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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l 11.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7월 1주)

이승윤, 봉제인간, 태연, Childish Gambino 외


"기류에 휩쓸리지 않는 연어처럼"


1. 이승윤 - [YEOK SEONG]

카니 : 이승윤은 화려한 음악을 하기보단 반복적인 리프에 다채로운 효과들로 고명을 더하고 역동적인 보컬과 추상적인 가사로 음악에 가치를 더하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앨범만 하더라도 관성, 어둠, 판 등 8개의 주제를 '거스르는 것'으로 관통하며 본인의 방식대로 고찰을 풀어내는데, 특히 완벽한 캐논 코드가 사용된 ‘캐논’에서 “흔하지 않은 순간들만 우리에 담아두려다 가장 좋은 코드를 모른척한 거야”와 같은 가사로 완벽만을 추구하다 되려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하며 결국 완벽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절대 완전하게 할 수 없다는 모순을 곡에 담아냈다. 또한 “같잖은 훈수들에도 뱉어 칵 투 넌 장기말이었던 적도 없잖아”, “칠흑 자식에 생채길 내봐 빛이 펑펑 새 나오게”와 같은 가사를 보면 작사 스타일이 잘 드러내는데 종종 이런 은유적인 표현이 어렵게 느껴지다가도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희열도 나름의 감상 포인트가 된다.


[YEOK SEONG]은 맹렬한 밴드 사운드의 향연인 ‘폭포’로 시작해, 펑키한 분위기의 ‘폭죽타임’, ‘SOLD OUT’을 지나 점차 잔잔해지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페스티벌에서 미리 선보였던 ‘폭포’는 6분의 러닝타임에도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락 사운드에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경험한 자로서 음원보다 라이브로 감상했을 때 더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이승윤은 곡의 완성도를 놓지 않으면서도 3년 동안 3개의 정규앨범을 준비할 만큼 소처럼 꾸준히 작업하며 음악적 성장을 거듭해 왔고, 본 앨범을 통해 완벽한 우상향 커리어를 그려내며 정규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제는 무명가수와 30호 가수를 거치며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던 그의 음악이, 폭포 같은 급류를 만나 찬란한 산란하기만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말장난을 증명하는 건 연주 차력쇼"


2. 봉제인간 - [너의 뒤 / 응이라고 말을 해줘]

아민 : “Know you did”의 발음을 활용한 ‘너의 뒤’, “Say yes”를 한국어 그대로 풀어쓴 ‘응이라고 말을 해줘’라는 제목의 말장난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모토처럼 그들이 추구하는 재미가 느껴진다. 묵직한 베이스와 보컬이 묻힐 정도로 존중 없는 노이즈 효과나 사이키델릭한 연주에 더불어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휘몰아치는 드럼과 메탈스러운 기타 사운드가 한데 모인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무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아트락과 프로그레시브 락의 요소들이 각기 다른 원단으로 모여서 이번 앨범은 말 그대로 봉제된, 그들만의 인디락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하나로 쭉 밀고 나가는 ‘BABY’ 같은 곡과 변주가 몰아치는 ‘너만 없으면’ 같은 곡이 총 11개의 트랙리스트로 조화를 이뤘던 이전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두 곡 모두 변주와 다양한 요소가 가득해서 자칫하면 충분히 어지러울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러나 멤버 모두 밴드 경험이 있는 자들답게 노련했으니. 완벽하게 봉제된, 연주자가 즐기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그들의 음악에 누가 반기를 들겠는가. 결국 가장 확실한 증명의 방법은 자신의 말이 맞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력 아닐까. 그리고 그 예시를 보여주는 게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태연이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


3. 태연 (TAEYEON) – ‘Heaven’

 : 선명한 보컬의 승리다. 곡의 구성과 사운드, 멜로디까지 모두 무난하다 보니, 보컬의 역할이 매우 막중했을 터인데, 상대가 태연이라 안심이다. 후렴에서 반복되는 ‘Hea–e-e-ven’에서는 화려한 꺾기로 기어코 킬링파트를 만들어 내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 2절의 랩 파트도 정확한 딕션과 리듬감으로 안정적으로 구사한다. 곡 전반에서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태연의 가창이 음악만으로는 부족한 계절감을 채운다.


태연의 청량한 목소리는 ‘Why’에서, 대중적인 디스코는 ‘Weekend’에서 맛본 바 있지만, 뮤직비디오의 그로테스크함과 흡사 웬즈데이로 분하는 태연의 오싹한 연기가 곡의 분위기와 방향성을 슬쩍 돌려놓는다. 자칫하면 앞선 두 곡과의 불리한 비교를 피할 수 없는데, 곰 한 마리(MV 참고)가 좋은 물꼬를 텄다. 또 하나 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Heaven’의 수식을 ‘너 없이 완벽한’, ‘네가 없어 완벽한’ 등으로 풀어낸 점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복을 부정한다는 점은 뮤직비디오의 서늘한 내용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태연에 기댄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를 원했던 걸까, 왠지 급해 보이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랩으로 할애하며 시간을 단축시킨 2절이나, 2절 이후 짧은 브릿지 만을 남기고 끝나는 구성이 단지 곡의 러닝타임을 대폭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진다. 이 성질 급한 음악을 틀어쥔 사람이 여유로운 베테랑이라, 참 다행이다.





