬으로서 임경선 작가가님이 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재밌게 읽었어서 그런지, 이 책 역시 잘 읽힌다.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왼쪽 책은 생선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올림픽은 양궁 남자 개인전이 있었고, 응원하는 김우진 선수가 처음으로 개인전 메달(금)을 땄다.

원래 그랬는지 이번에 도입된 건지 선수들 심장박동수도 같이 보여줬는데, 매번 90 이하로 침착함을 유지했던 김우진 선수가 대전을 치를수록 조금씩 긴장감에 심작박동수도 오르고, 연달아 10,10,10을 쏘다가도 흔들리기도 하고... 고배를 마시다가도 다시 침착하게 컨디션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란 무엇인가? 하고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긴장해서 중간에 심장 아파서 긴급약 먹어야 할 뻔.


스포츠는 잘 모르기도 하고, 중계도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아내가 올림픽을 응원하면서 같이 몇 경기 보게 됐다. 심장박동수가 보여서 더 그랬는지, 마음치료를 받고 있는 나에게는 양궁이 제일 크게 마음이 갔던 경기였다.


잠들기 전, 오늘은 조금 우울할 때도 있었고 여느 일요일이랑 다르지 않네. 하고 내일 아침에 일기엔 뭘 써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이런 날도 있지.' 내일은 또 좀 더 생기 있게 보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그래,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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