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래빗홀을 읽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의 문학 브랜드인 '래빗홀'의 신간을 출간 전 미리 읽어 볼 수 있는 '래빗홀클럽'을 모집한다기에 접속한 링크에서, 책의 제목을 보고 나는 홀린 듯 빠르게 신청을 완료하였다.
받아 본 조그마한 샘플북에는 작가 인터뷰와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의 전문이 실려 있었다. 이에 더해, 나는 래빗홀클럽으로서 1차 미션을 완료하였기에 표제작인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까지 추후 제공된 URL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여러 출판사에서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를 활발히 운영하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몇몇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해 보았지만, 1차 미션을 완료하면 추가 단편을, 2차 미션까지 완료하면 정식 출간본을 제공하는 출판사는 처음이었고,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경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에는 젖병 소독기에 탑재된 AI가 유명 배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고,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에는 영아 송영 차량에 탑재된 AI가 푸근한 할머니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들은 실체가 없는 홀로그램일 뿐이지만,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외양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의 미주가 그랬듯, 아이를 돌보다 보면, 외로움보다 더한 괴로움을 느끼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의 모든 것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에 갇힐 때마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AI는 오히려 친구나 가족보다 든든한 존재가 되어 준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귀를 빌려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경은 AI라는 인접 존재를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인간의 범주를 구분짓던 ‘인간성’이라는 기준에 도전한다.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세계에서 자칫하면 여러 존재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 본질주의적 사고 대신, 더 많은 존재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비본질주의적 사고를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유연한 마음은 잊기 쉬운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수 있게 해 주고,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것들까지 품을 수 있는 여유를 지니게 해 준다. 우리도 엄격한 경계보다는 누구든, 무엇이든 올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