"이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퍼즐 한 조각"


4. Childish Gambino - ‘Lithonia’

아민 : 감비노는 이전부터 뮤직비디오 연출이나 노래로 세상을 향해 소리 내는 가수였다. 가장 화제였던 ‘This Is America’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Little Foot Big Foot’ 역시 인종차별을 다뤘으며, 지구온난화를 곡에서 얘기한 적도 있었다. 소위 말해 감비노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도날드는 지금까지 이런 음악 활동을 이어오면서 감비노의 은퇴 암시를 여러 번 반복한 전적이 있는데, 이전 앨범인 [Atavista] 발매 당시 차일디쉬 감비노라는 활동명으로 발매할 마지막 두 앨범 중 하나라고 직접 밝힌 바가 있다.


그리고 그 두 앨범 중 나머지 한 앨범의 서막인 이번 싱글은 세상의 종말 속에서 뮤지션이라는 재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말하며 자신의 일명 부캐와 같은 차일디쉬 감비노의 마지막 예술을 향해 도날드가 전하는 작별인사의 시작과 같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고조되는 흐름으로 완벽한 강약 조절에 사운드가 뚝 끊기는 마지막 연출까지. 단 한 곡이었지만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느껴졌다. 또 곡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하몬드 오르간 사운드와 사이키 펑크, 그리고 오페라적인 요소의 조화는 곡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레게, 힙합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앨범 커버를 통해 전과 같이 힙합으로 돌아왔나? 하는 팬들의 기대에 반전을 주면서도 리버브 보컬의 뒤로 들려오는 피아노, 베이스, 기타, 심벌까지 확실한 락 사운드로 그의 음악을 증명하며 그의 마지막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싱글이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은퇴 소식을 믿었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발언을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우선은 안심하고 그의 음악을 더 즐겨봐도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웠던 사랑은 거름이 되어 무르익은 음악을 남겨."


5. Omar Apollo - [God Said No]

카니 : Omar Apollo의 1집 [Ivory]는 R&B 기반에 힙합, 신스, 포크를 더한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앨범이었다. 2집 [God Said No]도 1집과 비슷한 기류를 이어가되 신스의 비중이 높아져 풍성한 사운드와 넓게 퍼진 공간감을 들려준다. 두 앨범 모두 감정의 표현이 섬세하게 이뤄지면서도 묘한 차이가 느껴지는데 [Ivory]가 감정의 외피를 표현한다면 [God Said No]는 감정의 내피를 표현하듯 더욱 연약하게 들린다.


이번 앨범에서는 ‘Less of you’, ‘Drifting’처럼 레트로한 트랙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며 ‘Empty’로 공허함을 주다가 ‘Life’s Unfair’, ‘Against Me’로 다시금 분위기를 살리며 급변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곡 자체가 주는 완성도가 만족스러워 유기성을 운운하기보단 신선함으로 다가온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Empty’ 이후 후반부 트랙에서 느껴지는 사운드의 질감, 신스의 사용, ‘Glow’가 주는 여운, ‘Plane Trees’에서 Omar Apollo의 보컬이 감정의 골을 더 파고들어 더욱 성숙하고 섬세하게 앨범을 완성한다. 또한, 대중들이 선호할 만한 ‘Spite,’ ‘Done With You와’ 같은 팝스러운 트랙으로 킬링 포인트는 놓치지 않으면서 밀도 있게 조여 오는 사운드가 한 앨범에 잘 녹아있어 개인적으로 올해 발매된 앨범 중 [God Said No]가 단연 좋았다.





"Run for the future!"


6. YOASOBI - ‘UNDEAD’

페페 : 너무나 당연히도 ‘최애의 아이 2기’ 음악에 참여하여 제2의 '아이돌'을 만들 줄 알았지만, 같은 분기 방영 예정 애니메이션 ‘모노가타리’의 음악을 발표했다. '최애의 아이의 아이돌', '장송의 프리렌의 용사'처럼 '모노가타리의 언데드' 역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분위기를 음악에 많이 주입한 음악임이 느껴졌다.


이번 ‘언데드’는 기존 요아소비가 발표했던 애니메이션 음악들보다 요아소비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아야세라는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고 계획적인지 알 수 있는 트랙이다. ‘모노가타리’라는 애니메이션이 가진 기묘한 분위기처럼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노트를 연주하지만, 코드 진행에 어긋나지 않는 부분이라던가, 마이너한 코드 진행임에도 보컬인 이쿠타 리라의 강점인 표현력을 제대로 활용한 보컬의 캐치한 포인트들이 밝으면서도 어두운, 화려하지만 정제되어 있는 기묘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드럼과 신스베이스만 나오면서 ‘Past and Future Can’t change the past’라고 코러스가 외치는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사운드가 빠지고 리듬만 남는 단순한 바리에이션이지만, 약간의 그루브 감을 추가해서 곡의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연장에서 챈트를 다 같이 따라 하는 장면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요약하자면, ‘언데드’는 왜 요아소비가 인기가 많은지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화려하고 캐치한 포인트들이 배부를 정도로 많이 들어갔지만 송폼과 악기 사운드는 익숙한 구성을 사용해 과하지 않게 접근했다. 이전 성공한 요소들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요아소비의 음악은 J-POP의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아민, '융', '카니', '페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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